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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표심 Feb 16. 2023

[창세기] 바벨탑,
문학으로 읽어 본다

Gate of the God

※ 질문을 해 본다

1. 창세기는 인류 최초의 문헌인가요?

2. 바벨탑에서 전 세계 언어가 만들어졌나요?


1. 술 먹은 다음날


  "술 먹은 다음날 늦게 나오지 마라

  00년 0월 0일 회장 백"


  십수 년 전 급성장하는 A중소기업을 방문했다.


  사무실 벽면에 A4용지 크기의 유리 액자가 달려 있었다. 사훈인가? 고급스러운 활자로 크게 쓰여 있지 않았다. 좌측에서 우측으로 삐딱히 올라가는  볼펜 글자였다. 사훈이 아니고, 회장님 지시사항이었다.


  술 먹은 다음날 '지각하지 마라'도 아니고, 늦게 나오지 마라? 속으로 웃음도 나왔다. 이 회사 속으로 잠시 들어가 봤다. 머릿속에서.


  회사는 갑자기 밀려드는 주문에 때문에 은행에서 돈을 빌려 생산설비를 확대해야 한다. 노동자들은 쉬엄쉬엄 일했는데, 이젠 쉴 틈 없이 밤낮 3교대로 일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불평이 많아진다. 관리직원들도 덩달아 퇴근이 늦어진다. 불만이 많아진 노동자들이 그만둘까 봐 전전긍긍이다. 노동자 선임들과 자주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며 그들을 토닥인다.


  노동자들을 돌려보내고 난 관리부 직원들끼리 3차, 4차 하는 빈도수가 늘어난다. 술 마신 다음날 느지막이 출근한다. 회장님은 10시 이후 천천히 출근하는데, 나와보면 몇몇 관리직원들의 빈자리가 보인다.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니, 회장님이 몇 번 싫은 소릴 해댄다.


  지켜지는 것 같지만, 1주가 지나 또 같은 일이 반복된다. 회장님은 관리이사와 관리부 직원들을 모아 놓고, 훈시를 하다가 A4 용지에 '술 먹은 다음날 늦게 나오지 마라'라고 쓴다. 날짜까지 써서 확실히 해둔다. 벽에 붙여 놓고 까먹지 말라고 한다.


  인간적인 회장님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2. 바벨탑은 신들의 걱정거리였다


  이런 방식으로 머릿속에선 어디든 가 볼 수 있다. 천국에도 몇 번 가 보았다. 지옥엔 가보지 않았다.


  40대 초반, 상상으로 성경 창세기의 바벨탑에도 가 보았다. 어릴 적 읽었던 <이야기성서전집> 별책부록에 실려 있던, 메소포타미아 지구라트(Ziggurat 신전고탑 神殿高塔 )가 기억 속에서 꿈틀거렸기 때문이다. 그 책에 있던 탑 그림은 나선형의 오르막 길이 꼭대기로 이어져 있었다.


  기독교 개역개정 성경 창세기 11장 바벨탑 이야기는 이렇게 돼 있다.


· 온 땅의 언어가 하나요 이 하나였더라 (창 11:1)

· 또 말하되 "자, 성읍과 탑을 건설하여 그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 하였더니 (창 11:4)

·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이 무리가 한 족속이요 언어도 하나이므로 이같이 시작하였으니 이 후로는 그 하고자 하는 일을 막을 수 없으리로다" ( 창 11:6)


  지상에는 한 가지 말만 쓰는 한 종족만 있었다. 그들은 흩어지지 않으려 단결했다. 도시와 탑을 건설해서 하늘나라에 닿으려 했다. '신의 문'(바빌 = Gate of the God)을 열고 하늘나라로 들어가려 했다. 그렇게 이름을 휘날려 보려 했다. 야훼는 인간들이 탑을 쌓아, 하늘나라 '신의 문'을 열고 들어올까 봐 걱정을 하고 있었다. 


The Tower of Babel Alexander Mikhalchyk


3. 신들은 언어를 혼잡케 했다


  창세기 저자는 창세기를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기록했다. "빛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창세기 1:4)라고, 빛을 창조할 당시, 하나님의 감정까지 세세히 알고 있었다.


  바벨탑 사건을 기록한 창세기 저자는 카메라를 메고 하늘에 올랐다. 신들의 동태를 파악했다. 야훼(여호와) 하느님과 다른 신적존재들의 대화 장면을 촬영한다. 녹음도 한다. 다른 신적존재들은 하급신들일 수도 있고 천사들일 수도 있다.


· "자, 우리가 내려가서 거기서 그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그들이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 하시고 여호와께서 거기서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셨으므로 그들이 그 도시를 건설하기를 그쳤더라 (창 11:7-8)


  야훼(여호와) 하느님은 다른 신적존재들에게, '우리'가 내려가서 훼방을 놓자고 했다. 야훼는 신들을 이끌고 내려와 언어를 혼잡케 했다. 사람들은 의사소통을 할 수가 없었다. 탑과 도시 건설은 멈췄고, 인간들은 전 세계로 흩어졌다. 하느님이 거주하는 하늘은 사람들의 침입이 없는 안전한 곳이 됐다.


  이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4. 바벨탑은 바빌론의 지루라트 에테멘앙키


  창세기에 기록된 바벨탑은, 유대인들이 '바빌론 유배기' 때(BC 587-BC 538), 신바빌로니아의 신전고탑(神殿高塔) 에테멘앙키가 기원이라는 것이 주류 학설이다. [3]


  에테멘앙키는 바빌론의 최고신 마르두크에게 바쳐진 지구라트(신전고탑)였다. 높이는 100 미터에 달하고, 신과 가까운 꼭대기에는 신전도 있었다고 한다. 이 탑은 신바빌로니아 전성기의 네부카드네자르 2세( 개신교 성경의 느부갓네살왕) 때 개축해 완전한 모습을 갖추었다. [4]


  신바벨론은 앗시리아, 페니키아, 유대 등 주변국을 정복했기 때문에, 많은 외국인 노예들을 바벨론(또는 바빌론)의 바벨탑을 쌓는데 동원했을 것이다. 나는 눈을 감고, 탑을 쌓기 위해 동원되었을 이스라엘 유대인 노예들과 함께 다녀 본다.


  그들은 벽돌과 아스팔트 역청을 한가득 수레에 싣고 올라갔다. 지상에서는 물감을 섞어, 진흙으로 벽돌을 만들었다. 각국에서 잡혀온 노예들과 함께 뜨거운 햇볕 아래 피부를 검게 그을리며 노동을 했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으니, 손짓 발짓으로 의사소통을 했다. 언어의 혼동으로 더욱 답답했다.



5. 창세기에 기록된 바벨탑


  쉽지 않았다. 탑은 위로 위로 올라갈수록 상부 무게에 짓눌려 아랫부분이 일부 무너졌다.


  비가 여러 날 오면, 약해진 탑은 무너지기 일쑤였다. 탑 건설 중 떨어져 죽는 노예들도 생겼다. 다치고 뼈가 부러졌다. 높이 올라갈수록 물을 마시고, 음식을 먹고 용변을 보는 일도 쉽지 않았다. 피골이 상접한 온몸엔 허옇게 소금기가 묻어났다.


  그들은 새벽부터 수많은 외국어를 들었고, 저녁까지 이 갈리는 노동을 이어갔다. 하나의 언어만 사용했던 고향 유대땅을 그리워했다. 구원자 메시아만을 기다렸다.  


  유대인 이주민들은 고향 유대땅을 생각하며 슬퍼했고, 노역에 질려 있었다. 정복자 바벨론인들이 흥청거리며 먹고 마실 땐, 자기들의 무대 위에 유대인 노예들을 불러 세웠다. 그들은 유대인들이 즐겨 부르던 '주님의 노래'(Lord song)를 부르라고 시켰다.


  유대인 사제계급들은 바빌론의 에테멘앙키를 바라보았다. 혼란스러운 외국어와 잡다한 민족들이 떠올랐다. 바벨탑 이야기를 지어내었다. 하느님에 도전하는 나라 바빌론은 결국 무너지고 흩어진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들은 바벨탑 이야기를 창세기에 끼워 넣었다.


  이렇게 해서 창세기는 바빌론 유배생활 이후에나 완성되었다.



6. 신들의 이야기가 아닌 인간의 이야기


  "엄마, 이 세상엔, 왜 이렇게 말이 많아요?"

  "응, 신에 도전한 인간이, 탑을 만들다가 신들의 저주를 받아 그렇게 된 거야"


  창세기 바벨탑 이야기를 문자 그대로 믿을 수도 있다. 신들이 바벨탑에서 전 세계 언어를 만들었다고 믿고 신앙할 수도 있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지는 않다. 반대로 상상의 나래를 펴 본다. 바벨탑 이야기는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들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다. 문자를 뚫고 들어가 본다. 그래야 인간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문학이 그렇듯이.


  용기를 내 본다. 생각의 자유를 갖는다고 신이 저주하랴.


  유대인들은 주님의 노래(Lord song)를 강제로 불러야 했던 바빌론 유배지 상황을 시로도 적었다. 보니엠의 '바빌론의 강가에서'(Rivers of Babylon)는 그 시절을 담은 시편 137편을 가사에 담았다. 이 시편과 짝을 이루는 것이 창세기 11장의 바벨탑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종교가 아닌 문학의 눈을 열어 본다. 


  차 속에서 보니엠의 노래에 장단을 맞출 때면, 바벨탑 이야기가 생각난다.


  다들 이불 개고 밥 먹어~



※ 요약 : 유대인들은 바빌론 유배지에서, 각국 노예들의 외국어가 난무하는 신전탑 건설노역에 시달렸다. 그들은 이 상황을, 하느님께 도전하는 바벨탑 이야기 문학으로 만들었다. 이야기를 종교의 눈이 아닌, 문학의 눈으로 이해하면, 사람 사는 이야기가 보인다.  




ps 창세기가 언제 만들어졌나요?


  바벨탑이 기록된 창세기는 인류최초로 쓰인 책이 아니다. 기원전 6세기 이스라엘의 바빌론 유배 시절에 사제 계급에 의해 자료들이 수집되고, 편집(첨가, 삭제, 수정)되었다. 모세오경 중 최초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오경 중 가장 뒤늦게 만들어졌다. [2] 


  토라라고 하는 모세오경(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체제의 저술과 편집이 완성된 것은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한참 후의 일이다. BC 400년경의 일로 보고 있다. [6]

소크라테스 출생(BC 469년) 이후다.



<Boney M - The River Of Babylon >


  영어성경 킹제임스판(KJV)을 사용한 '바벨론의 강가에서'에는, 남들이 강제하는 노래를 어쩔 수 없이 불러야 했던 좌절의 시간을 담았다.


< 시편 137: 1 - 4 >

  By the rivers of Babylon, there we sat down, yea, we wept, when we remembered Zion.

  바벨론의 여러 강변에 앉아서 시온(Zion)을 기억하며 울었도다.

  

  How shall we sing  the LORD's song in a strange land?"

  이방 땅에서 어찌 여호와의 노래를 부를까"

  


< 참고자료 >

[1] 바벨탑 - 위키백과

[2] 창세기의 저작 시기[Re:595] - 가톨릭정보 - 굿뉴스

[3] 바벨탑 - 나무위키

[4] 에테멘앙키 - 나무위키

[5] 이종근.(2014). 함무라비 법에 나타난 바벨론의 정체성에 대한 법사학적 고찰.법사학연구,no.49, pp.204-209 

[6] 김기홍, 2019,『유일신 야훼』, 서울 : 도서출판 삼인, p.27

[7] 춤-비 내리는 호남선-제정신이야?, 자표심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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