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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표심 Mar 08. 2023

써니텐 흔들어 봤냐

흔들어 봤냐 너는

사과 맛이 그대로 써니텐

귤맛이 그대로 써니텐

마셔봐요 써니텐 정말 좋아요

해태 써니텐

흔들어 주세요


"알써"


  흔들었다.


  검은 교복에 금색 중(中)자가 달린 모자를 쓴 채로 몸을 흔들었다. 남한산성 수풀 속 잔가지들이 툭툭 부러졌다. 소풍 온 타학교 여중학생들이 볼 수 없는 응달에서, 한 손에 써니텐 병을 잡고 흔들었다. 좋아하는 사과맛을 볼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엉덩이와 팔을 흔들었다.


  어깨는 팔이 나가는 방향으로 함께 돌아갔다. 낙엽을 밟으며 흔들었다. 얇은 나뭇가지에 검은 모자가 닿으면 모자가 옆으로 돌아갔다.


  한쪽에는 하이타이 써니10 ( HAI TAI Sunny10 ) 반대쪽에는 해태 써니텐 '천연과즙 10%'라 적힌 문구가 눈앞에서 흔들렸다. 천연과즙이라~ 내추럴 주스라고. '과즙 10%란 귤 사과 1개분에 해당'한다고 했으니 (76년 6월 경향신문 광고 하단사진), 나는 사과 한 개를 먹을 수 있는 거야.


  목이 시원하겠지. 사과향을 내며 목구멍을 타고 쏴르르 기관총을 쏘며 내려가겠지. 입가에 미소가 삐져나왔다.


  야. 모해. 흔들어야지. 너도 흔들어. 내 말에 옆자리 경수는 미쳤냐고 나를 쳐다보았다. 코 밑이 시커먼 그 녀석은 자리에서 끝내 일어서지 않았다.




  시원할 거야. 안에 든 과즙이 잘 섞일 거야. 오른손으로 병을 잡고 딸랑딸랑 흔들었다. 두 손으로 잡고 위아래로 슉슉 흔들었다. 이제 마셔야지. 이리 와. 한 모금 줄게. 마지막으로 크게 흔들었다.


  병따개로 폭.


  폭발했다. 짓눌렸던 기체가 병 목 수면을 뚫고 위로 돌진했다. 불꽃놀이 화약이 폭발하듯  터졌다. 탄산수 거품은 솟구쳤고 공중에서 파열했다.


  피할 시간도 몸을 숨길 참호도 없었다.


  탄산 거품이 얼굴에 쏟아졌다. 동시에 쏴댄 수천 의 포탄처럼, 이마와 눈 얼굴 전체를 후두두둑 강타했다. 액체가 뺨과 목을 타고 피처럼 흘러내렸다. 찐득하고 차가웠다.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팔소매로 눈부터 닦았다.


  '흔들어주세요'라는 광고 속 여자 목소리는 홀리는 소리였다.


  다짐을 했다.


  남의 말을 너무 믿지 말자.

  여자를 믿지 말자.

  특히 예쁜 여자를.

  

  아니지

  그래도 듣고 보기는 해야지.


< 써니텐 광고 >

흔들어 주세요~

1970년대 써니텐 광고

왼쪽부터 76.6 경향신문 / 76.10 조선일보 / 88.5 경향신문

< 참고자료 >

써니텐 - 나무위키:대문

  부분발췌 :


  써니텐은 해태에서 1975년부터 생산/판매 중인 합성착향료를 사용한 과일향 탄산음료이다.

  처음 개발했을 당시 천연 과즙 때문에 미세한 잔여물이 가라앉았다. 이를 본 소비자들은 이물질이라고 생각하고 불만이 많았다. 이에 카피라이터인 이낙운 씨가 낸 제안이 이 '흔들어 주세요'라는 문구를 넣자는 것. 이후 써니텐에 대한 불만이 줄고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현재는 천연과즙을 넣어서 제조하지는 않고 있다.


표지이미지 : Image by Kay Lenze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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