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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표심 Mar 10. 2023

[포경수술과 할례] 자 떠나자. 고래잡으러~어

할례 circumcision

1. 식빵인가 숯인가


"식빵이 탄소덩어리가 되었네."

"그게 내 특기가 됐어."

"뭐, 식용숯도 있으니까."

"먹기 싫으면, 먹지 마."  


  먹지 말라는 말이 아내의 입에서 칼날처럼 날아왔다. 나는 고개를 숙여 피하고 조용히 식빵을 잘랐다. 식용숯 약용숯이 생각났다. [1] [2] 이 건 생각에서 멈추고, 화제를 돌려야지. 돌려깍기. 그래 피부 돌려 깎는 얘기를 하는 거야.


"나 군대 가기 전에 포경수술한 것 알았어?"

"그래? 기억 안 나는데."


  그때 서둘러 병원에 갔다. 여자 간호사가 물었다.


"어떻게 오셨어요?"

"그게 저... 수술..."


  얼굴이 빨개졌다. 수술대 위에선 의사가 만지작만지작. 만지면 커지리. 크기가 커지니, 음경을 싸고 있던 피부가 팽팽해졌다. 둘레를 띠모양으로 오려 제거하고, 실로 접합하는 환상절제술(環狀切除術,  circumcision = circum 둘레 + cision 절개 )을 받았다. [5]  한 달간 아팠다.


  아니 저 오려진 피부는 어디로 가는 걸까. 쓰레기통에 처박혔을까.



2. 심복 모세를 야훼가 죽이려 했다


  잘린 포경피부 얘기. 포경수술(할례)이 담긴 구약성경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야훼 하느님은 모세에게 명령했다.


  '파라오에게 가서 말해라. 내가 너의 맏아들을 죽일 것이다' (출 4:23) 하느님은 이집트에 내릴 10가지 재앙 중 마지막 재앙인, 파라오 맏아들을 죽일 거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라고 모세에게 명령했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하느님의 행동이 이어진다.


  명을 받고 길을 떠난 모세가 잠자리에 드는데, 갑자기 누군가 죽여버리겠다고 들이닥쳤다. 이게 왠 일인가. 야훼 하느님이었다.


"모세가 길을 떠나가다가 한 곳에 이르러 밤을 묵는데 야훼께서 찾아오시어 그를 죽이려고 하셨다. 시뽀라가 돌칼로 제 아들의 포경을 자르고 그것을 모세의 발에 대며 말하였다. "당신은 피로 얻은 나의 신랑입니다." ( 출애굽기 4: 24-25 , 공동번역 )


  칼로 찌르려는지 목을 조르려는지 알 수 없지만. 야훼 하느님은 왜 말로 하지 않았을까. 자기 심복 모세를 죽이려고 달려들다니. 하느님의 깊은 뜻을 인간이 다 알 수는 없.



3. 성경 속 모순은 교리로 정리한다


  모세의 아내 시뽀라(개역개정 성경에선 십보라)가 아들의 포경(包莖, 감쌀포 줄기경)을 자른 피부를 모세의 발에 대었더니, 야훼가 모세를 놓아주었다.


  모세 아들이 할례를 받지 않아서 하느님이 노했을까. 사람들은 여러 해석을 내놓지만 구약성경은 침묵한다.


  기독교나 가톨릭에서 믿는 하느님은 선하고 충동적이지 않으며 전지전능한 모습이다.


  성경을 문자대로 사적 사실로 믿기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종교에선 교리(敎理)따로 만들어, 믿어야할 온전한 하느님을 새로 그렸다. 그래서 교리는 성경과 거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인간 수준에선 하느님의 본모습을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구약성경의  야훼 하느님은 인간 작가가 그린 상상화라 보면 족할까. 성경 속 하느님을 보고, '하느님은 폭군이었다'라고 오해할 필요는 없다. 문학으로 읽으면 되니까. 


  성경을 문자적 역사적 사실로 보지 않고, '절대 진리화'하지 않고, 문학으로 읽으면,  JMS 같은 사이비 기독교빠질 일이 없다.


  남성 할례 장면은 이집트 6왕조 (BC 2345-2181년) 무덤 그림에도 나온다. 왜 이런 행위를 했을까. 종교적 희생의미 · 통과 의례 · 위생 · 타문화와 구별 · 자위행위 감소 목적이 있을 수 있다. [6]


"기절하지 않게 꼭 잡아요" 고대 이집트 6 왕조 테티(Teti) 치하 무덤 벽화/제사장이 할례를 시술하는 장면출처 : NEWS M( www.newsm.com ) [7]


4. 포경 수술 왜 한 거야


"포경수술은 겉피부를 띠처럼 도려내 버리고,

위아래 꿰매서 접합하거든.

피부를 도려내니 얼마나 아파.

1달간 고생했어. 아파서."


"왜 한 거야?"


"응. 안 하면, 귀두 밑에 흰 게 끼고,

염증이 생길 수 있어.

포경수술을 하면 귀두에 덮였던

피부가 없으니 단련이 되거든."


  상상 속에서 아내가 말을 한다. "단련? 근데, 왜 그 모양이야." 또 혼나는구나. 생각 속이지만 나는 당황했다. "뭐가? 그, 그게 말이야. 음. 뭐."


"포경수술을 왜 했냐면?

군대 가면 마취도 안 시키고

피부를 자른다잖아.

대학 선배는 스스로 했어.

칼대지 않는 '자가포경수술 도구'를

구해서 했다고.

피부에 피를 못 흐르게 막아서

괴사시키는 거야."

"끔찍한 소리 그만"


  그 당시 선배는 '자가포경수술 도구'를 내게 보여줬다. 플라스틱 링, 용수철, 실로 구성돼 있었다. [8] 김이 뿌연 목욕탕에서 선배의 결과물을 봤다. 처참했다. 피부는 검게 떨어졌지만 꽃 모양이었다. 깨끗이 도려내지 못한 꽃 모양. 아파 죽을 뻔했단다.



5. 계란 프라이 완숙이 좋아


  아내의 말소리가 들렸다. 뿌연 목욕탕 영상이 꺼졌다.


"계란 프라이 말고, 이렇게 하니까 부드럽지?"

"응 어떻게 만든 거야?"

"계란을 풀어서 했어. 다 익기 전에 뒤집어서 만든 거야"


  싱크대 위에 있던 스렌레스 빈 그릇, 숟가락, 소금종지 하나가 생각났다. 계란 껍데기와 함께.


"나 계란 프라이, 질질~ 싫어하는 거 알지?"

"나는 반숙이 좋은데"

"이 오빠는 노란 물이 질질. 싫어."

  ...  

  ...

  안다. 적막의 의미를. 매를 벌고 있다는 걸. 조금 있으면 마구 맞을 것이다.


  (사또의 목소리) 매우 쳐라~

  (이방의 목소리) 예이~ ( 형방의 목소리인가? )


  웃음기 잃은 아내가 말없이 싱크대로 갔다. 글쓰기 대비한 훈련을 해 볼까. 오늘 처음 시작이 뭐였지. 식빵이 탔지. 검은 식빵을 보고 가슴이 쿵 내려앉았지. 탄 맛이란 무엇인가. 탄 부분만 잘라 먹어 봐야지.


  알았어. '식빵 탄 맛'이 뭔지.

  표현을 해 보자. 문학적으로 말이야.



6. 철없으면 집에 가서 철분약이나 먹어야지


  탄 맛이란 이런 건가요. 왓~뚜와리와리. 말씀 한 번 해 보세요. 왓~뚜와리와리.


  나는 자표심(자기표현의 심리적 기초)에 의거해 자기표현을 했다. 정말 순수하게 그 맛이 났다. 정직하게 말했다.


"식빵 먹는데, 생선지느러미 탄 맛이 나."

"뭐야? 생선지느러미 탄 맛? 식빵은 생선이 아니잖아~"

"아니, 딱 그 맛이야."

"열심히 먹을 거 해 주니까. 그게 할 말이얏?"


  정확한 표현을 찾아낸 것뿐인데. 스스로 감탄한 말인데. 신이시여~ 제가 이런 표현을 만들어 냈단 말입니껴? 착각이 사라지니 냉기가 느껴졌다. 눈썹에 서리가 허옇게 열리기 시작했다.


"나 또 혼나는 거야?"

"혼나야지. 그래야 정신 차리지. 철없어 가지고."


  내가 철없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 아내의 입에선 진리만 나온다. 바른말만 쏟아져 나와 내 귀와 가슴을 후벼 파곤 하지. 갱년기의 돌직구에 개구리는 날마다 한 마리씩 맞아 죽어나가고.


"그렇게 눈치가 없어가지고"

"..."  
"딴 여자랑 살 수 있겠어? 나 죽고 나서."


  응? 이건 도치법이다. 아내가 도치법으로 말하다니. 도치법 어순전위(語順轉位). 문장성분의 배열을 뒤바꿔 놓아 강조한다. 무엇을 강조하는 것일까?


  '딴 여자'와  '나 죽고 나서'


  긍정적인 단어는 무엇인가? '딴 여자'와 '죽음' 중에서.


  와우~



ps 발행 후 3시간 지나 요점을 첨가했습니다.

< 요점 >

1. 포경수술 필요성이 생기면, 꼭 전문의와 상의하자.

2. 포경수술은 구약성경의 '할례'였고, 하느님이 모세를 죽일 뻔한 이야기도 성경에 전해 온다.

3. 나는 철없다. 그래서 혼난다.


< 송창식 - '고래 사냥' 2005 >

송창식 - '고래 사냥' [콘서트7080, 2005]

< 참고자료 >

-식용숯 관련 자료

[1] 숯가루 - 진천군청

[2] 먹는 숯 안전 실태 조사, 한국소비자원, 2008.3

[3] 약용탄( Medical Carbon ), 대한민국약전


-포경수술 관련 자료

[4] 포경수술 - 나무위키

[5] 포경수술(환상절제술),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6] 할례를 다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 한국기독공보

[7] '할례, 이스라엘의 고유한 의식?' 아니다. - NEWS M , 2017.04.17

[8] 오동근 최민규 이준엽 김영부 김영수 김세중, "자가포경수술 기구에 의한 음경감돈 1례", 대한남성과학회지, 18권 2호, 2000.8

[9] 포경수술 안 시켜도 되나? - 헬스조선

[10] 제 아들이 포경수술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 BBC

[11] 포경수술 - 닥터조물주 비뇨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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