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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표심 Mar 22. 2023

[후유증] 연애를 책으로 배운 결과

사랑을 시험하지 말자

  나는 연애를 거의 책으로 배웠다.


  중학교 때부터, 연애 지식에 목말랐다. 친구와 선배들에게선 첫 데이트 시 여자와 짜장면을 함께 먹으면 안 된다는 상식을 들었다. 책에선 여자 앞에서 다른 여자를 칭찬하지 말라진리를 읽었다.


  하지만, 나는 그대로 하지 않았다. 왜냐고? 조언대로 하는 건 재미가 없으니까. 그럼 밋밋할 테니까. 반대로 해 보고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모니터링했다. 그래서 고1 소개팅  짜장면도 먹었다.


  다른 여자 칭찬은 진리라니까 자제했다. 빨리 죽는 지름길이라니까. 그래도 몸은 항상  근질거렸다. 반대 실험을 언제나 해 볼까. 그리곤 잊고 살았다.


  토요일 거실에서 아내가 물었다.


  "누구랑 통화한 거야?"

  "응, 수림 씨"

  "재밌게 통화하더라"

  "오랜만에 전화를 했네."


  수림 씨는 아이들이 대학생이고, 남편 사업도 잘 되어 안정적인 인생을 살고 있다. 그녀의 비즈니스도 잘 굴러가고 있어, 수림씨는 활기 차 있었다. 나와는 몇 년간 같이 일하기도 해서 친했다. 조금 오래 통화했다. 깔깔 웃기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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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 식탁에 앉아, 아내와 밥 한 술을 떴다.


  아내가 또 물었다.

  "수림 씨 어때?"

  "응. 해맑지."


  순간 내 손으로 입을 막았다. 엎질러진 물이었다. 살기가 돌았다. 등골이 오싹하고 얼굴 핏기가 가셨다. 서울대공원 철조망 2미터 앞 사자의 으르렁 소리에 두 다리가 후들거렸던 장면이 살아났다. 진동수 20 헤르츠(Hz) 미만인 무서운 초저주파(超低周波) 소리. 고막의 공명을 느낄 수 없는 불가청음(不可聽音)에 온몸이 땅에 붙어 버렸던 기억이 휘감았다.


  아내가 차갑게 쏘았다.


  "나 죽으면

  수림 씨하고 살아."


  아내 앞에서 다른 여자를 칭찬하지 말라.

  드디어 몸으로 배웠다. 진리를.


< 참고자료 >

호랑이 '으르렁'에 아이 울음 뚝-일시 마비 부른 초저주파 때문, 서울신문, 2021-12-30


표지이미지 : Image by MelanieSchwolert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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