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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표심 Sep 24. 2022

네이트 드라이브/T-map, 지금 제게 명령하는 건가요

불편해

-어떤 게 어떤 건가요?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나는 문자와 통화 위주의 피처폰을 사용했다.


  2002년 직장동료의 추천으로 내비게이션 초기 버전인 SKT 네이트 드라이브를 설치했다. 지도 표시는 없었고, 몇 미터 후 좌측, 우측 등 음성과 화살표로만 안내하는 단순한 방식이었다.


  도책만 보고 다니다가 휴대폰으로 길 안내를 받으니 길을 몰라도 든든했고, 과속단속 카메라의 눈초리도 피할 수 있어 안심이 됐다.


  민방위 교육장을 검색했다. 1번~4번까지 같은 이름으로 만 검색 결과가 표시되었다. 긴 명칭으로 표시 글자가 잘렸기 때문이었다. 몇 번을 선택해야 고양시에 있는 민방위 교육장인지 알 수가 없었다.


  1번을 선택하고 따라가니 전혀 다른  서울로 가고 있었다. 네이트 드라이브 안내번호로 전화해 불편사항을 말했다. 동일한 명칭의 상호는 전국에 여러 곳 있을 터이니, 상호 뒤에 주소를 표기해서 구분해 달라고 했다. 표시 글자 수 제한이 있으면, 좌측으로 스크롤해 달라고 했다.


  3일  후 내 요구대로 개선되었다.


-전화 오면 어떻게 가나요?


 며칠 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화살표 길 안내를 받는 동안 전화가 걸려오면, 통화  내내 전화 건 상대방 번호가 화면에 크게 뜨고, 좌우 화살표 안내가 안보였다. 전화만 오면 섰다가 갈 수도 없고 난감했다. 또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불편사항을 말했다.


  이 때는, 자신들  문제가 아니니 휴대폰 제조사로 문의해 보라는 소리를 들었다.


  SKT 네이트 드라이브 측에서 휴대폰 제조사와 협의해, 자신들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 아닌가? 나더러 해결하라고? 앓느니 죽겠다.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이런 민원이 많아지면 언젠가는 바뀌겠지. 나는 여기까지만 할런다.


  모르는 길을 갈 때, 잘 못 된 전화나 광고 전화가 오면 서둘러 끊었다. 끊었는데 전화가 또 와서 길을 놓치면 다른 길로  돌아갔다. 제발 전화가 안 오기를.


  통화 중 안내 중단 현상은, 몇 년 후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면서 해결되었다.


-제게 명령하지 마세요.


  SKT 네이트 드라이브가 T-map 내비게이션으로 바뀌었지만, 나의 불편은 계속되었다. T-map 내비게이션은 다른 자동차 내비게이션과는 달리 내게 명령을 했다.


  "300미터 앞에서 좌회전하세요"

  "안전 운전하세요"

   "유턴하세요"

  "~하세요"


  자꾸 내게 '이래라, 저래라'하니 피곤했다. 안내 목소리 고저 억양도 기계적으로 부자연스러워 신경이 쓰이는 마당에. 


  좌회전을 하던 유턴을 하던 내가 알아서 할 거야. 그러니까 너는 정보만 제공할 순 없겠니?


  "300미터 앞에서 좌회전입니다"

  "500미터 앞에서 유턴입니다"


  이렇게 상냥하고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정보만 제공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또 T-map 측에 전화했다. 명령 투를 부드러운 정보제공만  하는 형식으로 바꿔주면 좋겠다고 했다.


  안전과 관련한 문제가 아니라 그런지, T-map 측은 수년간 고칠 생각을 안 했다. 몇 달 간격으로 전화해서 재차 요구했지만, 그때마다 민원을 상부에 보고했다는 말만 들었다.


  포기하고 음성은 아예 꺼버리고 다녔다. 그 후 T-map은 잘 사용하지 않고, 카카오 내비게이션을 주로 사용했다.


  잊고 살다가 오랜만에 T-map 안내 음성을 들어봤다.


  바뀐 상냥한 여자 목소리가 나온다.


 "300미터 앞에서 좌회전입니다"


  202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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