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2023.2)에 쓴 리뷰로 글의 시의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tvN 드라마 <철인왕후>(2020)는 유쾌하면서도 의미도 충만한 작품이다
최근 넷플릭스에 tvN 드라마 <철인왕후>(2020)가 떠서 주말을 반납하고 3일 동안 20화를 내리 다 봤다(대충 재밌다는 뜻). 주연배우 신혜선의 연기가 칠 할은 했다고 하고, 보는 사람에 따라 유치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확실히 좋은 드라마인 것은 분명하다. 이미 '타임 슬립'에 관한 이야기는 다양한 장르에서 셀 수도 없이 많이 언급되었기 때문에 장르의 유사성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일단 사극이라는 틀에 박히기 쉬운 영역을 현대적인 분위기로 '틀을 깬다'는 자체가 나는 좋았다.
드라마 <철인왕후>는 여러모로 '틀'을 깨는 작품이다. 우선 언급한대로 '퓨전 사극'이라는 장르 자체가 사극의 틀을 깨는 것이지만, 개연성을 신경 쓰지 않고 당당하게 배우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의복이나 메이크업으로 꾸며놓은데서부터 이미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남다른 지점이 보인다. 과거에 고증 문제가 불거졌다고 하는데, 사실 대놓고 '허구'란 단어를 등에 매고 나선 드라마에 고증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상상력을 제한하지 않는 콘텐츠 영역의 주리를 트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건 마치 '아이언 맨'의 비행 장치에 대해서 항공역학 전문가가 태클을 거는 것과도 비슷한 일이다.
그래도 <광해 : 왕이 된 남자>(2012)나, <관상>(2013)처럼 기존 역사의 공백 혹은 상상력을 덧대 재해석한 히스토리컬 픽션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철인왕후> 같이 전면적으로 역사를 흔들어 엎는 작품들이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역사'라는 사실증명에 집중하지 않고 '역사적인 어떤 것'이라는 정도로 자리를 잡고 보면 좀 더 쉽게 이 작품을 받아들일 수 있을 듯하다.
좌우지간 <철인왕후>는, 사극 드라마에서는 잘 다루지도 않는 철종의 정실인 '철인왕후'를 주연으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조선 역사에서도 그다지 굵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철종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자체로도 이미 '틀'을 또 한 차례 깨부수고 나온다. 그리고 무엇보다, 코믹과 해학의 경계에서 무게를 잡지 못할 수도 있는 중심 서사도 그리 썩 유치하지 않다는 게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이 된다.
각각 수영장과 호수에 빠진 장봉환과 김소용은 특수한 현상으로 몸을 공유하게 된다
일단 <철인왕후>에서 '틀'을 깬다는 건 보이는 이미지가 다가 아니다. 극중 철종의 정실인 철인왕후 김소용은 일말의 사건으로 호수에 뛰어들었다가 현대의 청와대 셰프 장봉환의 영혼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때부터 김소용이 된 장봉환은 궁내의 온갖 '틀'을 깨부수기 시작한다.
몸이 바뀌기 전, 남다른 기개를 가지고 당대 최고의 여성 아웃풋이라고 할 수 있는 '중전'이 되는 데 성공한 김소용은, 조선이라는 국가의 사상과 예의, 규범 그리고 온갖 세도가문의 정치적 문제가 개입된 상황에서 뜻하는 바를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왕의 사랑을 얻기도 힘들다는 걸 직감하고서 호수에 뛰어드는 걸 선택했었다. 그런데 이미 민주주의 사회에서 남자의 몸으로 수십 년을 살아온 장봉환에게 그런 점들은 아무런 제약도 되질 못한다.
라면 먹는데 왕이 온다고 짜증을 내는 장봉환(김소용과 섞이기 전)
중전이 된 장봉환은 당장 닥칠 위험도 '내가 살던 세상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라는 절대적인 신념(?) 아래 대왕대비가 빼버린 호숫가의 물을 다시 채워 원래 살던 세상으로 돌아갈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게 되는데, 그런 그에게는 왕이란 존재도 그저 역사책에서 어쩌다 보게 된 인물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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