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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타페타 Jun 04. 2022

생각에 침잠하는 밤

우울을 이겨내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글을 쓰는 것

오랫동안 시작하지 못했던 나의 일기장.

처음은 네이버 블로그였다가, 브런치였다가, 인스타그램이었다가.

손에 잡히는대로 토막글을 썼다가.

시간들여 노트북 앞에 앉아 오래 글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언제는 공들여서 다듬어 써본 글도 아니었지만, 완벽주의(완벽한이 아닌) 덕분에 한자도 시작하지 못했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다.

많이 쓰고 싶었다. 동시에 기록하기에 겁도 났다.

이 시간을 기록한다는 것이 겁이 났다.

미래에 돌아보았을때, 굳이 기록하지 않아도, 선연하게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을 것이 뻔해서? ... 

나는 아직 먹구름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서른살이 넘고서는 나 자신에 대해 새롭게 알게된 것들이 많다.
(다른 사람들도 서른이나 넘어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알아갈까? 아주 늦된 기분이 든다.)

나는 시작하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시작하기 전에 아주 많은 고민을 한다. - 그런데 그 고민들이 상당수 구체적이지가 않다. ㅎ

그리고 해야 될 일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미루고, (나도 이해할 수 없이) 그 일을 시작하기에 겁내한다. 


오늘 본 한 유튜브 영상에선, 성격의 단점을 없애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이비들
(그 유튜버의 표현에 따르면 ㅎㅎ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을 사이비라고 부르더라) 말을 믿지 말라고 한다.

자존감이 문제다, 자존감이 생기면 문제가 해결될거라고 하는 사이비들 말을 믿지 말라고.

당신이 겪는 사회관계적 고민들은 소셜스킬을 기르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라고.

타고난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고.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깨달아 분명히 아는 메타인지 능력이 쌓인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어떤 한계가 있고 어떤 것을 잘하는지를 잘 아는 것 말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아직도 내가 누군지 헷갈리고, 아니 그보다 이게 진짜 나라니? 라고 아직까지도 낯설어하고

인정할 수 없다고 몸부림치며 자기 자신을 어떻게든 더 나은 사람으로 탈바꿈 시려고 발버둥치는 쪽이다.


나도 나로 사는 것에 익숙해지면, 그러니까 이런 유형의 사람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그런 스킬이 쌓이면 나는 좀 나로 사는 것이 지금보다... 편해질까? 스킬을 쌓으면 되는 걸까.


2021년 6월이 되기 전, 서른 한살에 다시 취업준비를 하면서, 나는 이렇게 뇌이며 길을 걸었던 적이 있다. 

평범하게 살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한 일인데.

그 평범함의 수준, 적당히 실수하고, 적당히 수입을 벌고, 적당한 때에 졸업과 취업과 결혼을 할 수 있고,

내가 돌아갈 나의 집이 있고, 차가 있고, 그런 것. 


나 자신으로 사는 것이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도망갈 수 없다. 나를 지킬 수 있는 것, 나를 응원해 줄 수 있는 것, 믿어줄 수 있는 것,

나 자신을 위한 한 마디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나이니까.

나를 응원해. 나로 존재하는 것에,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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