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와 음악 감상의 중간 어디쯤

-‘도레미파솔라시도’ 중 ‘파’나 ‘솔’

by 피터팬의 숲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집어삼켜 버린 지 어느덧 1년이 넘었다.


많은 사람이 집안에 틀어박혀 시간을 보낸다.


어떤 이는 음악을 듣고, 게임을 하며, 요가를 하고, 책을 읽는다. 또 어떤 이는 건담과 레고를 조립한다. 조용한 것을 좋아하고 가끔은 정적이 흐르는 것을 즐기며 마음의 여유를 찾아다니는 사람에게는 그나마 견딜만한 일상일 수 있다.


코로나19가 등장하기 전 취미로 동적인 활동을 즐겨왔던 사람이라면 어떨까. 조기축구, 테니스, 수영, 동호회 등을 찾아다녔던 이들이라면 지금의 삶은 참기 힘든 고행일 것이리라.


정적인 취미와 동적인 취미는 모두 그 자체로 가치 있고 의미 있는 활동이지만, 정적인 취미는 즐기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며, 동적인 취미는 몸을 움직이게 하는 데 큰 차이가 있다. 그러한 마음을 움직이는 정적인 취미 생활 중에서도, 음악 감상과 책 읽기는 단연 으뜸이다.




지친 몸과 정신을 부여잡고 퇴근길에 간신히 탄 지하철에서, 집까지 가는 약 50분 정도의 시간 동안 음악을 들을지 책을 읽을지 고민한다. 마음의 상태를 짚어 본다. ‘오늘은 기분이 나쁘다, 기운이 나지 않는다, 의욕이 없다, 배도 고프고 단것이 당긴다, 호흡이 가쁜 하루다’라면 귀에 이어폰을 꽂는다. 마음의 ‘우울한 정도’가 ‘도레미파솔라시도’ 중 ‘파’나 ‘솔’ 보다 아래쯤 있는 시점이다. 플레이 리스트에 담겨 있는 익숙한 음악이 들린다. 한껏 가라앉았던 기분이 조금씩 떠오르는 것을 느낀다. 지하철이 정차해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혼탁한 공기와 함께 안 좋은 생각들이 지워져 간다.


다음날, 똑같이 탄 퇴근길 지하철이지만 마음의 상태를 짚어 보기도 전에 알 것 같다. ‘오늘은 성과를 낸 일이 많아 기분이 좋다, 점심시간에 들었던 재밌는 이야기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가방 속 소설이 몇 주째 진도를 못 나가고 있다, 호흡이 나쁘지 않은 하루다’라면 가방에서 책을 꺼낸다. ‘도레미파솔라시도’ 중 ‘파’나 ‘솔’ 보다 위 어디쯤 있는 시점이다. 책 사이 책갈피가 오늘따라 그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처럼 보인다. 50분이 지나고 집 근처 역에 거의 다 와 간다. 살짝 들뜬 마음은 차분히 가라앉는다. 진중한 호흡을 내쉬며 조용한 발걸음으로 집까지 가는 마을버스에 오른다.




음악을 듣는 일은 산책하는 것만큼 기분전환에 탁월하다. 음악 감상이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음악을 듣고 있으면 박자와 리듬에 따라 자신을 놓을 수 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초고층 아파트에서 밖을 내다보는 느낌 혹은 세상을 새의 시선으로 보는 상상이 들 때가 많다.


반면에 책을 읽는 일은 차분하게 생각하게 하고, 집중하게 만든다. 역시 음악을 듣는 일처럼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지만, 독서의 경우에는 종이에 인쇄된 텍스트가 헬륨가스 풍선에 달린 무게추처럼 중심을 잡아준다.


마초적인 남성과 메트로섹슈얼한 남성의 중간을 지향하며, 이성과 감성의 중간을 지향하며, 사내정치의 한가운데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애매함을 지향하며, 성격 검사 결과 올 B등급-초등학생 시절 성격 검사 결과 성격에 어디 하나 모난 구석이 없음을 확인함-을 갖춘 필자이기에, 일상의 감정과 표정, 분위기를 ‘도레미파솔라시도’ 중 ‘파’나 ‘솔’ 어디쯤 맞추기 위해, 오늘도 책을 읽고, 책 예찬을 하며, 음악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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