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부부’에게 8월의 첫 주의 의미

by 피터팬의 숲

보통의 월요일이 전하는 파동과 울림과는 조금은 다른 느낌의 월요일이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 승강장 분위기부터 한산하다. 전철 스크린 도어와 문이 열리고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얼굴도 새삼 어딘가 달라 보인다. 다들 이마에서 빛이 나고, 인상을 쓰고 있거나 눈앞의 현실을 피하고 싶은 듯 눈을 질끈 감고 쪽잠을 자는 승객도 보이지 않는다. 중년 남성의 와이셔츠 위로 불룩하게 튀어나온 뱃살도 오늘은 어딘가로 훌쩍 떠났는지 감감무소식이다. 에어컨 바람을 좋아하지 않는 승객들을 위한 ‘약 냉방’ 칸임에도 에어컨 바람이 충분히 차갑게 느껴지고 심지어 신선하기까지 하다.

8월의 첫 주, 여름휴가를 떠나는 회사 임원들의 빈자리가 반갑다. 부서장도 일주일간 자리를 비운다고 알려져서 부서장이 막고 있던 창가 자리의 시원한 바람이 반갑게 사무실로 들어온다. 팀장도 마침 자리를 비워줬다. 그의 배려심 많은 성격이 잘 드러난다.

이번 주 다른 직원들과 함께 휴가를 내는 것을 피한, 나름의 영민한 직원들은 각자의 자리에 여유롭게 앉아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저 속도로 사무용 데스크톱을 켜고 키보드를 두드린다. 영민한 직원에 속한 나와 아내도 출근일이지만 휴가를 보낼 때 드러내는 미소를 띠고, 별일 없을 거라는 확신에 찬 하루의 일과를 예상해 본다.


사내부부에게도 8월의 첫 주는 여유롭다. 사무실에서 잔잔히 내뱉는 숨소리부터 가볍다. 긴장할 때 나오는 마른기침과 수족냉증도 ‘잠시만 안녕’이다. 오랜만의 편안한 분위기가 전해주는 벅찬 감동을 키우려고 고민하다 한쪽 귀에 이어폰을 끼운다. 엠씨 더 맥스의 음악이 심금을 울린다. 창문 밖에서 빵빵대는 대형 트럭도 오늘의 직장인들을 축하해 주는 팡파르 소리를 낸다.

오전 10시 고요하던 사무실 분위기를 흐리는 카톡이 울린다. 단체 업무용 카톡에서 어김없이 노크하는 노랑 불빛, 다행히 즉시 뭔가를 하라는 내용은 아니지만 여전히 긴장감을 유지하라는 뉘앙스의 ‘톡’이었다. 몇 개월 만에 날 선 머리를 비우고 약간의 나태함과 무기력함으로 온 정신을 채우고 있는데 이런 종류의 ‘톡’은 비록 팀의 발전을 위한 영양가 있는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달갑지 않다. 이럴 때는 ‘그냥 좀 놔두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내 자리 파티션 안쪽에는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가 악당들의 총알을 슬로우로 피하는 명장면을 인쇄해서 붙여놨는데, 여기 총알은 업무요, 총알을 피하는 ‘네오’는 업무를 피해 나가는 ‘나’ 자신을 의미한다.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의 약어)’을 추구하는 내 정체성의 일부가 담긴 ‘심벌’이다. 평상시 이것을 보며 힘을 내곤 했는데, 오늘은 이 상징물이 다소 진부해 보인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오늘의 여유로움이 결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걸 말이다. 오늘이 하루가 되고 이틀이 되더라도 ‘그들’은 돌아올 것이며, 그럼 나는 동료인 아내에게 직장생활 피곤하다며 징징대고 또다시 ‘네오’를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자리를 비운 이들이 부디 행복하고 알차게 휴가를 보낸 후 복귀 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회사 직원들과 동료를 조금은 더 따뜻한 미소로 대하길 기대해 본다. 나와 아내는 오늘 점심시간을 평상시 보다 느릿느릿하게 보낼 예정이다. 구름과 바람도 천천히 지나가는 오전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