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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팬의 숲 Sep 26. 2021

<피터팬의 숲, 투자 노트 #1>

나는 자본주의의 논리를 의심하는 ‘시장(market) 관망자’에서 자본주의를 추종하는 ‘시장 참여자’가 되기로 했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아파트 가격을 보고는 1분, 1초라도 빨리 ‘자산’을 늘려나가야 함을 깨닫고, 실행방안을 짰다.  

    

1. 자산 현황 진단     


먼저 스스로 내 자산 상황을 진단했다. 내게 자산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분양받아 2019년에 입주한 신축 아파트가 있다. 다행이었다. 아이가 없음에도 수도권 신축 아파트에 살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2017년만 해도 사람들이 부동산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시점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미분양이 났고, 나는 미분양된 아파트를 청약해 지금 이 공간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물론 이 아파트도 실거주 겸 투자다.

     

추가 모집을 통해 청약을 받았기에, 청약통장은 아직 유효하다는 것 또한 매우 다행스러운 점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3만 킬로미터를 뛴 자동차 하나도 있는데, 자동차는 음(-)의 자산(감소) 흐름을 보이므로, 내 기준에는 자산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2. 펀드 투자로 종잣돈 모으기     


실거래가가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주택시장을 바라보며 절대로 근로소득으로는 자산의 증가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종잣돈을 모아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욕심이 났다. 그렇게 작년 2월, 펀드를 시작했다.      


은행 예·적금은 너무나 금리가 낮았다. 대체 가능한 금융상품을 찾았다. 그 시점은 ‘존 리’ 대표가 주식과 펀드의 중요성을 설파하던 때였다. 변동성이 큰 주식보다는 매달 원하는 만큼 적립할 수 있는 펀드가 눈에 들어왔다. 펀드는 간접투자 방식이라 펀드를 운용하는 전문가에게 일정한 보수(수수료)를 지급해야 하지만, 수익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내준다면 그 정도는 아주 저렴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펀드는 ‘펀드슈퍼마켓’에서 선택했다. 지금은 ‘한국포스(FOSS)증권’이 된 ‘펀드슈퍼마켓’이지만 이곳에서 수백·수천 가지의 국내·해외 펀드를 알아보며 매우 다양한 상품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펀드 투자와 관련된 서적과 전문가들의 유튜브 방송을 보며 기본지식을 익혔다.  펀드 투자에도 기술이 필요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매달 일정한 날에 ‘적립식’으로 불입하지 않는 것이었다. 펀드는 주식과 다르게 하루에 한 번만 ‘기준가’가 산정되는데, 이 기준가를 보고 추가 불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포인트였다.      


한 달에 투자 가능한 총액을 정해놓고, 펀드를 골랐다. 내 경우는 해외펀드와 국내펀드를 7대 3 정도의 비율로 선정했다. 펀드는 그 자체로 분산투자가 된 상품인데, 서로 다른 영역에 투자하는 펀드를 고른다면 펀드끼리도 분산투자가 되니, 위험도가 매우 낮아진다. 내 경우에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인덱스), 전 세계 전기차(액티브), 금(인덱스), 미국S&P500(인덱스), 코스피200(인덱스), 인도(액티브), 미국 금융주(액티브) 등에 주로 투자했고, 3개월 단위로 성과를 판단해 투자금액 비율을 달리하거나, 성과가 형편없는 펀드는 과감히 환매해 다른 펀드에 재투자했다. 펀드에 투자하는 동안 자격증 공부도 시작했는데, ‘펀드투자권유대행인’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자산을 만들어가는 과정 중에 시험을 준비한 것이라, 힘들었지만 재미가 있었다.      


1년 6개월 정도 펀드에 투자한 결과 총 투자금액의 약 20% 정도의 수익을 냈다. 예·적금보다 높은 5% 정도만 되어도 성공한 것이라 믿었는데, 기대보다 높은 이익을 얻어 기뻤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넘치는 시기여서 주식시장이 좋았다고는 하지만 ‘근로소득’ 이외에 투자를 통해 꽤 많은 자금을 모은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이 경험을 통해 분산투자에 대한 기본기와 세계 경제 흐름에 대한 감각을 갖는 것이 대단히 중요함을 알 수 있었다.    

  

3. 자산 늘리기

    

종잣돈을 모아가면서 두 가지 선택지를 마주했다. 첫 번째는 지금 보유하고 집을 매도하고 상급지의 주택으로 갈아타기를 하는 것. 두 번째는 다주택자의 길로 가는 것.     


나는 여러 가지 고민 끝에 다주택자의 길을 선택했다. 그래서 펀드 투자로 낸 수익을 ‘실현’ 하기로 마음먹었다.      


아파트를 사려면 꽤 많은 자금이 필요한데, 나는 ‘전세 레버리지’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세입자를 구하는 조건으로 원하는 아파트를 매수하기로 이번 달 계약을 하고, 잔금일에 세입자로부터 전세금을 받아 매도인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계약금은 펀드를 환매해 마련했다. 나머지 펀드는 잔금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내가 2주택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별로 해 본 적이 없는데, 부동산에 대한 공부를 하면 할수록 시간을 먹고 자라는 ‘부동산’이라는 투자처가 매력적이라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지금 이 선택에 후회는 없다.  

   

4. 현시점의 결과     


분양받은 집의 시세가 2년 전 분양가의 약 2배가 됐다. 한 달 전, GTX 역사가 들어서고, 지금 사는 아파트를 빙 둘러싸고 3기 신도시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들렸다. 서울이나 다른 대도시에 비하면 크게 놀라운 수준은 아니지만, ‘딱’ 내가 가진 재테크 지식만큼의 수익을 보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면서, 한편으로는 자본주의 사회의 엄격함과 냉랭함에 무섭기도 하다. 이미 2년 보유, 2년 실거주라는 비과세 요건도 갖추었지만, 가만히 있어도 3기 신도시에 포함되는 지역이라 10년 이상 보유하려고 마음먹고 있다. 물론 직장까지는 거리가 있지만, 그 정도는 ‘몸테크’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 계약한 아파트는 세입자를 구하는 중이다. 다가오는 가을과 신학기 시즌을 맞아 전세물건이 부족하게 되면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약간의 걱정은 된다. 하지만 투자는 어느 정도의 위험을 수반한다. 투자자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위험이라면 과감성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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