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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아시스 Mar 14. 2017

루앙 프라방에서 울다

아침 7시에 일어났다. 시내까지 걸어 갈 작정으로 운동화를 꺼냈다. 아침 공기는 차갑다. 시내 쪽으로 향하는 길 옆에 쌀국수 집이 있길래 쌀국수를 먹었다. 조미료가 도발적으로 다가온다.

다시 시내쪽으로 걸어간다. 한참을 걷다가 왼편으로 꺾어드니 한국식당이 보인다. 게스트 하우스들이 몰려 있는 골목에 들어가 거의 골목의 끝 지점에 있는 sysmsphone 하우스로 들어갔다. 여주인이 안젤리나 졸리를 40% 정도 닮았다. 가격은 7만킵(8천원)이다. 성수기 같은데도 가격이 저렴하다. 

 유명한 관광지라면 으레껏 부록처럼 끼어 나오는 온갖 호객행위와 바가지가 서로를 갉아먹고 관광객의 발길도 돌릴 거라는 그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무작정 거리로 나와 조마베이커리로 가서 다시 ‘월든’을 펼쳤다.

 눈물이 기다렸다는 듯이 터져 나왔다.

 책장을 넘기기 어려웠다.

씨엠립 카페에서 그랬던 것처럼, 책은 읽지 못하고 눈이 충혈된  된 상태로 수첩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남들이 보면 이상하게 보이는 풍경이다.

마치 감옥에 있는 사상수들 마냥 생각의 철문을 열지 않았는데 강제로 문을 열고 나온 형국이다. 누룩처럼 숙성 된 생각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감수성에 포로로 갇혀 허우적거리고 있는 사이 석재쌤이 벌써 도착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석재쌤이 숙소를 이미 구한 상황이라 다음날을 기약했다.

저녁 7시에 열리는 야시장이 족히 1km 정도는 된다. 상품들이 다양하다. 지름신이 강림하려고 한다. 평소 사고 싶었떤 인도바지를 사고 팔찌를 샀다. 

호객 행위 없는 깔끔함과 절제 있는 야시장이 좋다.

여기, 루앙 프라방

                                                             2월 12일 수



석새쌤이 내가 있는 게스트 하우스로 왔다. 방을 따로 잡자고 한다. 아직도 기침은 진행중. 가방을 가지러 가는 석재쌤 따라 나도 같이 나갔다. 그리고 강변에 앉아 다시 ‘월든’을 꺼냈다.

200년 전 자본의 속성을 알고 지혜를 마련한 이가 이 책의 저자 소로우다.

후대에 스콧 니어링이 구체적인 실천을 보여줬다면 소로우는 자본의 음모가 보이기 전부터 그 싹수를 알아차리고 경고를 날린 *카나리아였다. 그러나 카나리아의 비명은 자본의 욕망에 눈이 먼 인간들에게 들리지 않았다. 인간의 욕망과 결합한 자본은 권력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를 하면서 어린 노동자를 동원하고 18시간의 오랜 노동으로 가난한 시민을 괴롭히고 식민지를 만드는 추악한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하지만 인간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시민혁명 정신이 자본주의를 다시 정리했다지만 미국은 여전히 공정한 경쟁보다는 성공과 능력위주로 회전하는 약육강식이 바탕인 천민자본주의의 메카가 되고 말았다. 불행하게도 미국의 영향 아래에 있는 우리와 동남아 국가들은 미국의 뒤꽁무니를 쫓고 있다. 

홍익인간이 인간존중의 정신을 보여주는 이념이라고 배운 역사 수업은 개짖는 소리에 불과하다. 학교에서는 가학과 피학이 대중문화는 오로지 돈을 중심으로 돌아가며 성공에 눈이 먼 아이돌은 우정을 배우지 못하고 비열한 거리에서 이전투구를 배우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외모를 뜯어고쳐야만 인생이 펴질거라는 신화가 지배하는 성형천국의 현실이 안타깝다.

 그래서 캄보디아의 씨엠립이 아쉬웠다. 우리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거 같아서,    


      *카나리아는 광산의 갱도에 유독 가스 확인을 위해 먼저 들어가서 위험을 알리는 전령사 역할을 한다.    

2월 13일 목                


오늘은 루앙 프라방 가까운 곳에 있는 작은 폭포를 간다. 석재쌤이 제안했다. 오토바이를 빌려 둘이서 타고 가는데 석재쌤이 무척 즐거워한다. 여러번 물어 물어 비포장 도로를 타고 도착하니 배를 타고 가는 곳이다. 배를 타고 들어가니 작은 숲이 있는 한국의 유원지 같은 곳이다. 우리가 기대했던 거와 달리 코끼리를 타거나 짚 라인을 타고 폭포를 가로 지르는 어드밴쳐 공원이었다. 동남아 관광지에서 빼놓을 없는 중요한 밥벌이 수단, 코끼리. 늙은 코끼리였다. 등가죽이 많이 낡았고 눈망울을엔 총기가 없다. 두 마리인데 한 마리는 코끼리만한 덩치의 두 아줌마를 태우고 연못을 돌고 있었다. 두 아줌마의 무게를 합치면 코끼리와 맞먹지 않았을까? 코끼리 한 마리는 쇠사슬이 발목에 발찌처럼 걸려 있다. 가끔씩 코끼리가 이동 중에 움직이지 않고 주인한테 개기면 조련사는 바로 코끼리 귀를 잡고 코끼리 머리 위에 올라타고 코끼리를 재촉한다. 

영화 ‘혹성탈출’이 생각났다. 

자연을 즐기는 에코티어링으로 하면 어땠을까? 편안하게 갔던 폭포 여행이었는데 마음만 무거워졌다. 비포장도로의 먼지를 먹으면서 다시 돌아왔다. 건기의 하늘은 먼지 덕분인지 맑고 파란 하늘은 아니었다.

마지막 밤이라 모자란 돈을 챙겨서 시내로 나갔다. 야시장에 가서 선물을 사기 전 노점 쌀국수 집에서 쌀국수를 사먹었는데 간만에 눈을 번쩍 뜨게 하는 쌀국수였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그동안 엉뚱한 곳에서 시식을 하고 있었다. 

석재쌤이 스카프를 산다고 모녀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흥정을 하고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의 미소가 곱다. 라오스를 떠나서도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지금거렸다. 마지막으로 수제노트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오니 아뿔싸! 지갑이 사라졌다. 

라오스 맥주 비어다크를 다섯병 정도 마시면서 쓰린 속을 달랬다. 그리고 여행 도중 마음에 담아 있던 앙금을 석재쌤한테 털어놨다. 

                                                 2월 14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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