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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아시스 Mar 15. 2017

2014, 비엔티엔 그리고 카오산 로드

기차를 타기 위해 태국의 롱카이로 간다. 아침 일찍 일어나 승합차를 타니 4명의 손님뿐이다. 하지만 빈자리로 가는 일은 없는 법 시내를 몇 번 돌고 보니 빈자리가 많이 지워졌다. 나중에는 2명이나 초과다. 외국인들은 익숙한 장면인지 불편한 기색없이 자리를 비집고 들어간다. 비엔티엔에 1시에 도착. 차에서 내리니 브로커들이 달려든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여행자들이 오면 차표를 대신 끊어주는 대행업자들이었다. 루앙프라방은 북쪽이라 시원했는데 남쪽 비엔티엔은 몹시 덥다. 차표를 끊고 나는 어김없이 터미널 근처 식당에서 까오삐약(라오스 쌀국수)을 먹었다. 낯선 손님과 마주보고 먹는 건 이곳의 일상, 고등학생 친구들이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반가웠다. 더위에 강한 석재쌤을 두고 나는 근처 커피숍에 찾아가서 1시간 정도 않아 여행기를 적어 내려갔다. 

쇼핑몰 까페에 피신하기 다행이다. 팔꿈치 안쪽에 생긴 붉은 반점이 몸이 더위에 많이 노출되었다는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필리핀에서 얻고 온 병이다. 남쪽 열대의 건강한 기운은 마음엔 좋은 약이었는데 몸에는 독이 되었다. 몸에 열이 많은 걸 모르고 7개월을 머물렀다. 그리고 선생님들과 회식할 때는 몸을 뜨겁게 하는 맥주를 마셨다. 피부과를 전전하며 치료를 했지만 쉽게 나질 않았다. 가장 좋은 치료약은 시원한 곳에 가는 것뿐이다. 그래서 지금은 몸의 눈치를 많이 본다. 

 국경을 통과하는 국제버스는 에어컨이 빵빵하다. 약 1시간 거리인데 기사의 복장과 차의 상태는 10시간 정도를 달려야 성이 차겠다. 국경 통과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이런 날이 오지 않을까? 아니 국경이 필요하지 않은 날이 왔으면 좋겠다.

 태국 롱카이에 내려 게스트 하우스를 찾다가 찜닭 되는 줄 알았다. 가볍게 찾을 수 있다고 생각 한 건 오산이었다. 태국 친구들은 영어와 친하지 않았다. 영어로 물어보면 몹시 부담스러워한다. 그리고 남의 어려움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심지어 주변지리에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간혹 알려준다고 해도 정확하지가 않아서 몇 번을 헛바퀴 돌다가 결국 뚝뚝을 타고 게스트 하우스로 갔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주인인 게스트 하우스엘 들어갔다. 꼼꼼한 주인이다. 내일 방콕 가는 기차를 걱정했더니 아들보고 기차역까지 안내해달라고 한다.

 메콩강 근처 식당에서 베트남 음식을 먹고 맥주를 마셨다. 하지만 이날 마신 맥주가 더운 기운을 뿜어내는 바람에 중간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잠이 들었다. 아니 뒤척거리며 오지 않는 잠을 보챘다.    

                                         2월 17일 월




뒤척이다가 기상 시간보다 일찍 깼다. 굳이 예매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빈자리가 많았다. 새벽이라 그런지 몹시 선선해서 바로 에어컨 객실로 가지 않았다. 예매할 때 에어컨 객실과 선풍기 객실이 있었는데 우린 에어컨 객실을 선택했다.  석재쌤 말로는 에어컨 객실이 냉동고 수준이라고 한다. 두 시간 정도 선풍기가 있는 객실에 있다가 에어컨 객실로 이동했다. 점심 때 잠깐 선풍기 객실을 살펴보러 왔다가 나는 깜짝 놀랐다. 찜질방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그 찜질방에서 자는 사람도 있었다. 5시 정도 방콕에 도착했다. 

택시기사와 실랑이를 벌였다. 택시 기사들의 말은  ‘지금 방콕이 살벌하다. 총알이 날라 다닌다’ 왜 이리 겁을 줄까? 단순한 호객행위라고 생각했다. 방콕에 시위가 있는 줄 알았었지만 설마 그 정도까지 일까? 했는데 택시 기사들의 말이 옳았다. 카우리들의 목적지 카오산 로드가 가까워지면서 도로 옆에 경찰차 몇 대가 엎어져 있었다. 바리케이이드가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카오산 로드는 무정부상태 같았다. 여행 오기 전에 읽은 카오산 로드에 관한 책은 무척이나 수수했는데 카오산 로드는 씨엠립에서 마주했던 관광지의 얼굴이었다. 어김없이 서양친구들이 도로를 향해 거만하게 소파에 기대어 맥주를 기울이고 있거나 안마를 받고 있었다. 택시 기사들이 다가와서 은밀하게 속삭이고 갔다. 새벽 3시까지 카오산 로드는 관광객을 쥐어짜느라 소음을 줄이지 않고 지친 여행객들의 잠을 방해하고 있었다.     

                                                           2월 18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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