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라오스 그리고 베트남 태국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 번 쯤은 들러 본 곳입니다. 삶이 고단할 때 잠시 순백의 영혼들을 마주보고 마음을 달래고 오는 곳. 물론 한국에서 누리지 못하는 호사를 누리기 위해 가기도 합니다. 골프채를 들고 가기도 하고 쇼를 보러 가기도 하고 더러 한국의 기세등등한 여자들에게 기를 펴지 못했던 이들은 현지 여자들의 친절에 감동해서 몇 번이고 가기도 하고 가끔씩 못된 버릇도 보여주고 옵니다.
여행은 종교와 닮아 있습니다. 종교 밖에서 온갖 악다구니 하며 인생과 드잡이 질 하다가 거룩한 성전에 들어서면 다림질한 얼굴이 되어서는 가장 자비스러운 얼굴로 형제자매를 부르기도 하고 신 앞에 나아가선 티끌이 많은 마음들을 닦아 냅니다. 여행은 종교처럼 정기적으로 마음을 세탁하는 곳입니다.
여행은 우리에게 결핍 되어 있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특히 동남아시아는 7,80년대의 모습이 남아 있어 아주 적절한 곳입니다. 그래서 때가 되면 인간 본연의 모습을 만나기 위해 순례의 행렬이 이어집니다. 정신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인도를 찾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기는 마음의 허기를 메꾸기 위해 떠납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배운 건 너무 멀리 가서 찾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까이서 할 수 있는데 멀리 가서 대리만족만 하고 옵니다.
용기가 없는 까닭입니다. 우리가 사는 현장은 고단한 육신을 눕히기엔 너무 딱딱한 돌침대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틈이 많이 벌어져 있습니다. 소통의 매개체인 스마트폰은 이런 틈을 메꾸는 게 아니라 더 벌어지게 하는 강화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SNS의 출입횟수는 외로움과 비례합니다.
저두 이번에 남들처럼 캄보디아와 라오스로 갔습니다. 가기 전에 욕심 버리고 그냥 물끄러미 바라만보고 돌아오자고 떠났습니다. 동시에 떠나 온 제 주변을 얼마나 따뜻하게 품고 있었을까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떠나보니 비슷했습니다. 이제 떠나는 걸 잘 생각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