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시타디니와 카사미아니
수요일마다 진행하는 커뮤니티 프로젝트 시간
첫 방문지는 영아들이 있는 고아원이었다.
그곳을 갔다 온 후 나는 상당히 불쾌했다.
우리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 중에서 가장 불온한 동정의 시선을 가지고 그들을 대했다.
찝찝한 여운이 가시기 전에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이 카사시타디니였다.
여자들만 모인 곳.
나이 든 친구들이 있어서 첫 방문보다는 우려할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함께 영화 '빌리 엘리엇'을 봤다.
그때 보였던 영화에 대한 적극적인 반응 때문에
우리 나눔부 친구들(상영,용진,계현,미정)과 지속적인 커뮤니티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그곳엘 가서 영화를 보여주기로 했다.
그 후
구니스, 스쿨 오브 락, 나초 리브레, 사랑의 블랙홀, 원스를 보여줬다.
나중까지 고아원인 줄 알았더니
청소년 보호시설 같은 곳이었다.
가정 폭력에 시달리거나 가난 때문에 가정에서 감당하기 힘든 친구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첫 번 째 방문에 화답하듯
카사시타디니 친구들이 학교엘 찾아왔다.
가볍게 공동체 놀이를 하고 식사를 함께 하고 우리 친구들이 공연을 했다.
그리고 나를 뭉클하게 했던, 카사시타디니 친구들이 합창을 했다.
가벼운 춤 동작과 함께 부른 'We wana see'
힘이 느껴지는 노래는 아니지만
여린 목소리에는 저력이 담겨 있는 여성성이 느껴졌다.
왕왕거리는 정글 같은 세상을 보듬으려는 모성애가 느껴지는 가냘픈 목소리였다.
이후 남자 청소년 보호시설 친구들 '카사미아니' 친구들과 함께 하는데
카사시타디니 친구들과는 자매 기관이라
이들끼리 모여서 공연 연습도 하고
나중에 알고 보니 결혼식이나 중요한 행사에 출연료를 받고 공연을 하는 단체였다.
공연료 수익은 그들의 재정을 뒷받침하는 주 수입원이고,
이런 사실도 모르고
나는 우리 친구들과 카사시타디니 친구들과 동아리를 만들어서 합창 연습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다행히 겸손한 우리 친구들이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바람에
그 계획은 무산됐다.
카사미아니 친구들의 목소리도 마찬가지로 힘이 느껴지진 않았다.
희망의 목소리는 아니지만
여린 목소리에는 필리핀이 그동안 겪어 온 긁힌 상처가 보이기도 하고,
희망을 가지고 싶어 하지만 찾기 힘들다고 호소하는 어떤 탄식도 느껴지고,
웃고 있지만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라는 자조와,
희망의 지점을 필리핀 바깥에서 찾고 싶어 기회를 노리는 여인들의 욕망,
그 욕망에 비치는 체념의 미소로 보이기도 하고,
그리고 필리핀 남자들에게 보이는 알 수 없는 무기력감,
작은 목소리에 너무 많은 영상들이 흘러간다.
2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