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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아시스 Mar 25. 2017

여행은 만남이다. 6

   -노리터 마미야스

필리핀에 와서 내게 가장 의미 있는 일을 꼽으라면

책 13권을 읽었다는 점이다.

집중해서 읽는다면 가벼운 책들은 하루에 끝낼 수 있을 정도다.

한국에서 가져온 책은 이미 다 읽었고

필리핀 학교에 있는 책들 중에서 이것저것 골라서 읽었다.

한국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

핑계 같지만 한국은 독서를 허락하지 않았다.

책을 읽어도 머리 속으로 입력된 내용들은 일상의 고민과 한통속이 되어 돌다가 

엉킨 빨래마냥 정리가 되지 않았다.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한 부분도 있구

영상작업을 하다 보니 영상 쪽으로만 발달한 지각 기관의 까다로운 입맛도 일조를 한다.

노리터는 리플라자 근처에 있다.

한국인이 오너라는 점 때문인지 몰라도 

한국인들을 자주 볼 수 있는 곳이다.

우리 친구들이 가끔씩 한국인을 봤다고 

자랑하기도 한다.

해변가 쪽으로 많은 식당들이 있는데

책을 읽을 만한 곳을 찾기 힘들다.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로 노리터를 찾는다.

음료값은 제법 비싼 편이다. 가끔씩 한국인들이 들어오면 똥꼬에 끼인 팬티처럼 

모르는 척하는 하는 것도 아는 척하는 것도 

불편하다. 

그러다가 마미야스를 만났다. 해변가 쪽이라 

경치는 괜찮고 분위기는 정통 까페 스타일이다.

쿠키와 케익 그리고 음료를 팔고 있구 

옆에 식당이 함께 있다.

나는 커피를 못 마시고 맛도 몰라서 

여기의 커피맛이 어떤지는 모른다.

그저 나를 건드리지 않고 조용하게 놔둔다면 

아무 상관없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일기장으로 쓰려하던 공책에 감상을 적었다.

심리학 관련 서적이 많았고

우리 친구들이 추천한 책 '호프'를 읽고 잠시 뭉클함에 젖었다. 


                     20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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