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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아시스 Aug 27. 2016

스스로 디자인하는 여행

간디계절학교


둘째 날입니다.

첫째 날 밤은 조금 바뻤습니다.

이틀 만에 여행을 기획하고 출발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시간을 핑계로 밀어 부치지 말아달라고 담임샘들에게 부탁했습니다.

 목표 중심보다는 과정을

 성공보다는 사랑을

 저희 간디학교가 지향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어제 모둠편성을 했습니다.

4모둠이 편성됐고 오자마자 받았던 장르 선호를 중심으로 편성했습니디.

관계 중심으로 돌아가는 친구들이기에 모둠 편성은 신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몇몇 친구들은 조금 불편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합리적인 지점을 찾으려 했습니다.


대안학교에서 가장 많이 배우는 건

관계입니다.

날카롭게 충돌하던 1학년 친구들이

3학년 정도 되면 다름을 수용하는 성숙한 친구들이 됩니다.

우리 친구들에게 비록 5박 6일의 일정이지만

짧은 관계를 통해 자기를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생각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관계는 누군가 일방적인 잘못이 아니라 상호작용이 전제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대학교 시절 국문학도라서 매년 문학답사를 다녀 온 적이 있었습니다.

한번은 조치원에서 부산까지 기차를 타고 거제도를 다녀오는 대중교통을 이용한 답사였고

두 번째는 전라도 강진과 해남을 중심으로 관광버스를 대절한 답사였습니다.

지금까지 제 기억 속에서 오래 지금거리는 건 거제도 답사였습니다.


최근에 다녀온 라오스 18일 여행과 10박 11일 패키지 터키여행도 비교가 되는 여행이었습니다.

패키지 여행은 LTE 시대에 어울리는 여행 방식입니다.

가장 빠르게 구경하고

사진 찍고

먹어보고

쇼핑 하고

돌아옵니다.

MSG처럼 잠깐의 자극을 받고 오는 여행입니다.

그동안 우리들의 여행은 과정이 생략된 채 목적지 중심의 여행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모는 자가용에 기댄 챈 목적지에 가서

삽겹살 구워 먹고

스마트폰 하다가

혹은 어른들은 소주 한잔하다가

돌아왔습니다.

풍경은 그저 눈요기의 대상이었습니다.


이번 계절학교의 여행은 천천히 가면서 풍경과 상호작용하는 여행입니다.

속도 때문에 놓쳤던 것들을 자세하게 보면서 갑니다.

허름한 골목

왁자지껄 시골 시장

나른한 시골 시내버스

기름 냄새 나는 터미널

제천역 장칼국수

풍경이 관람의 대상이 아니라

아름다운 일상을 구성하는 소중한 대상이라는 걸

배우고 오는 여행입니다.

그리고 친구들은 애증의 대상이 아니라

든든한 도반이라는 걸 배웁니다.


그동안 여행의 주도권은 어른들의 몫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신의 선택과 상관없는 여행에

들러리로 갔다가 스마트폰만 만지작 거리다가 돌아왔습니다.

이번 계절학교 동안

비록 머리 아프게 기획을 하고

엉성한 일정표로

여행을 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건 그들이 스스로 기획했다는 점입니다.

프로그램의 주체가 되는 순간

투덜거림은 사라지고

실패와 성공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지금 열심히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내일 떠납니다.

그들이 돌아오는 목요일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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