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미술치료사로서의 중요한 자질은 무엇일까요? ‘공감 능력’ 일 것입니다. 하지만 ‘공감’과 ‘역전이’ 사이엔 분명 회색지대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회색지대를 최소화하고 객관적인 ‘공감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치료사는 자기 성찰(introspection)이 필요합니다. 좀 더 직관적인 용어를 사용하면 '반성'하는 것이죠. 학창 시절 반성문 좀 써 보셨나요?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다시 살펴서 멋지게 글로 표현하는 반성문 좀 써보셨나요? 자기 보고식(self report) 내면 탐색 과정을 통해서, 치료자는 스스로 자신의 경험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행하는 이러한 과정은 주관적인 감정에 치우칠 우려가 있고, 객관화한다는 것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또한 내면을 스스로 탐색하는 과정 자체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치료자는 교육분석을 통해서 치료자 자신의 내면세계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어 치료 및 치유하고,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치료사로서의 객관적인 공감 능력을 끌어올린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성찰(introspection)은 치료자 자신의 마음의 병을 먼저 치료하기 위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환자가 환자를 치료할 수 없고, 그것이 마음의 병이라면 역전이를 벗어나기 힘들 것입니다. 이렇게 형성된 ‘공감 능력’을 장착하고 내담자의 마음속 길을 함께 걸어갈 수 있을 때, 진정한 ‘공감’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치료자가 유사한 경험을 했다고 해서 자신의 ‘감정의 길’에 내담자를 끌어들여 함께 걷는 것은 내담자를 위한 치유의 길이 아니라, 치료자 자신을 위한 치유의 길이 될지도 모르는 역전이입니다. 유사한 경험은 유사할 뿐 내담자가 느낀 “개별 경험의 특수성”(주리애, 2021)과는 다릅니다. 나의 경험적 특수성을 내담자에게 강요하는 꼴이 됩니다.
“서로 연결될 수 있는 보편성”(주리애, 2021)을 찾아 공감하기 위해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살피는 자기 성찰(introspection)이 필요합니다. 어린 시절 기억이 자신의 시선이 아닌 타인의 시선으로 나의 모습이 기억되듯 메타인지적 관점으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훈련이 치료사에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찍는 사진 촬영에서도 '자기 성찰'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심리적인 '자기 성찰' 이라기보다는 보편적인 기준을 보는 작가의 '눈의 기준'을 캘리브레이션 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가끔 창업반 수료작가님이 운영하는 스튜디오에 지나는 길에 응원차 방문하곤 합니다. "사진촬영엔 문제없으시죠?"라고 물어보면 "네, 하던 데로 잘 진행하고 있습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이게 무섭습니다. 하던 데로 하고 있다는 말이 제일 무섭게 들립니다. "네 매일매일 나도 모르게 기준에서 어긋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촬영한 사진 한번 볼까요?" 역시나 사진은 세월만큼 틀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일 촬영하는 사진에서 작가는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교육할 때, 기준에 맞추어둔 첫 사진을 항상 곁에 두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한번 지금의 사진과 비교해 보라고 권합니다. 사진작가의 눈도 객관적인 기준에 맞추어 캘리브레이션 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