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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운 Oct 07. 2023

당신은 창조적이신가요?

미술치료에서 창조성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당신은 창조적이신가요?


'창조성'에 대해 이렇게 생각합니다. 의식 영역 밖의 세계에 있는 어떤 자원을 의식 영역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창조성’이라 말하고, 그러한 힘을 ‘창조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의식의 어떤 자원을 의식영역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창조성이라고 한다면 저는 부족한 듯합니다. 예술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도 이 지점에서 자기 성찰(introspection)이 절실합니다. 다만 누군가가 의식화한 대상물을 다시 해체하여 역추적하는 능력과 그 대상물을 좀 더 좁은 언어적 굴레의 세계로 한 번 더 불러들이는 능력은 제법 성공적인 듯합니다. 오히려 예술가로서의 자질보다는 비평가로서의 자질에 좀 더 가까워 보이긴 합니다. 저는 이러한 영역을 다이어그램으로 표현하곤 하는데요.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면서 계속 저의 개념을 테스트해보고 있습니다. 


"당신은 창조적이신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한 문장으로 적는다면, Answer : “저는 창조적 유연성이 부족합니다”라고 답하겠습니다.


미술치료에서의 창조성


미술치료에서의 창조성 역시 위의 답변과 맥을 같이 합니다. 고전적 의미의 포이에시스 개념으로 보면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는 창조적 과정일 수 있고, 그러한 일련의 활동을 창조성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적 의미에서의 창조성은 ‘독창성’, ‘새로운 아이디어’, ‘본 적 없는 새로운 것’, ‘비논리적이지만 미적 가치가 높은 것’ 등 용어 자체의 의미가 상당히 주관적이고 이런 것들을 창조적이라고 말하고, 창의성이 있다고 애매하게 말합니다. 


그렇다면 미술치료에서의 ‘창조성’은 어떻게 개념적인 접근이 필요할까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내담자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 내담자는 ‘창조성’이 있나요? 고전적 의미론 무언가를 만들어냈으니 ‘창조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주관적이지만 그림이 그렇게 잘 그려졌거나, 독특하다고 느끼지 못했다면, ‘창조성’이 있다고 쉽게 말하지 못합니다. 이것은 보는 이의 관점에서 주관적으로 바라본 판단이며, 의식의 세계에서 기존에 봐왔던 그림의 형태와 견주어 창조적 능력을 평가하고 있어서일 겁니다. 


하지만 미술 치료적 관점에서 ‘창조성’을 살펴본다면, 보는 이의 일반적인 작품 감상이 아니라, 내담자의 무의식적 자원이 잘 표현되었는가를 알아차릴 때, 그 작품은 ‘창조성’을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작품 감상에서는 그다지 ‘창조성’이 없는 평범한 그림일지라도, ‘알아차림’은 그 그림을 창조적으로 변화시킨다고 생각하고, 치료사는 이러 한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알아차림’이란 것이 바로 의식화이고, 내담자 스스로는 알 수 없는 그림의 어떤 부분을 치료사가 알아차려서 내담자의 무의식 자원을 의식화하는 데 성공하여, 내담자 역시 그 알아차림에 동의가 된다면, ‘창조적 유연성’은 커지고, 회기가 진행될수록 내담자는 더 많은 유의미한 창조적 작품활동을 펼칠 거란 생각이 듭니다. 


결국, 미술치료에서의 ‘창조성’이란 의식 세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미의 미적 독창성과는 다르고, 작품과 내담자의 마음 사이의 ‘다리(Bridge)’가 연결되었을 때를 말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다리가 잘 이어졌을 때를 저는 ‘창조적 유연성’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다리'가 많아지면 의식화를 위한 통로가 여러 개 생기는 것이고, 융이 말하는 그림자일 수도 있는 무의식적 자원이 의식 영역으로 흘러들어와 작품으로 상징됩니다. 그 상징과 무의식적 자원을 내담자 스스로 이을 수 있는 '창조적 유연성'이 생기게 되면 매우 성공적인 훈습으로 이어지게 되고,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될 것입니다. 작품을 쏟아내는 예술가가 작품활동을 하는 것 만으론 스스로를 치유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무의식적 자원을 의식의 세계에 쏟아내지만, 예술가 자신의 마음과 작품 간의 연결 '다리'를 만들지 못한 거죠.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미술치료에 있어서의 ‘창조성’은 ‘작품과 내 마음의 브리지’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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