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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운 Jun 30. 2019

RAW vs. JPEG

Q : RAW 파일과 JPEG 파일 중 어떤 걸로 찍어야 하나요?

Q : RAW 파일과 JPEG 파일 중 어떤 걸로 찍어야 하나요?


이 질문에 제가 다시 질문을 드려 보겠습니다. 알고 보면 애초에 질문이 성립하지 않아 보입니다.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 보셨다면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할 때 필름을 넣어서 촬영하시죠? 혹시 인화지를 넣어서 촬영하시나요? (즉석 필름 카메라는 생각하지 마시고요) 인화지는 필름으로 촬영한 사진을 현상한 후 사진을 볼 수 있도록 인화할 때 필요한 종이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필름이 RAW 파일로 변한 것이고, 인화지에 인화된 사진이 JPEG 이미지로 바뀐 것입니다. 그렇다면 필름을 넣어서 촬영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과정이기 때문에 디지털카메라에서도 필름에 해당하는 RAW 파일로 선택해서 촬영하는 것이 일단은 맞아 보입니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는 두 가지의 파일 포맷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서 촬영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또는 두 가지를 모두 촬영할 수 있도록 옵션을 제공하는 카메라도 있습니다. (보통 상위 기종의 카메라로 갈수록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더 다양합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이유는 암실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현상소가 사라졌습니다. 사라졌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현상소 역시 디지털 현상소로 바뀐 것입니다. 물리적인 공간을 차지하는 오프라인 현상소가 소프트웨어로 구현된 디지털 현상소로 변신하여 디지털카메라 안으로 입점해버렸습니다. 현상과 인화비용이 따로 들지 않는 내 카메라 속의 나만의 현상소입니다. 즉, 필름 카메라는 촬영만을 담당했다면 지금의 디지털카메라는 촬영과 현상 및 인화를 찍는 순간 동시에 하게 됩니다. 이렇게 카메라 속에 내장된 디지털 현상소를 통해서 가공된(보정된)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면 JPEG 파일 포맷으로 선택하면 됩니다. 아날로그 필름을 현상소에 맡겨서 사진으로 뽑아내는 과정과 마찬가지입니다. JPEG 파일을 선택했다고 카메라는 JPEG 포맷으로 사진을 찍는 건 아닙니다. 인화지를 필름 카메라에 넣을 수 없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카메라는 무조건 필름에 해당하는 RAW 파일 포맷으로 사진 촬영을 시작합니다. 만약 당신이 메뉴에서 JPEG을 선택했다면, 카메라는 우선 RAW 파일 포맷으로 사진을 촬영하고 나서 입점되어 있는 현상소를 거쳐서(Image processing) 보정된 이미지(JPEG)를 완성하고 난 후, RAW 파일은 삭제해서 저장 용량을 확보하게 됩니다. 반대로 RAW 파일만을 메뉴에서 선택한다면 카메라는 RAW 파일로 촬영하고 나서 카메라 내부의 현상소로 RAW 데이터를 보내지 않고 그대로 원본 데이터만을 저장하게 됩니다. 어쨌거나 RAW 파일로 선택해야 할까요? JPEG 파일로 선택해야 할까요?


그 답은 간단합니다. '자가 현상'의 유무입니다. 다시 말해 자가 현상을 할지 아니면 현상소에 필름을 맡길지를 선택하면 됩니다.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한 후 필름을 카메라에서 꺼내어 보통은 현상소에 그냥 맡깁니다. 조금 더 신경을 쓴다면 현상과 인화를 잘해주는 현상소를 찾게 되고, 내가 원하는 색감이 잘 표현되고, 노출의 밝기도 알아서 적당히 잘 보정해주는 곳을 선정해서 맡기게 됩니다. 디지털카메라에서는 이렇게 하는 것이 JPEG 파일로 촬영하겠다고 선택하는 것입니다. 내 카메라에 들어있는 현상소에 바로 현상과 인화를 맡기는 것이죠. 내 카메라의 현상소가 맘에 들지 않으면 현상소만을 바꿀 수는 없고 디지털카메라를 바꾸던지 아니면 RAW 파일 포맷으로 촬영한 후 자가 현상을 해야 합니다. 캐논 카메라의 캐논 현상소, 니콘 카메라의 니콘 현상소, 소니 카메라의 소니 현상소가 입점해 있으니, 각 현상소마다 사진 이미지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역시나 사진의 모든 컷을 나의 입맛에 맡게 보정해주는 현상소는 없습니다. 


그래서 필름 시절에 사진을 좀 한다는 작가들은 암실(Darkroom)에서 직접 현상과 인화를 했습니다. 이것이 '자가 현상'입니다. 디지털카메라에서는 RAW 파일로 선택하면 내가 자가 현상을 하겠다는 뜻이 됩니다. 카메라 내부의 현상소를 거치지 않고 원본 그대로의 파일만을 저장하도록 명령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의 사진 좀 한다는 사람들은 암실(Darkroom) 아니라 컴퓨터에서 현상과 인화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필름 시절의 암실 작업을 하게 됩니다. 어도비 사에서 만든 사진 전문 편집 프로그램 이름이 다크룸(Darkroom)이 아니라 라이트룸(Lightroom)인 이유입니다. 더 이상 어두운 암실은 필요 없습니다.


필름 카메라를 구매하는 것보다 디지털카메라를 구매하는 것이 더 피곤한 일이 되었습니다. 필름 카메라로 촬영하면 그나마 내가 원하는 현상소에 맡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는 카메라를 구매할 때 현상소까지 결정해야 합니다. 카메라를 구매할 때 제조사마다 다른 분위기의 JPEG 이미지를 살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카메라 속의 작은 현상소가 만들어 주는 이미지 수준에 만족할 수 없어서 포토샵 혹은 라이트룸과 같은 현상 프로그램으로 '자가 현상'을 할 계획이라면 제조사별 JPEG 이미지 분위기에는 덜 신경써도 됩니다. 카메라 내부의 현상소 수준보다는 카메라 자체 이미지 센서의 품질이나 카메라 조작의 편의성 등이 카메라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JPEG는 인화된 종이와 같습니다. 즉 완성된 결과물입니다. 현상과 인화 과정을 모두 거쳐서 마무리된 사진 결과물입니다. 내가 직접 '자가 현상'을 할 생각이라면 RAW 파일로 촬영하는 것이 맞습니다. 특히, 밝고 어둠의 차이가 큰, DR범위가 넓은 자연환경에서는 RAW 파일의 관용도를 활용해서 보정작업을 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JPEG로 촬영하는 것은 찍는 순간에 현상소에서 해야 할 일까지 결정해서 촬영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자가 현상'을 하는 일보다 더 번거로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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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DR이 뭐죠? HDR은요?

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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