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트라스트(Contrast)가 강하다? 혹은 약하다?라는 말을 사용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사진을 보면서 "콘트라스트가 좀 센데?" "콘트라스트를 좀 줄이는 게 좋겠어!"라는 식으로 표현해 보셨나요? 혹은 들어 보셨나요? 도대체 어떤 사진을 보면 콘트라스트가 강하다고 하는 걸까요? 느낌적인 느낌으로 그냥 딱 보면 아시나요? 사진에서는 상대적인 의미로 '플랫(Flat)'하다는 말도 종종 사용합니다. 평평하다는 뜻의 이 말은 사진에서 어떤 의미로 쓰이는 걸까요?
사진학교 첫 학기 때 숙제로 처음 제출한 사진의 피드백에 'Flat(플랫)'이라는 문구가 휘갈김체로 적혀있었어요. 무슨 뜻인지 몰랐어요. 그래서 사전도 찾아보았습니다. 평평하다는 뜻이었어요. "내 사진이 평평하다고?"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몰랐습니다. 내가 보기엔 나쁘지 않은데 뭘 어떻게 수정하라는 건지 감이 오질 않았습니다. 암실에서 다시 인화해서 숙제를 제출했습니다. 이번에 돌아온 피드백엔 빨간 팬으로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too contrast" 필기체로 멋지게 휘갈겨 적혀있었죠 "이번엔 콘트라스트가 너무 심하다고?" 저의 첫 학기는 사진을 보는 눈의 기준을 확립하는데 온 힘을 쏟았습니다.
사진에서는 콘트라스트(Contrast)가 낮을 때를 플랫(flat)하다고 표현합니다. 그렇다면 콘트라스트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밝음과 어둠의 차이입니다. 밝음과 어둠의 차이가 크면 콘트라스트가 높다고 말하고, 차이가 적으면 콘트라스트가 낮다고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검은색 종이와 흰색 종이를 나란히 옆에 붙여보세요. 검은색과 흰색의 대비가 뚜렷합니다. 두 경계면엔 명확한 선이 생기죠? 선명합니다. 이번엔 검은색은 점점 옅은 회색으로 변화를 주고, 흰색은 점점 짙은 회색으로 변화를 준다고 생각해보세요. 검은색과 흰색 사이의 분명했던 경계가 흐려지게 될 것입니다. 대비가 줄어들게 됩니다. 콘트라스트를 우리말로는 '대비'라고 합니다. 콘트라스트, 즉 대비가 높은 사진은 선명하게 느껴지고, 대비가 낮은 사진은 흐릿하게 느껴집니다.
결국, 사진에서 선명도를 끌어올리는 우선적인 방법은 콘트라스트(대비)를 조절하는 것인데, 그것은 밝음과 어둠의 차이를 늘려주는 것입니다. 밝음과 어둠의 차이가 늘어나면 경계면이 뚜렷해져서 우리 눈은 선명하게 느낍니다. 사진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해 보신 분은 '선명도 Sharpness'라는 메뉴 항목을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내 사진을 좀 더 쨍하게 만들기 위해서 대놓고 선명하게 해 준다는 이 항목을 자신있게 조절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이 메뉴 항목은 밝음과 어둠의 차이를 조절해서 선명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인식된 선을 덧칠해서 인위적으로 선명하게 보이게 만든다는 것을 주의하셔야 합니다. 특정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 부분만을 펜으로 덧칠해서 더욱 또렷하게 보이게 하는 것과 같은 모양새입니다. 선명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예리함은 떨어지고 거칠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의 선명도는 밝음과 어둠의 대비를 조절해서 일단 만들어내는 것이 순서입니다. 그래도 추가로 더 선명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제한적으로 '선명도 Sharpness' 메뉴를 사용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