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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운 Jul 11. 2019

서로를 위한 작품 속 주인공이 됩니다.

© piunphotography

문을 찍을 때가 있습니다. 모양이 예쁘면 찍게 됩니다. 가끔은 접근할 수 없는 위치에 문이 있을 때도 있습니다. 신기해서도 찍습니다. 하지만 창은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창문이라고 말하는 열고 닫는 기능이 있는 창도 있지만 그냥 뚫려있는 창도 있습니다. 유리나 플라스틱 혹은 비닐로 구멍을 막아놓은 창도 있고, 틀만 있는 창도 있습니다. 문과 달리 창은 그냥 찍고 싶어 집니다. 문처럼 큰 통유리창은 창이지만 찍지 않게 됩니다. 세상에 더 많이 열려있는 것처럼 보이는 통유리창은 오히려 더 다가가기 힘듭니다. 굳게 닫혀 있는 문처럼 '접근 금지'입니다. 그래서 적당히 편하게 생긴 창이 좋습니다.


촬영한 후의 행동도 차이가 납니다. 문을 촬영하고 나서는 문을 열어볼 생각을 잘 안 합니다. 못합니다. 문이 반쯤 열려 있다면 창처럼 다가가서 슬쩍 넘겨보는 게 전부입니다. 문은 굉장히 적극적이야 열어볼 수 있습니다. 주거침입으로 잡혀갈 것을 각오해야 합니다. 상업공간이라도 과감해지지 못합니다. 오픈 사인을 확인한 후에야 조심스럽게 열어봅니다. 창은 슬쩍 다가가서 안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창을 통해서 바라본 안쪽의 모습이 예쁘길 기대합니다. 슬쩍 지나가는 길인 것처럼 안쪽 세상에 부담을 주지 않고 볼 수 있습니다. 나의 침입 흔적을 남겨야 하는 문과는 다릅니다. 때론 안쪽에 있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눈웃음을 교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을 열면 서로 눈이 커집니다. 눈웃음을 건네준 그 사람에게 창 너머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면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합니다. 문을 열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어~ 왜 촬영하세요?"라는 말을 먼저 듣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어~ 저~ 죄송합니다. 아까~... 창 너머로 웃으어주셔...ㅆ....ㅠ 그래서 창이 좋습니다. 편하게 생겨먹은 창문 일 수록 편안한 웃음을 건네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위한 작품 속 주인공이 되어주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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