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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운 Jul 22. 2019

관찰

있는 그대로를 볼 줄 아는가 / 진짜 사진

이 사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나뭇가지, 그림자, 거친 바닥의 그 무엇인가를 암기하듯 보고 또 바라보았습니다. 그림자를 찍은 것일까? 꺾인 나뭇가지를 촬영한 것일까? 틀 속에 담아내지 못한 위쪽의 나뭇가지는 그림자가 그 모습을 보여줍니다. 초점이 흐려진 가는 가지의 끝 모양 역시 그림자는 선명합니다. 그림자를 보니 구름 없는 맑은 날인가 봅니다. 가지의 가운데 튀어나온 부분의 높이와 모양 역시 그림자가 있어서 알 수 있습니다. 바닥을 보니 사선으로 살짝 파인 부분이 비교적 일정합니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바닥은 아닌가 봅니다. 인위적입니다. 손으로 쓸어내면 계속해서 작은 돌멩이가 굴러다닐 것 같습니다. 그 손을 털면 하얀색 먼지가 날릴 것만 같습니다. 나뭇가지는 매우 가벼워 보이고, 집어 들면 툭하고 부러질 만큼의 힘만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림자로는 알 수 없는 사물의 힘이 나뭇가지에서는 보입니다. 바닥도 그림자가 깊은 부분이 있습니다. 그 녀석들은 키가 크던지 덩치가 큰 녀석입니다. 흑백이기에 색정보는 없습니다. 밝음과 어둠만으로 표현되는 흑백사진에서 바닥의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물성 차이를 느껴보려 애쓰고 있습니다. 촬영할 때 좀 더 오랫동안 진짜로 바라보았다면 아마도 기억하고 있었을 겁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그림자를 발견했습니다. 사진 왼쪽에 둥근 그림자에 시선이 머뭅니다. 그림자만 찍혀있습니다. 왼쪽 틀 밖의 사물에서 만들어진 그림자라면 방향이 틀렸습니다. 틀 속에는 그 그림자를 만들어낸 사물의 힌트가 보이질 않습니다. 그렇다면 오른쪽 틀 밖 멀리에 있는 사물이 만들어낸 그림자일까요? 무엇일까요?


진짜 사진과 가짜 사진은 알아낼 수 있습니다. 자동으로 촬영한 사진인지 작가의 의도를 담은 사진인지는 부검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사진 부검을 할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다면 가짜 사진을 진짜 사진으로 위장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그렇게 완벽하게 촬영할 수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가짜 사진을 감상해도 진짜 사진을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위장술에 능한 완벽한 사진을 생산해내는 사진가는 불완전한 진짜 사진 앞에서 말을 더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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