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집과 책을 함께 구매하고 싶었지만, DVD만 우선 구매했습니다. 온라인 중고서점까지 뒤졌습니다. 하지만 한번에 모든 것을 구매 하기엔 여전히 부담가는 금액이었습니다. 경제적인 여건은 마음의 속도만큼 내달리지 못하게 합니다. 그녀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왜 작품을 혼자만 간직하고 세상에 내놓지 않았을까를 이야기하지만, 난 그녀가 이해 됩니다. 세상에 너무도 간절히 소개하고 싶었을 겁니다. 내 사진이 제법 훌륭하다고 스스로도 생각했을 겁니다. 이 사진으로 돈도 많이 벌고 싶었을 겁니다. 그 희망으로 삶을 버텼을 겁니다. 시도했던 흔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 '자신 알리기'가 이해됩니다. 또한 가난 속에서 할 수 있는 건 상당히 제한적이었을 거란 생각도 듭니다. 가난때문에 필름을 현상하지 못한 채 그대로 남겨둘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우리는 비비안도 보지 못한 사진을 보고 있습니다.
공식홈페이지를 살펴보세요. 'Contact sheet'이란 용어가 낯설겠지만, 살펴보세요. 인스타의 피드같습니다. 롤라이플렉스 카메라의 판형은 인스타 판형처럼 1:1 정사각형입니다. 그녀가 지금시대에 있었다면 인스타 스타가 되어있을까요? 가능성은 좀더 열려있어보이지만 개인적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비비안 마이어처럼 생산만 하고 세상으로 나오지 못하는 작가들은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알리는 방법은 뻔하지만 잘 안되는 미묘한 이유가 있음을 알 것 같습니다.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질 때를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그 심정을 이해합니다.
존 말루프란 사람의 우연한 발견과 적극적인 소개로 사진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진의 양도 방대합니다. 가슴뭉클하게 만들고 혼자서 한숨짓게 하는 이유는 공식홈페이지에서 본 사진이 너무 좋아서 입니다. 아직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습니다. 꼭 사진집을 사서 볼 생각입니다.
'예술가는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환자다.'
나는 이렇게 예술가를 정의하곤 합니다.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환자' 예술활동을 하는 이유는 멋진 작품을 만들어 인정받고 타인과의 소통을 위해서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고 싶어서 하는게 아니라 안하면 견딜 수 없어서 하는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내 안의 어떤 부분(무의식의 영역이라고 해도 좋습니다)과 제도화된 이성적인 이 세상(현실이라고 해도 좋습니다)과의 연결통로가 사진 촬영이었을 수 있습니다. 그 유일한 통로를 통해서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 보면서 삶을 치유하고 버텼을 거라 생각합니다. 경제적인 문제가 필름을 현상하지 못하게 했을 수도 있지만, 현상을 하고 안하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 자신과의 소통은 이미 사진을 촬영하는 그 순간에 이루어집니다.
(우리가 만들어놓은) 기준과 틀 속에서 이해되지 않는 것들은 이상하게 여기거나 옳지 않을 일로 판단해 버리는 것 같다. 틀 밖으로 밀어내기만 해놓고선 그게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 생각하고 안도하는 것 같다. 왜 모든걸 우리가 임의로 만들어놓은 틀 속에서 설명해 내려고 하는가? 틀 밖의 세상이 더 크다. 사진은 사각의 틀 속에 세상을 표현하고 담아내는 것 같지만 사실은 틀 밖의 더 큰 세상을 이야기 한다. 한때 젊은 여심을 자극했던 원태연의 시가 떠오른다. 손을 뻗어 원을 그려보라고 했던 시가 떠오른다. 그 원을뺀 나머지만큼 너를 사랑한다고 했던 시가 떠오른다. 사진도 그런 것 같다. 사각의 틀 속에 다 담아낼 수도 없고 다 담으려 할 필요도 없다. 사각의 틀을 제외한 나머지를 이야기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가지 궁금한점?
그녀에게 삶의 목표가 따로 있었을까? 보모로 생계를 이어가고 사진으로 삶을 버티면서 생을 마감하기 전에 이루고 싶었던게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