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에 무너졌던 심리학 박사의 이야기 / 윤정애 지음
리뷰 <1>에선 글쓰기를 방해하는 생각들을 정리했어요. 이젠 책 내용에 조금 더 집중해 보겠습니다. 우선, 공황장애에 관한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이 든 건 대학원 스터디 모임에서 한 원우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부터에요. 20년 동안 약을 달고 살고 있데요. 죽을 것 같은 기분이 엄습하는 공황장애지만 기분이 그럴 뿐 실제로 죽지는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물어봤어요. "죽지는 않으니, 그럼 약에 의존하지 않고는 안 되나요?" 그런데 답변은 생각 이상으로 단호했어요. 약을 먹지 않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는 걸 말하듯 강하게 손사래를 치는 거예요. 이 책을 읽어보면 저자는 공황 증상이 나타나 계단에서 굴러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으니, 2차 피해를 고려하면 약이 없이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해요. <1> 편에서 유학시절에 불안감을 느꼈던 저의 경험을 잠깐 언급했어요. 저는 공황장애 같은 증상을 겪진 않아서 잘 모르겠더라고요. 극한의 어지러움을 겪어보긴 했어요. 고개를 돌릴 수도 없는 어지러움이고, 눈을 감으면 어지러움은 더 심해져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아무것도 먹을 수도 없었죠. 번아웃 같은 것을 겪은 것 같기도 해요. 스트레스와 해야 할 일을 혼자서 처리하면서 과로가 원인이었던 것 같아요. 갑자기 찾아오는 공황장애처럼 저도 급작스럽게 찾아오긴 했죠.
아무튼 원우의 이야기를 듣고 책을 찾아보게 되었고, 심리적인 장애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인 공황장애를 심리학 박사가 겪었다는 사실에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이론은 실제와 다르다고는 하지만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을 공부하면서 그 이론이 저의 내적 갈등의 완화에 분명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기에 책은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책을 2/3 정도 읽었을 때, 나는 저자에게 DM을 보냈고, 서로의 책을 교환하고, 특강 요청까지 하게 되었죠. 책은 일상의 언어로 쓰여 있어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어요. 특강을 요청하게 된 이유는 심리학에 기반을 둔 일상 언어였기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공부하는 원우들과 함께 저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었죠. 학기 마지막 세미나 시간에 특강 진행이 가능한데, 지도 교수님께서 특강 진행을 허락해주셔서 예술치료학과 전체 원우들과 특강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잘 참고 잘 견디는 사람에게 더욱더 잘 찾아오는 질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신적인 인내는 우리 몸의 근육에 분명 영향을 줍니다. 긴장하면 근육은 경직되고 혈액 순환에도 문제가 생기죠. 이러한 정신적인 고통이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순간에 우리 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이 올 것임에 분명합니다. 틱 증상도 결국 참다 참다 몸의 특성 부분에서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듯, 공황장애 역시 몸이 건지지 못하고 무너지는 거죠. 통증을 잘 참아내는 사람이 있듯이, 삶의 고통을 꽤나 잘 견디면서 버티는 사람에게 이런 공황장애는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꽤 병을 좀 부리면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불안하거나 우울한 사람 중에 스스로 불안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런 증상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나의 잘못도 아니고, 내 마음의 허약함 때문도 아니다. 반복적인 스트레스에 의해 생체 시스템에 균형이 무너져 신체적인 반응으로 나타나는 결과라고 인식해야 한다.
공황 증상이 시작되면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숨이 안 쉬어지고, 과호흡을 하게 된다. 산소의 과다 호흡을 통해 증상이 더욱 악화하는 것이다. 그로 인해 머릿속은 하얘지고 팔, 다리의 저림 또는 마비가 나타날 수 있으며 숨이 안 쉬어지는 고통으로 얕은 호흡을 하게 된다. 이 모든 증상이 산소 과다 흡입으로 생겨나는 결과들이다.
우리가 불안해서 가슴이 뛰는 건 정상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가슴이 뛰어서 불안한 건 병적 상태라고 할 수 있다.
- 74~75p
공황장애는 환자의 무의식이 자신이 처한 위기 상황에 의해 자기 보호 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나며 나타나는 신경학적인 결과이다.
무의식적 요인 → 신경학적 반응 → 신체적 반응 및 불안 반응
- 80p
나는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들이 자기 내면의 무의식적 변화들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진정한 나를 만날 때 우리는 자신에 대한 깊은 포용력을 갖게 된다. 마치 내가 사회적 문제에 부딪히며 반복적으로 나 자신을 과거 속 어린 꼬마의 위치로 되돌려 놓았듯이 말이다. 과거의 상처를 벗어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만나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다면 깊은 한숨 속에 담긴 어두운 그림자가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 82p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만나 안아준다는 것' 그냥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말이다. 당연히 좋은 말이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준다는 것은 그냥 위로와는 다르다.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나의 잘못에 변명하지 않고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용서를 구하고 잘못한 나를 온전히 수용하고, 더 잘할 수 있도록 겸허한 자세로 임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나 역시도 과거의 잘못한 일에 대해 변명하고, 회피하고, 합리화하는 방식으로 나를 위로해왔었다. 이런 식의 위로는 해소가 되지 않고 비슷한 환경이 닥치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라 나를 괴롭히기 마련이다.
이 책의 일부만 발췌했습니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일상의 언어로 쓰여 있습니다. 상담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사례집을 종종 보게 됩니다.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할 수 없으니 사례 모음은 공부에 꽤 도움이 됩니다. 실제 이야기인 만큼 재미도 있습니다. 쉽게 읽어 내려가면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 속엔 심리학적으로 곱씹을 많은 이론들이 숨어 있습니다. 그래서 전공하는 원우들에게도 추천하고 특강을 함께했습니다. 약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고 공황장애를 극복한 저자의 심리현상을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책입니다. 공황장애는 완치가 되는 질병은 아니지만, 내면의 진정한 소리를 이해했을 때 공황 증상은 쉽게 나타나지 않게 되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질병이 된다는 것을 책을 통해 이해했습니다. 중증의 공황장애를 겪진 않았지만, 가벼운 공황 증상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지금도 의식하지 못하지만 겪고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