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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운 Sep 04. 2023

[책] 꿈을 지키는 카메라

김중미


꿈은 우리가 디딘 땅 위에서 시작됩니다.

#카메라, #사진 등의 키워드가 포함된 것은 무엇이든지 관심이 갑니다. 그것이 책이라면, 그중에서도 아이들과 관계된 글이라면 일단 집어 들고 봅니다. "꿈은 우리가 디딘 땅 위에서 시작됩니다." 작가 김중미의 [꿈을 지키는 카메라] 마지막에 작가가 적어둔 말입니다.  이 말의 울림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늘 현실을 외면한 채 이상을 꿈꾸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디딘 땅 위에서 꿈과 이상을 시작할 줄 모른다면 꿈이 실현되어도 그 꿈을 디딜 현실이 없어 공허함만 남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아람이는 언니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는 꿈을 포기하고 '정치가' 혹은 '돈 많이 버는 CEO'가 되겠다는  언니를 가엾게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른인 나에게도 스며드는 책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아람이의 또래 아이들이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들까? #명품도시 #뉴타운 #철거 #임대 #상인 #단결투쟁  등의 말이 어떻게 다가갈까? 아직은 몰라도 좋을 것 같은 말들인데, 그리 낯설지 않게 아이들에게 다가간다면 우리 아이들도 늘 겪고 있는 일들은 아닐까?  씁쓸합니다. 책에는 시장 상인들의 생존권 다툼과 함께 명품학교 만들기에 혈안이 된 학교가 대비되어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명품도시 건설을 위해 소상공인들의 꿈은 짓밟힙니다. 명품학교 건설을 위해 하등반 학생들은  쫓겨난 시장 상인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꿈을 키워나갈 기회도 주지 않습니다. 


아람이의 저항 : 사진


아람이는 알고 있습니다. 수준에 맞는 교육을 운운했을 우열반의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등반에서 공부하는 걸 거부했습니다. 명품도시 건설을 반대하는 상인들과 마찬가지입니다. 아람이는 사진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한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아람이가 할 수 있는 지금의 일이었습니다. 사진의 특성이기도 합니다. 작가의 말을 다시 한번 인용하겠습니다. "꿈은 우리가 디딘 땅 위에서 시작됩니다." 사진도 그렇습니다. 현실 속에 발을 딛고 하는 예술이 사진입니다. 그래서 사진엔 힘이 있습니다. 꿈도 실현시킬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아람이의 유일한 친구인 연서는 명품반에  들어갑니다. 뉴타운 건설의 수혜자가 될 기회를 잡은 겁니다. 그래서 명품도시(명품반)의 밖에 있는 아람이에게 미안해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하지만 아람이는 연서가 더 가엾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명품반(명품도시)의 희생자인 연서 엄마는 옥상에서 시위하고 있습니다. 명품도시 건설을 하는 주최 측에 저항하고 있습니다. 명품반에 편승한 딸 연서에게 하트를 날리면서 말입니다.  아람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현실 속 저항을 사진으로  실행하고 있습니다.


물들지 않는 바다


아람이는 알고 있습니다. 바다를 물들게 할 수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망망대해로 뛰어들고자 하는 언니를 가엾게 여깁니다. 아무리 진한 색 물감을 들고 바다에 뛰어들어도 바다색은 변하지 않습니다.   언니는 세상을 바꾸려고 몸으로 바다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바다의 색을 바꾸어 주겠다고 안전한 배에 탑승하여 바다에 물감을 뿌리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 소용이 없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바닷물에 내 몸을 적시는 위험은 무릅쓰지는 않습니다.






사진을 하기나 하는 건가?


얼마 전 정은진 사진 기자의 책 /카불의 사진사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사진 공부를 시작했을 무렵과 정은진 작가의 활동 시기가 겹쳐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포토저널리스트로서의 그녀의 활동에  멀리 볼 줄 모르는 내 눈의 근시안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람이가 주인공인 '꿈을 지키는 카메라'에선 내 주변도 살펴볼 줄 모르는 나의 좁은 시야에 부끄러웠습니다. 내가 도대체 사진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봅니다. 김중미 작가의 마지막 말이 또다시 떠오릅니다. "꿈은 우리가 디딘 땅 위에서 시작됩니다." 먹고살기 위한 #사진촬영 과 #사진강의 를 하면서 가끔씩 관념적 사진의 의미를 마치 바다 위에 물감을 뿌리듯 이야기하며 푸른 바다의 색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위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는 사진을 하면서 땅 위에 발을 디디고 서 있기나 한 것인지 생각이 많아집니다. 







아람이처럼 지금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작은 몸부림 이야말로 

바다를 물들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꿈을 지키는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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