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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운 Sep 11. 2023

[책] 꿈을 찍는 사진관

강소천 동화집

아동문학가 강소천 선생님의 '꿈을 찍는 사진관'에는 모두 13편의 동화가 실려있습니다. 모든 내용이 고향에 두고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습니다. 사진을 하는 나에겐 이 동화집의 대표작이기도 하고 강소천 선생님하면 떠오르는 대표작이기도한 '꿈을 찍는 사진관'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꿈을 찍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꿈을 이야기하는 정연두 작가도 생각납니다. 현재의 모습과 실현된 꿈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주는 [내사랑 지니]라는 프로젝트가 기억납니다. 사진속 꿈이 실제로 현실이 된 주인공도 있었으니, 가상이지만 사진으로 만들어낸 이미지가 남다른 힘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 감동입니다.


나의 꿈이, 소망이 한줄기 빛을 타고 렌즈를 통해서 이미지로 만들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신기할까요? 마치 예지몽을 이야기하듯 그 꿈을 담은 사진이 나의 미래를 점쳐준다면 얼마나 신기할까요? 때론 동화책 속의 내용처럼 다시 보고 싶은 이를 꿈속에서만 만나지 않고 그 꿈을 사진으로 담아낼 수 있어서 일상에서도 늘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동화책에선 꿈을 찍어낸 사진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돌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책갈피 속에 끼워져 있었던 노란색 민들레 꽃 카드였다는 것을 아는 것으로 동화는 끝이 납니다. 

이 동화의 내용은 뒷동산에 올라 순이를 그리워하다 잠이 들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만나고 싶은 사람의 얼굴을 꿈속에서라도 보고 싶고, 사진으로라도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그런 꿈을 꾸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뒷동산에 올라 맞은편 산허리를 바라보다 연분홍 꽃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앞산으로 한달음에 달려갔고, 그곳에서 발견한 '꿈을 찍는 사진관' 으로 가는 이정표는 그를 사진관을 찾아 나서게 합니다. 하지만 동쪽으로 5리, 다시 남쪽으로 5리, 다시 서쪽으로 5리를 차례로 안내하는 이정표는 짐짓 그가 처음 올랐던 뒷동산으로 다시 돌아오는 코스처럼 보입니다. 그곳에서 앞산의 연분홍 꽃을 바라보면서 순이를 생각하다 잠이 들었었나 봅니다.





사진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들 생각하시나요?

카메라로 찍어야 사진을 하는 것인가요?

머리속으로 상상하는 이미지는 사진이 아닌건가요?

디지털 사진은 실제하는 건가요?

어짜피 가상아닌가요?


꿈을 꾸듯 마음껏 상상하며 사진을 찍는다면, 

그 이미지가 내 머리속에 있다면,

디지털 이미지로 혹은 인화지로 그 상상을 표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상상속의 이미지는 나에게 사진으로 기억되지 않을까요? 


동화속 주인공이 우리들에게 순이를 보여줄 수는 없지만, 12살 순이는 고스란히 그의 기억속에 사진처럼 남아있겠죠!


사진으로 본적도 없는 어린시절의 어떤 장면이 내 머리 속에 있습니다.

누군가 찍어준 사진처럼 그 사진속엔 내가 있습니다.

나의 어린 시절의 기억의 조합으로 만들어낸 존재하지 않는 꿈 같은 이미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사진이지만,  그 이미지들은 나에게 사진처럼 기억되고 있습니다.



꿈을 찍는 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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