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몽각
윤미가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 아빠의 마음으로 담아낸 사진앨범이다. 특별한 사진은 없다. 그래서 더 특별한 '윤미네 집'이다. 이때의 사진들이 아빠가 찍어준 사진이 아니라 모든 사진을 사진관에 가서 찍은 사진들을 모아두었다면 사진적으로 훌륭한 앨범을 완성할 수는 있었겠지만 이렇게 울림을 전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얼마 전 출간한 책에서도 윤미네 집은 직접적으로 언급한 대목이 있다. 나는 일상이 작품이라고도 말했다. B컷이 작품사진이라고 말했다. 사진을 예쁘게 만드는 후보정은 포토샵이 아니라 세월이라고도 말했다. [아기사진 무작정 따라 하기]에서 말하고 싶고 공감하고 싶은 사진이 전몽각 선생님이 실천한 그런 사진과 닮아있다. 세월은 사진에 무게를 실어준다. 지금은 B컷 같은 사진이 나중에 세월이 지나면 A컷 보다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고기를 어떻게 숙성을 하느냐에 따라서 맛이 달라진다. 사진도 숙성의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어떻게 담아서 숙성시키느냐에 따라서 그 맛은 사뭇 달라진다. 예쁜 사진을 목적으로 촬영한 사진이 맛이 좋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난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진은 의식의 세계를 촬영하지만, 더 많은 의식 밖의 세상을 이야기합니다.
사진은 사진 속에 담기지 않은 많은 것들을 마법처럼 기록합니다. 우리 아기의 볼 냄새까지도
사진 속엔 그때 그 순간의 이야기들이 프레임의 안과 밖을 가리지 않고 담긴다. 마법처럼 말이다. 전몽각 선생님의 아마추어 사진들이 우리에게 어떠한 프로작품사진보다도 울림을 전달하는 이유는 윤미네 집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고, 아빠가 그 이야기를 직접 엮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카메라를 통해서 바라보는 시선에 다른 사람이 전혀 없다. 아빠의 마음이 담겨있을 뿐이다. 아빠가 바라본 딸과 아내로 향하는 시선을 통해 우리는 어린 시절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지금 자녀를 두고 있다면 전몽각 선생님과 아마도 다르지 않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공감하게 될 것이다.
책에서 [윤미네 집]을 언급한 부분이다. 지금은 "뭐, 이런 걸 다 찍어?"라고 말했을 법한 장면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하면서, 세월은 B컷 같은 사진들을 작품 사진으로 만든다. 고 책에서 말하고 있다.
나의 가족 이야기가 아님에도 난 가끔 이 사진들을 보면서 어린 시절을 떠올리기도 하고, 가족에 대한 의미도 다시 한번 생각하곤 한다.
특별하지 않을수록 더욱더 특별해지게 만드는 것이 사진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커가면서 가족에 대한 생각은 더 깊어지지만 점점 멀어진다. 사진은 그 흐려진 연결고리를 선명하게 만들어준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족 간의 연결고리는 옛 사진 속 먹먹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