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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운 Sep 09. 2023

[책] 꿈을 찍는 사진가

박완서

©이중섭 [판잣집 화실], 종이에 수채와 잉크, 26.8x20.2cm, 1953년


표지그림은 이중섭 화가의 1953년 작 [판잣집 화실] 이다. 총 4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창밖은 봄],[꿈을 찍는 사진사], [꼭두각시의 꿈], [우리들의 부자] / 이중섭 화가의 [판잣집 화실]은 [꿈을 찍는 사진사] 에 나오는 판자촌에 사는 아이들의 꿈을 그리는 화실처럼 보인다. 방안의 노란 불빛은 옥순의 노란 버버리같고, 과장된 평행이론일지는 몰라도 전등불빛과 더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고 누워있는 화가의 붉은 피부는 죽음으로 옥순의 버버리를 붉게 물든 핏물같다.


옥순이는 강소천 동화의 [꿈을 찍는 사진관]을 떠올린다. 남자친구인 영길 (김영길:중학교교사)이 전화넘어로 하숙집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데 옥순이는 강소천 동화의 [꿈을 찍는 사진관]으로 안내받는 기분을 느낀다. 동화속에선 이정표를 세번 만나게 되고 동쪽으로, 남쪽으로, 서쪽으로 각각 똑같은 거리인 5리를 이동할 것을 안내받게 되는데, 옥순이는 영길이한테 세번의 50미터 이동을 안내받게 된다. 


강소천의 [꿈을 찍는 사진관]에 등장하는 순이가 옥순이인것만 같다. 이름도 비슷하다. 옥순이가 남기고간 노란색 버버리는 마치 꿈을 찍는 사진관에서 순이를 찍은 사진으로 생각했던 노란 민들레 꽃 카드와 닮았다. 책의 첫 두페이지 속지도 노란색이다.구본창 작가가 찍은 박완서의 프로필사진 배경도 노란색이고, 박완서 작가가 입은 스웨터도 노란색이다.노란색은 상징하고 있다.


© 구본창




표지제목은빛의 3원색인 RGB로 되어 있다



사진은 렌즈를 통해서 들어온 빛이 RGB필터를 통과하면서 천연색으로 담긴다. 강소천 동화에서 주인공은 그리도 보고싶은 순이를 사진으로라도 품에 안게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노란색 민들레 꽃 카드였고, 옥순이에겐 꿈을 찍는 사진사였던 영길이와의 꿈은 피묻은 노란색 버버리로 남겨지게 된다. 옥순이와 순이는 품으려고 애쓰고, 간직하려고 애쓸 수록 멀어져 버렸다. 


이 작품을 보면 강소천 동화의 주인공들이 다시 살아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그 운명은 달라지지 않아서 더 가슴 아프다. 꿈을 찍는 사진관을 찾아가게 만들 만큼 헤어짐의 아픔과 그리움으로 가득찬 주인공은 곧 영길이가 되어 (옥)순이가 시골로 내려가는 것이 마치 영원히 헤어질 것 만큼 같은 두려움에 떠나는 것을 온몸으로 거부한다. 하지만 결국 갑작스런 그날밤의 교통사고로 (옥)순이를 다시 가슴속에 묻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강소천 동화의 주인공이 '꿈을 찍는 사진사'가 되어 돌아왔지만, 결국 그 꿈을 끝내 찍지는 못한 것 같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진을 찍는가?

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지렁이가 되어 꿈틀 꿈틀 거리고 미끈 지끈한 느낌으로 내 머리속 정수리 부분을 휘젓고 있다. 책 뒷표지의 삽화가 지금의 내 마음같다. 뒷표지의 글이 마음속 쿡하고 들어와서 적어둔다.


"작가로서의 최소한의 조건, 사물의 허위에 속지 않고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직관의 눈과 이 시대의 문학이 이 시대의 작가에게 지워준 짐이 아무리 벅차도 결코 그것을 피하거나 덜려고 잔꾀를 부리지 않을 성실성만은 갖추었다는 자부심 역시 나는 갖고 있다. 물론 살을 깎고 피를 말리는 작업 끝에 내가 기껏 허명을 섬기기 위해 그런 고역을 치렀구나 하고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깨달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내가 지금 도달해 버둥대고 있는 위치가 누추한 허명의 함정 속인지도 모르겠다. 함정을 함정으로 철저하게 인식하는 것만이 그곳에 매몰됨이 없이 성장의 한 과정을 삼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박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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