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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운 Sep 16. 2023

[책]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강형욱

서점에 갔습니다.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는 책 제목을 보았습니다. 강아지를 분양받은 지 1달이 되었고, 인터넷의 여러 가지 방법적인 글들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이때, 불현듯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뒷모습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강아지의 뒷모습이 담긴 책 표지 또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엔 '마음을 다해서 키우면 되는 거겠지?'라는 생각으로 '쿠쿠'를 데리고 왔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을 검색하면 할수록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생각과 함께 혼란스러웠습니다.


예방접종을 다 끝나기 전에 산책은 절대 금물입니다.!

사료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이지 마세요!

강아지가 침대 위에서 같이 자려고 하면 훈육하세요.

대형견은 어렸을 때부터 확실히 훈련시켜야 합니다.

기싸움에서 밀리면 안 됩니다. 서열이 잘못정해지면 힘들어집니다.

배변교육도 확실히 해야 합니다.


이외에도 더 많습니다. 떠다니는 글들을 보면 우리 '쿠쿠'는 문제투성이입니다. 안 되는 게 너무 많습니다. 교육시켜야 할 것 투성이라 머리가 아플 지경입니다. 그냥 사랑으로 키우면 안 되나? '쿠쿠'가 침대 위에서 자고 싶으면 그냥 같이 자면 안 되나? 아직 어린데 배변교육하기에 너무 빠르지 않나? '쿠쿠'가 물면 좀 아플 때도 있는데, 안된다고 가르쳐야 하나? 등등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하루에도 '안돼'라는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었습니다.




눈물로 책을 읽었습니다. 정답은 '사랑'이었습니다. 그것은 곧 '배려'였습니다. '쿠쿠'의 말을 들어줄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습니다. '쿠쿠'는 아직 어려서 배변 실수가 잦습니다. 배변 실수가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게 스스로 알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아무런 교육도 하지 않았지만, '쿠쿠'는 스스로 점점 배변 보는 장소를 좁혀가고 있습니다. 기특합니다. 옷을 잡아당겨서 옷이 찢어지고, 이빨이 가려운지 손을 물어 조금 아플 때도 있습니다. 잘못된 정보에 의지해서 무는 행위만큼은 잡아야 할 것 같아 조금 엄하게 제압하기도 했습니다. 대형견이라는 부담감에 그렇게 하였습니다. 책을 보면서 그래서 울었습니다. 미안해서 울었습니다. '쿠쿠'가 무엇을 원하는지 들어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잘못된 행동이라고 가르치려고만 했습니다. 그것이 '쿠쿠'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억압을 통한 행동수정은 마약일 뿐입니다. 
반복되면 중독되고, 중독되면 큰 병이 되는 것입니다.


당신의 강아지가 아무 데나 싸고, 깨무는 행동을 한다면 아마도 외로워서일 것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보호자들이 몰라줘서, 자신의 행동을 보호자가 이해하지 못해서, 그래서 외로워서일 것입니다. 그들은 가족과 친구가 필요한 사회적인 동물이니까요 (223p)


어린 시절을 떠올려 봅니다. 부모님은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하지만 우리는 외로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내가 슬며시 던진 질문에 영혼 없는 답변이 돌아왔을 때도 우리는 외로움을 느낍니다. 분명 우리를 사랑하고 계신다는 거 너무 잘 압니다. 하지만 엄마, 아빠의 작은 몸짓에도 사소한 표정에도 아이들은 상처를 받을 수 있고,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엄마 아빠는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잘 몰라도 우리는 엄마 아빠가 오늘 어떤 기분인지 무엇을 하는지 어떤 습관이 있어서 이럴 땐 조심해야 하는지 동작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늘 엄마 아빠를 살피곤 했습니다. 어릴 땐 엄마 아빠가 세상의 전부였으니까요.


'쿠쿠'에게 제가 그렇게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난 정말 사랑하고 잘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외로울까? 흠...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먹고 살아가는 것이 우선일 수밖에 없는 나에게는 사진작업을 하지 않을 수 없고, 방에 들어가 사진작업을 하거나, 지금처럼 인터넷에 나의 생각을 포스팅하고 있을 땐, 그 어린것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제 옆에 웅크리고 가만히 기다립니다. 요즘은 날이 더워서 방옆에 달린 화장실 타일바닥으로 가끔씩 이동하여 드러눕기도 합니다. 개의 습성이 그럴 수도 있습니다. 내가 작업을 끝내고 일어나서 나가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따라옵니다. 주인바라기도 그런 바라기가 없습니다. 나가서 사료도 챙겨주고, 여기저기 '쉬'한 것도 닦습니다. 그러다가 나갈 일이 생기면 준비해서 나갑니다. 쫓아올 것을 걱정해서, 멀리 간식을 조금 넉넉히 던져주고 몰래 나갑니다. '쿠쿠'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말로만 가족이라고 생각했지 항상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나보다 열등한 강아지로만 생각했나 봅니다.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랑의 크기를 반려견에서 느낍니다.


사진을 찍을 때도 '눈높이를 맞추어서 세상을 담을 것을 강조하곤 합니다' 아이들을 촬영할 때 위에서 아래로만 찍지 말고 낮은 자세로, 눈높이 교육이 중요하듯,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의 눈높이에 맞추어 촬영할 것을 권해드리곤 합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맡았던 세상의 싱그러움은 그 높이에서 맡아야 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세상은 꽃들과 벌레들이 가깝고, 향기가 그득합니다.


이렇게 아이들의 사진촬영에선 잘도 그렇게 합니다. 하지만 나의 가족인 '쿠쿠'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책에서는 정면으로 강아지를 쳐다보며 다가가서 안아주는 걸 피하라고 조언은 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상황에 따라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얻은 것은 어떤 케이스에 이렇게 하는 것이 훈련법이고, 하나의 팁이고, 핵심 솔루션 같은 건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진심이면 됩니다. 진심이면 통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하지만 사랑도 소통이 있어야 합니다. 나를 위주로 사랑하는 일방적인 사랑은 취미생활입니다. 강아지를 취미로 키우는 건 절대 안 되는 일이니까요. 가족이 되었다면 가족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배려가 우선이 되어야겠죠. 그 배려가 있다면 그것이 사랑일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 요즘 강아지처럼 자세를 하고 낮게 '쿠쿠'와 시선을 자주 맞춥니다. 강아지도 맨날 주인을 올려다보는 것도 힘이 들 것 같았습니다. 서있을 때와는 다릅니다. 낮은 자세로 눈높이를 맞추면 반갑다고 할딱거리면 달려옵니다. 얼굴이 축축 해지는 건 참아야겠죠? ㅎ


보호자와 떨어진다는 생각 때문에 불안해하는 강아지들에게 한 번쯤 출근 전 다정히 인사하고, 현관에서 잠시 기다리는 것쯤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꼭 다정히 인사하고, 언제 올 건지 이야기해 주세요. 그리고 천천히 현관문을 나서세요. (276p)
반려견이 생각하는 현관문 : 가장 먼저 주인을 볼 수 있는 곳도 그곳이며, 헤어지는 곳도 그곳입니다. 어떤 강아지에게는 여름철 시원하게 누워 쉴 수 있는 타일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 어떤 강아지에게는 산책할 때 매는 줄이 있어서 주인이 현관에 가면 '혹시 산책을 하나?'하고 기대감을 갖는 곳이기도 합니다. 또 항상 이상한 소리가 현관문에서 들리고, 새로운 냄새를 풍기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나타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라지고, 또 들어옵니다. 제일 먼저 보호자를 볼 수 있는 곳도 그곳이며, 헤어지는 곳도 그곳입니다. 그래서 보호자에게 일종의 신앙과도 같은 맹목적인 사랑을 주는 반려견들에게, 현관은 어쩌면 하늘이 무너질 만큼 가슴 아픈 곳이기도 하고, 죽었다 살아난 것 같은 안도를 느끼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항상 아무 생각 없이 바삐 들락거렸던 현관문이, 그들에게는 항상 보호자와 헤어지는 곳이었음을 알아야 합니다. (278p)



현관문이라는 곳이 강아지들에게 이렇게 큰 의미가 있는 줄 몰랐습니다. 우리는 가족들이 어디를 갈 때 배웅합니다. 아빠가 출근할 땐 '뽀뽀뽀' 이렇게 '다녀오세요~'라고 인사합니다. 아이들은 아빠가 회사에서 돌아올 것을 이때 확신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걸 몰랐습니다. 현관문을 열면 탈출할까 봐 몰래 제가 탈출했습니다. 앞으론 '쿠쿠'에게도 잘 다녀올게~ 금방 돌아올게~라고 인사하고 다녀올 겁니다. 쿠쿠가 이해해 줄 거라 믿습니다. 저도 쿠쿠와의 약속을 지킬 생각입니다.


저는 '쿠쿠'의 심장이 쿵하는 느낌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기억 속의 저의 현관문이 그러했습니다. 눈을 떠보니 엄마 아빠는 이미 출근하고 안 계셨고, 학교에서 돌아와도 반겨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자정을 넘겨야 현관문이 다시 열렸습니다. 휴대전화도 없던 시절 엄마 아빠가 무사히 돌아오실지를 매일 같이 마음조리며 기다리다가 현관문이 열리면 휴~ 하고 잠에 들곤 했습니다. 복도 멀리에서 엄마의 구두 발자국 소리를 빨리도 알아차렸던 것 같습니다. 나의 반려견 '쿠쿠'도 매일 그렇겠죠~!!


현관문을 과감히 열어두어 봤습니다. 물론 잘 살피면서 말이죠. 문을 열면 나가고 싶어서 급하게 달려오던 '쿠쿠'도 목줄을 하고 현관문 밖에서 간단히 산보를 시켜주면 들어가지 않으려 했던 '쿠쿠'가 문을 열어두니 서둘러서 나가지도 않고 알아서 들어옵니다. 서로 간의 신뢰와 믿음이 이렇게 중요하는 것을 '쿠쿠'를 통해서 느낍니다.


강형욱 훈련사가 prologue에서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이 책은 당신의 강아지가 여러분에게 주는 선물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7p


맞습니다. 이 책은 '쿠쿠'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를 고민하다가 구매한 책이지만, 저의 삶에 대한 태도까지도 바꾸게 되는 '쿠쿠'가 저에게 선물해 준 인생지침서 같습니다. 고맙다 쿠쿠야~ 고맙습니다. 강형욱 훈련사님


좋은 주인이 되지 말고, 좋은 친구가 되어주세요
epilogue


강형욱 훈련사는 책의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좋은 주인이 되지 말고, 좋은 친구가 되어주라고 말이죠. 처음 책을 집어 들었을 때는 저는 '쿠쿠'를 잘 키우기 위해서 노력하는 자랑스러운 저의 모습을 기특하게 생각하며 견주의 마음으로 책을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누가 누구를 키우겠습니까? 누가 누구의 주인이겠습니다? 강아지를 키우기 위해서 제가 해야 할 일은 사실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함께 곁에 있어주면 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오히려 그 녀석이 저의 나태하고 게으름을 고쳐주고 있고, 꾸준히 산책을 하게 하여 저의 건강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나의 겉모습이 어떻든, 나의 주거 환경이 어떻고, 나의 자동차가 어떤 것이든 아무 상관없이 오직 나만을 바라봐주고 믿어주고 따라주는 건 이 녀석 '쿠쿠'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녀석에게 제가 주인 행세를 할 수 없습니다. 그냥 함께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습니다. 좋은 사료도 사주고, 영양 간식도 챙겨주려면 열심히 사진도 찍고 글도 쓰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맹목적인 사랑과 믿음에 대한 작은 보답은 해야 하니까요



예방 접종은 아직 다 끝나지 않았지만, '쿠쿠'랑 집 앞으로 첫 산책을 나갔습니다. 산책하면서 찍은 사진입니다. 넓지 않은 잔디밭이지만, 처음으로 잔디밭에 앉아도 보고, 풀을 뜯기도 하고, 멀리 보이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기도 하면서, ㅎㅎ 마치 저를 지켜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죠~. 여기저기 어찌나 냄새를 많이 맡으면서 다니는지, 이런 게 '노즈워크'라는 것도 알았고, 새로운 냄새를 통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최대한 '쿠쿠'가 공부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새로운 소리에도 상당히 민감히 반응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따로 훈련 같은 거 하지 않아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잘도 저와 보조를 맞춥니다. 앞으로 가면서도 계속 저를 돌아봅니다. 어린아이와 산책을 나온 것처럼 '쿠쿠'에게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괜찮아~ 더 가보고 싶으면 가라고 손짓합니다. 첫 산책을 하고 돌아온 '쿠쿠'는 공부를 많이 하고 와서 피곤했나 봅니다. 잠도 푹 자고, 손을 깨무는 것도 조금 덜해진 것 같습니다. "아빠, 오늘 산책 너무 재미있었고, 산책시켜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하는 듯 애교도 많이 부렸습니다.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이젠 이 책의 제목이 왜 이런지 이해합니다.

개는 키우는 것이 아니라 좋은 친구로서 가족으로서 함께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고급 사료 / 좋은 집 / 영양가 듬뿍의 간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화목한 가정을 일구며, 즐겁게 따뜻한 배려와 사랑의 마음으로 함께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된다. / 강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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