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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오 Jul 25. 2018

‘가치 있는 아이디어의 확산’

TED 브랜드텔링

15분은 너무 짧고 사소하게 느껴져요. 
만약 20분으로 정하면 연사들은 아마 25분간 이야기할 거예요.  
19는 심술궂은 느낌이 있고, 17은 소수죠.  
그래서 18분으로 정했어요.   

리처드 솔 워먼 Richard Saul Wurman 


예로부터 사람들은 평지에 함께 모여 서로의 의견을 말하곤 했습니다. FORUM(1~3명의 전문가가 자신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뒤 청중과 함께 질의응답의 방식으로 진행하는 토의, 다음 백과) 은 로마에서 대규모의 사람들이 모여 공공을 위한 집회가 열린 평지를 의미하는 단어가 공개토의의 의미로 바뀌었으니 세월이 흘러도 공공을 위한 모임은 형식만 달라졌을 뿐 그 중심은 변함이 없는가 봅니다.  

심포지엄이나 포럼, 패널 토의는 몇몇 사람이 발표하고 다수의 사람들이 듣는 형식을 가지고 있는 반면 세미나와 원탁토의는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동등한 조건에서 토의하는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형식이야 어찌 되었건 사람들이 모여 토의를 하는 것은 이루고자 하는 목적 혹은 목표가 있을 것입니다. 분명 그 장소 그 말들은 그들의 삶에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에 필요한 거죠.  

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큰 평지에 모여 의견을 발표하고 주고받는 형태인 반면 어떤 모임은 점차 비공개적이고 특정인을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했고 그들만의 이유로 사교적 모임의 형태를 뗘가기도 했습니다. 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 뚜렷한 초점으로 집중해서 빠른 시간 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현재는 전 세계인의 콘퍼런스로 사랑받고 있는 TED의 처음 시작이 그랬죠.  

방송에 그래픽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방송 디자인의 대부’ 해리 마크스(Harry Marks)는 방송 디자인을 하며 자연스럽게 디자이너, 과학자, 예술가, 엔지니어들과 만나 영감을 얻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방송에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생각했습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 곳에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하면 그들의 전문 정보가 융합되어 지혜가 될 것이다.’ 그는 전문 정보가 서로 섞일 수 있는 새로운 콘퍼런스에 대한 구상을 하기에 이릅니다. 이후 콘퍼런스 조직 경험이 있는 리처드 솔 워먼에게 도움을 요청했죠.  

건축가에서 정보를 설계하고 건축하는 창시자가 된 IT 전문가 리처드 솔 워먼은 1962년 첫 저서를 시작으로 세상에 펼쳐진 정보를 이해 가능한 것으로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1976년 정보 설계자(Information Architect)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인물이죠.  

해리 마크스의 아이디어를 듣고 리처드 솔 워먼은 가슴이 뛰었을 겁니다. 워먼은 둘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미국 방송계의 거물 프랭크 스탠턴(Frank Stanton)을 초빙했습니다. 1984년 기술(Technology)과 연예(Entertainment), 디자인(Design) 계통의 엘리트를 불러 모아 단발성 사교 모임을 갖게 됩니다.  

모임의 이름은 각 분야의 앞자를 따서 TED라 명명합니다.  


TED 로고


최초 모임을 갖은 TED는 재정적으로 적자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얻은 결과는 긍정적이었죠. 세 분야가 한데 어우러지면 세상을 변화 시킬만 한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분야별 경계가 희미해져 가고 융복합(convergence)의 흐름이 명료하게 보이는 시대에 걸맞은 모습을 TED가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용기를 얻은 그들은 새로운 행사에 대한 설계를 시작했죠. 

6년 후 1990년 TED는 두 번째 행사를 개최합니다. 두 번째 행사에서 그들의 바람대로 생각대로 TED는 성공적인 결과를 얻습니다. 이를 토대 삼아 TED는 연례행사로 거듭납니다.  

성공적인 결실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죠. 


규칙이 만들다.  

TED 성공의 중심에는 워먼이 설계한 규칙이 있다고들 합니다.  

첫 번째 규칙은 TED의 프로그램 트랙을 복수로 구성하지 않는다는 것. 

다수의 콘퍼런스들은 다수의 트랙으로 구성해서 동시에 각기 다른 룸에서 여러 강의와 워크숍이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설계가 되어있죠. TED는 다릅니다. 프로그램 트랙을 하나로 구성하여 참가자 모두가 같은 것을 공유한다고 합니다. 워먼은 이런 방식이어야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같은 경험으로 교류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첫 번째 규칙은 TED는 TED Speaker(강연자), TED Talks(강연) 하나하나가 소중하다 말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강연을 듣는 참가자는 한 번의 소중한 감동과 경험을 위해 몰입하게 될 것이 자명합니다. 첫 번째 규칙은 TED Talks의 품격을 높여 궁극에는 품격에 맞는 TED speaker와 참가자가 증가할 것입니다.  

 ‘묻고 답하기’ 세션을 없앴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디어는 반대 의견이 존재하기 마련이죠. TED Talks 이후 이에 반하는 생각들을 질문하고 논의하고 토른 하는 시간은 어떤 이에게는 곤욕스러운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수가 지루하게 이어지는 공방의 곤욕스러움을 배제하고 스스로 이해하는 시간을 주는 것이 배려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 또한 TED에 참여하는 모든 이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규칙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TED 강연 시간은 ‘18분’. 이 규칙에 대한 얘기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인간이 최고의 상태로 집중을 지속할 수 있는 시간을 근거로 했다는 말도 있고 워먼의 인터뷰에서는 15분은 너무 짧아 강연의 무게를 가볍게 할 수 있고 19는 심술궂은 느낌이고 그래서 18분으로 정했다는 말이 있기도 합니다.   

TED의 ‘18분 규칙’은 ‘18분의 마법’이란 별칭을 얻습니다. 18분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마법처럼 강렬한 감동을 준다는 의미죠. 강렬하게 남은 감동으로 TED Talks가 ‘18분의 마법’이란 상징적인 별칭을 얻은 겁니다.  

마치 TED가 ‘18분’을 소유한 것처럼...    

TED의 규칙들 각각은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겠지만 세 규칙 모두 ‘집중하고 몰입하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TED Talks를 집중해서 듣고 이어지는 강연들에 몰입감을 선사해 행사기간 동안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도록 한 것이죠. 행사 일주일 동안 다양한 분야의 전문 강연을 집중하고 몰입해서 받아들여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교류하기 때문에 ‘뇌 폭발(Brain Explosion)’ 이 일어난다고 들 합니다.   

워먼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TED의 규칙들이 충실히 담았기에 차별화된 TED만의 모습이 만들어진 거죠. TED에 참여한 사람들의 인식과 함께 정체성이 되어갑니다.  

점차 TED만의 정체성에 매료된 사람들이 점점 늘어 규모가 커지는 성장을 하고 모두가 함께 하는 문화로 성숙하게 된 거죠.  

TED가 규칙을 만들고, 규칙이 TED를 만들어 갑니다. 


눈으로 이야기하기  

강연과 강연자에 집중하는 태도는 무대 디자인에서도 드러납니다.  

무대에 선 TED speaker들이 서있는 곳엔 원형의 빨간색 러그(Round Red Lug)가 깔려있습니다. 맨 앞의 관객과 가장 가까운 무대의 부분에 빨간색 원형 카펫 위에서 TED speaker의 TED Talks가 시작됩니다. 모든 관객의 시선을 TED speaker에게 모으기 위한 것이죠. 

TED의 무대(원본 출처 : studybreaks.com


기하학적 도형중 원형은 사각형이나 삼각형 등 다른 다각형보다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같은 다각형이 여러 개 함께 있어도 사람들의 시선은 제일 먼저 원형으로 향하고 계속해서 보아도 원형이 가장 눈에 띕니다. 원형이 이런 특징을 갖는 것은 사람의 얼굴과 닮은꼴이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난색계이자 고명도를 가진 빨간색은 진출색으로 다른 색과 함께 할 때 더욱 두드러져 가깝게 느껴집니다. 시각적으로는 빨간색의 원형 러그 위의 TED speaker는 벨벳 위에 놓여있는 보석처럼 보이기도 하죠.  

‘가치 있는 아이디어’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은 존중과 더불어 집중을 이끌어내는 요인이 됩니다.  

다양한 각도의 시선이 머무는 TED speaker 뒤로 발표자료 영상을 두어 보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참고해서 볼 수 있도록 스크린을 배치한 것도 참가자의 집중과 몰입을 높이는 요소입니다.  

규칙에 담긴 말처럼 무대는 TED speaker를 돋보이게 하고 TED talks를 가치 있는 것이라 말하고 있죠.  

무대의 뒤에는 굵은 헬베티카 노이어(Helvetica Neue) 서체로 만들어진 TED의 로고가 믿음직스럽게 서있습니다. 실제 무대를 보든, 영상을 통해 무대를 보든 어떤 각도에서 보아도 로고는 랜드마크처럼 TED의 무대를 지탱하고, 강연자보다 먼저 TED의 정체성에 대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TED는 가치 있는 아이디어의 든든한 후원자입니다. 

 

외치고 실천하다.  

2000년 TED의 리처드 솔 워먼은 은퇴를 결심하고 있었습니다. 65세의 나이도 나이지만 젊은 에너지가 TED를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 TED의 팬이었던 크리스 앤더슨(Chris Anderson)을 만나 새로운 미래를 논의한 후 워먼은 2001년 크리스 앤더슨이 이끄는 비영리 새플링 재단(Sapling Foundation)에 TED 콘퍼런스 운영권을 이양합니다. 이후 한동안 큐레이터가 되어 활동했던 크리스 앤더슨은 워먼이 마지막으로 주최한 TED에서 새로운 TED에 대한 강연을 합니다. 새로운 TED는 비영리로 운영되었고 기술, 엔터테인먼트, 디자인 외의 모든 분야로 분류가 확대되었죠. 지역도 미국을 포함한 확대 되어 전 세계의 TED Speaker를 초청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TED가 외칠 새로운 모토(moto)를 만들었습니다. 


TED 로고와 모토 ‘가치있는 아이디어의 확산’

 

라틴어 움직이다란 의미의 ‘motus’에서 파생된 moto는 의지(意志)와 유사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의지를 사전적으로 풀이하면 '어떤 일을 이루려는 적극적인 마음’으로 목표를 이루기 위해 행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정신적인 근육입니다.    

TED는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확산’할 것이라 외치고 약속한 겁니다.  

TED는 이를 위해 즉각적으로 행동했죠.  

2005년,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TED speaker의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지원하여 이를 실현하려 했습니다. 괄목할 만한 단 하나의 아이디어를 정해 TED Prize를 수여하고 수상자에게 ‘세상을 바꿀 한 가지 소원(One Wish to Change the World)’ TED Prize wish를 듣고 그것을 실현합니다. 모든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없지만 한 가지만큼은 집중해서 실현할 수 있다고 TED는 말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세상을 바꾼다’라는 의미가 됩니다. 

2006년에는 전 세계로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확산하기 위해 인터넷 기반의 지식 플랫폼이라는 첫 단추를 끼웠습니다. TED Talks를 무료로 온라인에서 볼 수 있도록 한 것이죠.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자신들만의 전유물로 가두어 놓는 관념을 깨고, 폐쇄적인 소수의 엘리트 모임에서 시작한 TED가 전 세계인을 향해 열린 축제가 되는 기틀이 다져진 겁니다. 

이로 인해 TED는 더 많은 강연자와 참여자가 모여 큰 성장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후 전 세계 언어로 아이디어를 확산하기 위해 번역 사업 ‘열린 번역 프로젝트(Open Translation Project)를 시작했죠. 세계 각 지역 인재에게 도움을 구했고 이에 응답한 인재들은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며 이 일을 돕고 있습니다. 현재는 23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110여 개 언어로 자막을 번역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번역 사업으로 TED.com 은 미국 외의 나라에서 몰려들기 시작했죠.  

앞서, 말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의견(意見, 어떤 사물 현상에 대하여 자기 마음에서 판단하여 가지는 생각) 일뿐이고 행동하면 의지(意志)가 된다고 했습니다. TED가 슬로건(Slogan)이라 하지 않고 모토(moto)라 명명한 것만으로도 대외적으로 외치고 약속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요. 

리처드 솔 워먼으로부터 큐레이터로 TED를 이끄는 크리스 앤더슨에 이르기까지 TED는 그 모습을 완성해갔습니다. 정체성을 만든 규칙, 차별화된 무대 그리고 모토. 모든 것은 TED를 완성시켰고 중심에서 핵이 되어갑니다. 세포분열을 위한 준비가 갖추어진 것이죠. 


TED의 세포분열, x  

2009년 또 다른 확산을 위해 또 다른 브랜드 TEDx의 라이선스를 전 세계에 오픈합니다.  

TEDx는 어느 지역에서든 TED와 같이 ‘가치 있는 아이디어 확산’에 기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라이선스를 주어 행사를 개최할 수 있도록 하는 브랜드입니다. 



TEDx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확산을 위한 기준에서 보면 앞에 열거한 기준은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이 폭발했을 때 공항에 발이 묶인 과학자들과 예술인, 기업인들은 할 일도 없는데 TED나 하자며 48시간 만에 TEDxVolcano를 개최했다 합니다. 이는 세계 최초로 개최된 가장 빠른 포럼으로 기록되기도 하죠.  

때로는 교도소에서 때로는 아프리카의 천 하나 걸친 움막에서 세상에 퍼뜨릴 만한 가치를 가진 생각들이 피어나고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늘어날수록 TED의 모토는 더욱 빠르게 실현될 겁니다. x는 그림에서 보듯이 TED와 관계없는 독립적으로 조직되어 개최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지만 확장을 통해 전 세계로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퍼져나간다면 그 의미는 곱하기의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TED speaker들은 무대 뒤에서 등장하지 않습니다. 청중석에서 일어나 등장하는 Speaker들을 바라보면서 청중석과 영상을 보는 이들은 Speaker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 중 하나이며, ‘바라보고 있는 나’도 그들처럼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낼 수 있는 후보 중에 하나라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죠. 이런 희망으로 몰입하여 듣고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가치 있는 아이디어와 그 기대들은 세포 분열과 유사한 확산으로 퍼져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은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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