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미코지도리 花見小路通

길 위의 사람 - 삶이 빚어낸 길

by 비오

또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여행하기 전 스스로에게 약속을 했다. ‘산보하듯 천천히 걸으며 사색을 해보자. 여러 곳을 가기보다는 길 하나를 가더라도 세심히 보자.’ 마음을 다 잡았지만 길을 걷기 시작하면 모든 것을 잊고 다음은 어디로 가야 할까 하며 서두른다. 지치기 전까지 스스로를 재촉한다. 경쟁에 익숙해져 버린 몸이다.

걸음을 멈추고 여유 하나를 선물한다. 숨을 고르고 교토의 유명한 길 중 하나인 하나미코지도리(花見小路通)를 세세히 담아내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온몸에 감각 세포를 깨우며 천천히 걸어갔다.


하나미코지도리는 기온(祇園)의 중앙을 남북으로 통과하는 길이다. 에도시대에는 겐인사(建仁寺)로 가는 대나무 숲이었다 한다. 1871년 교토부가 토지를 반환받아 1873년 기온고부 찻집조합(祇園甲部お茶組合)에 7만 평의 토지를 양도했고, 조합은 시조도리(四条通)를 기준으로 남쪽에 찻집 거리를 만들었다, 지금도 이 길은 고급 찻집, 고급 요정 등 교토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당시 정취를 느껴보고 싶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2001년에는 전선들이 땅으로 들어가고 석첩이 깔려 지금의 모습이 됐다.



하나미코지도리는 ‘꽃을 보는 작은 길’이라는 뜻이다. 봄이면 벚꽃이 만발해 이런 이름이 지어졌다 한다. 지금은 길을 정비하며 많은 수의 벚꽃이 사라지면서 몇 그루의 벚꽃나무만 보인다.

게이코와 마이코를 볼 수 있는 거리라 붙여진 이름이라는 해석도 있다. 게이코나 마이코가 걷고 있을 듯한 고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거리지만 실상은 그들 또한 보이지 않는다. 게이코는 손님이 지정한 시간에 고급 찻집이나 요정에 가는 것 외에는 오키야(置屋 | 게이샤방)라는 곳에서 기예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분명 그 길엔 그들이 있다.

유심히 살펴 걷다 보면 동서 방향으로 난 골목 입구마다 요정이나 찻집의 하얀색 명패가 눈에 띈다. 드라마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에선 골목 안 쪽 풍경이 그려지는 데 마치야 입구에는 그곳에 살고 있는 마이코의 명패도 걸려있다. 이 명패를 확인하고 싶어 들어가 보려 하는데 골목 분위기가 너무 평화롭다. 정갈하고 고요한 골목의 평온이 나를 막아선다. 마치 골목 입구에 결계라도 있는 듯 바라만 볼뿐 들어갈 수가 없다.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것이 있다. 그것은 골목 마치야에 살았던 그리고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의 흔적과 자취가 세월에 쌓여 만들어 낸 것이란 생각이 든다. 골목을 응시하다 나처럼 들어가 보지 못하고 돌아 선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을까 상상해 보니 웃음만 나왔다.

하나미코지도리에는 보이지 않지만 꽃이 있다. 꽃의 향도 느낄 수 있다. 그것은 살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이들의 삶에서 빚어진다. 그들이 있는 한 세월이 지날수록 꽃의 정취는 더욱 짙어지리라. 그리고 그 길의 정취에 흠뻑 빠지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다. 그들의 걸음으로 길은 다져지고 새로워진다.

유명해지면 길을 빚어낸 사람들부터 떠나는 길이 그 길만의 색깔을 잃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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