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D | 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
움직이다란 의미의 라틴어 ‘motus’에서 파생한 모토 moto는 의지意志를 내포한다.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적극적인 마음으로 행동하자는 외침이 모토다. 모토가 되는 브랜드텔링은 목표를 향한 의지를 갖게 만들고 사람들은 그것을 이루기 위해 앞으로 나간다. 말이 곧 행동으로 이어진다.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비공개적으로 모여 논의하던 TED는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하나하나 수집하고 전 세계에 공유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었다. 콘퍼런스 브랜드에서 하나의 문화가 된 TED는 단순히 논의에서 그치지 않고,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만든다. TED의 선한 영향력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아이디어 교류의 탄생
예로부터 사람들은 평지에 함께 모여 서로의 의견을 나눴다. 포럼의 의미는 로마 시대 대규모 사람들이 공공 집회를 열었던 공간에서 현대 공개 토론, 즉 행위로 바뀌었다. 토론은 사람들이 모이는 규모와 구심점에 따라 그 형태를 달리한다. 공개토의는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발표하고 주고받는 형태인 반면 어떤 모임은 점차 비공개적이고 특정인을 중심으로 모여 그들만의 이유로 사교적 모임의 형태를 띠어가기도 했다. 전 세계인의 콘퍼런스로 사랑받고 있는 TED 역시 처음 시작은 특정인 중심의 소규모 모임으로 출발했다.
방송 디자인의 대부 해리 마크스 Harry Marks는 디자이너, 과학자, 예술가, 엔지니어 등 다양한 사람들과 일하며 각 영역에서 영감을 얻어 방송에 창의성을 불어넣었다.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하면 서로 융합되어 새로운 지혜가 될 것이라 생각한 해리는 새로운 콘퍼런스를 구상한다. IT 전문가 리처드 솔 워먼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는 흔쾌히 승낙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구상과 기획을 끝내고 1984년 기술 Technology과 연예 Entertainment, 디자인 Design 분야의 엘리트를 불러 모아 단발성 사교 모임을 갖는다. 모임의 이름은 각 분야의 앞글자를 따서 TED라 명명했다.
TED 초기는 재정적으로 적자였다. 하지만 그들이 얻은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세 분야가 한데 어우러지면 세상을 변화시킬만한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TED는 분야별 경계가 희미해져 가고 융복합 convergence의 흐름이 요구되는 시대상을 갖추었다. 6년 후인 1990년, TED는 두 번째 행사를 개최했고 예상대로 성공적인 결과를 얻는다. 이후 TED는 연례행사로 거듭난다.
규칙을 만들다.
TED 성공의 중심에는 워먼이 설계한 규칙이 있다. 첫 번째, TED의 프로그램 트랙을 복수로 구성하지 않는다는 것. 대부분 콘퍼런스들은 다수의 트랙으로 구성해서 각기 다른 룸에서 여러 강의와 워크숍이 동시에 이루어지도록 설계가 되어있다. TED는 다르다. 프로그램 트랙을 하나로 구성하여 참가자 모두가 같은 것을 공유할 수 있다.
워먼은 이런 방식일 때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같은 경험으로 교류할 것이라 생각했다.
두 번째, ‘묻고 답하기’ 세션을 없앴다. 모든 아이디어는 반대 의견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TED Talks 이후 이에 반하는 생각들을 질문하고 논의하고 토론하는 시간은 어떤 이에게는 곤욕스러울 수 있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공방의 곤욕스러움을 배제하고 스스로 이해하는 시간을 주는 것이 배려라 생각했을 것이다. 이 또한 TED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주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규칙이다.
마지막으로 TED 강연시간은 ‘18분’이다. 이 규칙에 대한 얘기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인간이 최고의 상태로 집중을 지속할 수 있는 시간을 근거로 했다는 말도 있고 워먼의 인터뷰에서는 15분은 너무 짧아 강연의 무게를 가볍게 할 수 있고 19는 심술궂은 느낌이고 그래서 18분으로 정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15분은 너무 짧고 사소하게 느껴져요.
만약 20분으로 정하면 연사들은 아마 25분간 이야기할 거예요.
19는 심술궂은 느낌이 있고, 17은 소수죠.
그래서 18분으로 정했어요."
리처드 솔 워먼 Richard Saul Wurman
TED의 ‘18분 규칙’은 ‘18분의 마법’이란 별칭을 얻는다. 18분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마법처럼 강렬한 감동을 준다는 의미이다. 강렬하게 남은 감동은 TED Talks가 ‘18분의 마법’이란 상징적인 별칭으로 이어졌다. TED의 규칙들 각각은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겠지만 세 규칙 모두 ‘집중하고 몰입하자.’라고 말하고 있다. TED Talks를 집중하고 듣고 이어지는 강연들에 몰입감을 선사해 행사기간 동안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행사 기간인 일주일 동안 다양한 분야의 전문강연을 집중하고 몰입해서 받아들여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교류하기 때문에 ‘뇌 폭발 Brain Explosion’을 경험할 수 있다.
TED의 규칙들은 워먼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충실히 담아내며 TED만의 차별화된 모습을 만들었다. 그 모습은 TED에 참여한 사람들의 인식과 어우러져 TED만의 정체성을 만들었다. TED만의 정체성에 매료된 사람들이 점점 늘어 규모가 커졌고, 모두가 함께 하는 문화로 성숙한다.
세상은 그렇게 조금씩 변한다.
큐레이터로 TED를 이끈 크리스 앤더슨은 보다 확장된 TED의 모습을 완성해 나간다. 그 모습은 정체성을 만든 규칙, 차별화된 무대 그리고 자신만의 모토로 이어졌다. ‘Ideas worth spreading | 퍼뜨릴 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 모토를 기준으로 TED는 즉각적으로 행동했다. 말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의견일 뿐이고 행동하면 의지가 된다. TED가 자신들의 핵심가치를 슬로건 slogan이 아닌 모토 moto라 일컫는 행위는 자신들의 말을 지키는 행동을 강조한 표현이다.
크리스 앤더슨은 TED Talks를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 세계인들이 TED를 만나는 온라인 세계를 구현한다. 그렇게 TED는 소수 엘리트 중심의 모임과 다른, 모두를 위한 강연으로 차별점을 만들었다. TED에는 더 많은 강연자와 참여자가 모였고 그들은 함께 더 성장한다. 전 세계 언어로 아이디어를 확산하는 ‘열린 번역 프로젝트 Open Translation Project ’는 세계인들이 언어 장벽 없이 TED를 만나게 했다.
2009년 또 하나의 브랜드 TEDx의 라이선스를 시작하며 그들은 생각의 확산을 이어간다. TEDx는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가치 있는 아이디어 확산’에 기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라이선스를 주어 행사를 개최한다.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이 폭발했을 때 공항에 발이 묶인 과학자들과 예술인, 기업인들은 48시간 만에 TEDxVolcano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지금까지 가장 단시간에 열린 포럼이라는 기록을 만들었다. 교도소, 아프리카 움막에서도 TEDx는 열릴 수 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가 늘어날수록 그들의 모토는 더욱 빠르게 실현될 것이다.
TED 강연자 Speaker들은 무대 뒤에서 등장하지 않는다. 청중과 함께 있다가 일어나 등장하는 강연자를 바라보면서 청중들은 강연자 또한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 중 하나이며, ‘바라보고 있는 나’도 그들처럼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몰입하고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가치 있는 아이디어와 그 기대가 세포가 분열하듯이 세계로 퍼져나간다. 그리고 세상은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변한다.
가치 있는 아이디어는
세상을 새롭게 하는 씨앗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