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가 전하는 목소리

브랜드텔링 1. 글로 하는 브랜드텔링

by 비오
언어는 시각적 인상에 사로잡혀 있다.
무언가를 비교할 때 시각적 인상에 기대고 시각에 의지하여 행동이나 기분을 설명한다.

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1세기에 중국에서 만들어진 종이는 실크로드를 거쳐 12세기에 유럽에 전해집니다. 12세기 중세 유럽은 종교와 귀족 중심의 신권사회로 종교 문서와 공문서를 필두로 가치 있는 글들을 양피지에 필사(스크립토리움)하는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의 필사는 신의 말씀을 기록하는 성스러운 일이었기에 마음과 영혼, 의지를 다해서 기록하였고 그 수준은 가히 예술작품의 경지였죠.



1445년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발명과 양피지보다 훨씬 제작비용이 저렴한 종이가 인쇄술을 급격히 발전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수도사의 손으로 양피지에 담았던 신의 소리를 종이에 활자를 찍어 담아내기 시작한 겁니다.
활자는 초기에 수도사의 필사체를 닮으려고 노력했고(Humanist) 수학이 발달하면서 수학적 계산으로 정교해졌으며(DIDONE) 산업혁명의 기운으로 강렬하고 두꺼운 모습이 되기도(Slab-Serif) 하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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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활자는 시대를 담고 만든 사람을 닮아갔습니다. 글꼴을 font face라고 하는 이유는 글자도 사람의 얼굴처럼 보는 사람에게 느낌을 주기 때문 아닐까요? 그래서 각 글꼴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나 봅니다. 어떤 글꼴은 굵고 신뢰감 있는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어떤 글꼴은 얇지만 스마트한 목소리를 내기도 하죠.


글꼴 하나에 목소리 하나


그렇기 때문에 글꼴을 사용할 때 신중해야 합니다. 만일 브랜드의 성향에 맞지 않는 목소리의 글꼴을 선택한다면 브랜드의 성향이 왜곡될 수 있고, 글꼴이 여러 개면 목소리도 여러 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가자 헤어비스는 1972년 국내 최초 브랜드샵 ‘이가자 미용실’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했습니다. 2002년엔 ‘이가자 헤어비스’라는 브랜드명으로 변경했습니다. 헤어비스의 ‘비스 bis’는 프랑스어로 ‘둘, 두 번째, 다시’의 의미로 헤어를 포함하여 화장품, 교육, 웨딩 등 둘 이상의 프리미엄 가치를 가진 토털 뷰티 브랜드로 거듭난다는 의미라 합니다.
브랜드명에 비즈니스에 대한 콘셉트까지 포함하고 있으니 효율적이라 볼 수 있죠.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야기를 듣는 당사자가 쉽게 알아듣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엔 조금 복잡한 감이 있습니다. 거기에 이가자 헤어비스의 로고에 사용된 글꼴이 총 세 가지이니 느낌이 다른 글자의 목소리 또한 세 가지가 됩니다.

어려운 이야기를 세 사람이 동시에 말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해 못하는 말로 세 사람이 동시에 얘기를 하면 산만하고 시끄럽죠. 시각도 마찬가지로 받아들입니다.


같은 업종, 비슷한 콘셉트를 가진 브랜드 중 이와는 다른 사례가 있습니다.
영국의 토니 앤 가이 Tony & Guy는 1963년 런던 남부의 “Clapham” 에 살롱 개점을 시작으로 전 세계 41개국에 402개의 헤어 살롱을 두고 있습니다. 패션과 헤어스타일을 접목시켜 새로운 헤어 트렌드를 제시하는 ‘HAIRDRESSING’이란 콘셉트를 가지고 있죠. 'HAIRDRESSING'은 말 그대로 헤어도 패션의 일부라는 의미로 쉽게 이해됩니다. 토니 앤 가이의 로고는 푸투라 Futura 의 패밀리 글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메인로고는 푸투라 Extra Bold, 아래의 태그는 푸투라 Light입니다. 토니 앤 가이 로고는 쉬운 이야기를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억양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거죠.

마치 연설을 할 때와 같이 강조하기도 하고 차분하게 숨죽이며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효율적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겁니다.





사람들은 시각으로 인지된 느낌을 글로 표현합니다. 반대로 글로 표현된 내용의 느낌으로 기억을 연상시키기도 하죠. 그래서 글을 읽을 때 느낌과 기억의 연상을 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글을 이용한 브랜드텔링은 브랜드가 전하는 메시지(정신 혹은 콘셉트)를 누구나 쉽게 이해하도록 만들어 기억에 남겨져야 합니다. 그리고, 브랜드 만의 성향과 감성을 드러낼 수 있는 글꼴로 글자 목소리의 강약을 잘 조절하여 표현한다면 사람들이 브랜드를 쉽게 연상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브랜드텔링에 의한 기억과 연상을 일관성 있게 반복하면서 브랜드의 정체성은 그들의 기억 속에서 조금씩 자라나게 됩니다.




양피지에 신의 목소리를 담았던 글자는 사람의 목소리를 담아내면서 사람들의 성품만큼이나 다양한 글꼴이 탄생했습니다.

넘쳐 나는 브랜드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서 글자는 이제 질적인 진화를 하고 있습니다. 섬세하고 세심하게 조절되고 잘 만들어진 글꼴이 출연하고 있고 그것도 모자라 브랜드 만을 위한 글꼴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기억과 연상을 통해 떠올릴 수 있는 브랜드 만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죠.


댓글 올려주신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________^

브랜드에 관해 궁금한 것을 댓글에 남겨주시면 그 주제로 글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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