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밀코치 Nov 06. 2020

가까운 사람과 다투지 않는 방법

고마움의 선순환 법칙

 관계가 먼 사람과 가까운 사람 중 누구와 갈등이 더 많을까? 당연히 가까운 사람이다. 가족이나 친척, 친구, 직장동료와 부대끼며 갈등이 생기고, 관계에 문제가 생긴다. 먼 사람은 애초에 문제가 생길 관계가 없거나 희미하다. 서로의 의견과 이익이 충돌하지 않는다. 기대도 하지 않기에 서운할 일도 없다.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갈등 요인은 늘어난다.

 

가장 가까운 관계는 어떤 사이일까?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이이다. 생활의 면면이 부딪히고 서로의 영역을 넘나들 수밖에 없다. 양말을 벗어놓는 방법부터 치약 짜는 방법까지, 어느 것 하나 맞는 게 없다. 그래서 한 공간에서 오랜 기간 생활한 사이에서는 적절한 합의가 이뤄진다. 합의 속에서 서로 배려해 주고, 참거나 내려놓기도 하며, 안 되는 부분은 포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한 공간에서 살지 않던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한 공간에서 생활하며 갈등이 폭발하는 경우가 있다.

 먼저 함께 여행 가는 경우다. 친한 친구나 연인이 해외여행을 함께 가서 절교하고 돌아오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다. 뜻밖의 이별여행

 다음으로 결혼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간의 충돌이다. 수십 년간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들이 한 공간에 살면서 갈등 대폭발을 경험한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관계에 큰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그 유명한 성격차이 그런 이유로 결혼 전 동거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인식이 생겨난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숙사에서 룸메이트와 한방을 쓰거나, 주거비 절약을 위해 친구와 원룸에서 같이 사는 경우다.  


 사관학교에 들어오면서 단체생활이 시작되었다. 네댓 평 남짓한 방 하나에 동기 네 명이 한 방을 썼다. 처음 방을 배정받고 같은 방을 쓰게 된 동기들과 잘해보자는 마음으로 의기투합하며 어색한 동거를 시작한다. 하지만 저학년은 매우 바빠 개인 시간이 없으며 마음의 여유도 없다. 룸메이트의 잘못으로 방 인원 전체가 선배와의 친교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자기 몫을 해내지 못하는 동기가 생겨나고, 내부 갈등이 생겨난다.


 청소시간에 공용 격실을 청소해야 하고, 잘못한 게 있으면 선배에게 불려 가 친분도 쌓아야 하기에 정작 우리 방 청소와 정리는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뜨끈한 점호가 끝나면 모두가 힘들고 지친다. 평소 불만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하면 갈등은 고조된다.

 룸메이트는 3달에 한 번씩 바뀌었다. 여러 동기들과 친분도 쌓고 적응도 잘하라는 의미로 여겨졌지만, 불편한 동거가 안정될 날이 없었다. 돌아서면 또 새로운 동기들이 한방에 모여들었다.


 그날도 여유 없던 날이었다. 당시는 건조기도 없어 빨래를 옥상 빨랫줄에 널어 말렸다. 빨래를 널고, 거둬, 개서 정리하는 데에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해본 사람은 안다) 옥상에 널어둔 빨래를 거둬 방으로 가져와 내 침대 위에 올려놓고, 다른 볼일이 있어 방을 나갔다가 점호가 임박한 시간에 들어왔다. (아마도 선배와의 친교시간이 있었던 듯 하다.) 

빨래를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 급하게 방으로 뛰어 들어왔는데,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어야 할 빨래들이 예쁘게 개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어? 내 빨래 누가 갰지?

 방 정리하는데 시간이 좀 남아서’  동기 Y가  멋쩍게 웃으며 답한다. 그때의 감동이란.

서로가 힘겹고 여유 없는 생활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배려해 준 동기로부터 큰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시간이 남아다른 사람의 개인적인 일을 도와줄 생각은 한번도 하지 않았다. 방바닥을 닦으면 닦았지, 개인적인 일은 알아서 해야 한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Y를 유심히 관찰했다. 내가 뭘 도와주면 좋을까 궁리에 빠진 것이다. Y는 워낙 자기 몫을 잘하는 친구라 딱히 도와줄 일이 없었다. 그래도 살다 보면 틈이 생기는 법, 이런저런 소소한 도움을 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도움이 필요한 다른 동기들이 있는지도 살펴보게 되었다. 나에게 도움받은 동기들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나의 불편이 없는지 살피고 도움을 주었다. 고마움의 선순환이 형성된 것이다. 배려가 배려를 낳고, 서로 고마워하며, 결국 방 전체가 즐겁고 기분 좋은 기운이 흐르게 된다.


 이때의 경험으로 가까운 관계의 갈등관리법을 찾아냈다.

 이름하여 ‘고마움의 선순환 법칙’이다.

가까운 관계에서 갈등을 예방하고, 서로를 배려하며 즐겁게 지낼 수 있는 만능열쇠다. 병사들 또한 단체생활을 한다. 적게는 6~7명에서 많게는 12~15명까지 한 생활관에서 생활하니, 갈등 요인이 많을 터이다. 나는 매번 내 빨래를 개어준 Y와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선순환의 즐거움을 역설한다. 한 명이라도 실천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리고 이것은 부대 업무에 국한되지 않는다. 아내와 결혼하고 나서도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나만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다행히 아직 아내를 아내라고 부를 수 있다.

 고마움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은 획일적이지 않다. 상대에게 관심을 기울일 때 효과적인 방법이 눈에 띈다. 상대가 어려워하거나 힘들어할 때, 고민에 빠져있을 때, 곤란한 상황일 때 미처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감동의 포인트를 공략해보자. 내가 아끼는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일 때, 갈등의 씨앗은 자양분을 잃어 성장할 기회를 잃을 것이다.




 지금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과 고마움의 선순환 법칙을 작동시킬 수 있는 방법을 하나 고민하고 실천해보자. 선순환의 바퀴가 뱅글뱅글 굴러가는 기쁨을 느껴보시길 추천한다.  

    





이전 02화 여행간 부모님을 서운하지 않게 하는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