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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코치 Nov 12. 2020

여행간 부모님을 서운하지 않게 하는법

화력집중이 필요할 때


 나는 막둥이다. 부모님의 연세가 많다는 이야기다. 군대 가면 효자 된다고, 사관학교 들어가면서 환갑에 다가서는 부모님을 보며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다고 느꼈고, 애틋한 감정이 커졌다. 지금은 얼마 전 작고하신 대기업 회장님'쓰러지신 나이'보다 연세가 더 많으심에도 건강하게 지내시는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효도하고 싶었다. 어떤 방법이 있나 고민해 보니, ‘마음 편하게 지내시도록 소식을 자주 전하고 시간을 내 자주 찾아뵙고, 주변으로 나들이를 자주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른다. ‘소식’은 전화로도 전할 수 있지만, ‘자주 찾아뵙고 나들이 가는’건 거주와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 조직에 몸담고 있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전화를 자주 드리자는 결론에 달해, 점심시간이나 퇴근길에 종종 전화를 드린다.


 몇 년 전 일이다. 엄마가 동갑 계모임에서 제주도 여행을 간다 하시기에 기분 좋게 다녀오시라 연락드렸다. 해외여행 한번 가 본 적 없으시기에, 비행기를 처음 타시는 기회였다. 비행기 뜨고 내릴 때 어지러울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도 일러드렸다.


 바쁜 일이 있었나 보다. 여행 중에는 전화를 드리지 못했고 다녀오신 후에 연락드렸는데, 엄마의 목소리가 냉랭하시다. 직감적으로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느껴진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시지만 뭔가 불편하신 게 있으신 듯했다.


 나중에 누나로부터 이유를 전해 들었다. 여행 중 친구분들은 전화를 받는다고 바쁜데, 엄마의 전화기는 울리지 않았던 것이다. 차를 타도, 밥을 먹어도, 구경 중에도 수시로 울리는 친구분들의 전화기에서 ‘식사는 하셨는지, 어디로 가셨는지, 날씨는 어떤지, 무릎은 괜찮으신지, 누렁이는 잘 있고 고추도 잘 마른다’고 쉴 새 없이 떠드는 '엄친아딸'을 보며, 자식을 넷이다 두고 있는 엄마는 서운한 마음이 드셨건 것이다.


 친구분들은 거기에 더해 ‘이제 알았다. 바쁘다. 전화 그만해라. 밥 먹는다. 아이고 귀찮게 하네, 구경도 못하게 자꾸 전화를 해쌌네’ 너스레를 떨고, 울리지 않는 전화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돌아오신 엄마는 ‘여행 잘 다녀오셨는지’를 여쭙는 아들에게 밝은 목소리가 나올 수 없었던 것이었다.


 몰랐다. 예상하지 못했다. 이유를 듣고 보니, 그럴 만도 했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이야기다. 그때부터 부모님께서 어디 가시면 수시로 전화드린다. 특히 누군가와 함께 계시는 상황에선 화력을 더 집중한다.

밥을 입에 머금고 얼버무리시는 발음이 감미롭다. ‘아이고 마 바쁘다 나중에 전화해라’는 말이 그렇게 반갑다.


 부모님께 자주 연락드리고, 수시로 안부를 물어 귀찮게 해드리자. 적적하신 생활에 단비가 될 것이다. 그리고 평소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하실 기회를 드리는 것이다. ‘이렇게 하고 싶은 말씀이 많으셨구나, 전화 안 드렸으면 어쩔 번 했나’ 싶은 적이 여러 번이다. 이제는 같은 얘기를 또 하셔도 ‘아 그래요? 진짜요?’라는 반응이 조건반사적으로 흘러나온다. 기술이 는다는 말이다.


 시간은 무한하지 않다. 받지 못하실 때 전화해봐야 소용없다. 반갑게 목소리를 전해드리자.


‘무슨 일 있나?’



그냥요, 날씨가 좋아서요



* 응용 파트


 전화 화력집중 전략은 아내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친구 만나고 있는 아내에게 일부러 전화를 건다. 별로 궁금하지 않지만 ‘어디서 만나는지, 뭐 먹는지, 날씨는 어떤지’ 묻는다. 아내가 기분 좋게 대답해 주면 절반의 성공, ‘아직도 나한테 그렇게 관심이 많니?’라고 너스레를 떨면 대 성공.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는 걸 주변인에게 보여줄 수 있음은 자존감 상승의 충분조건이 된다.


 며칠 전 한번 써봤다. ‘귀찮은 척, 바쁜 척 좀 하시라고요’라는 말에 ‘좋았어, 다음 콜은 세 시간 후’라며 시간 텀도 정해주신다. 그렇게 또 한 번 키득키득거린다.


 아내나 남편의 반응이 궁금하지 않은가? 한 번씩 시도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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