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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코치 Nov 21. 2020

15일 동안 매일 브런치에 글 쓰고 느낀 점(1)

나의 변화

 브런치를 처음 알게 된 건 올해 8월쯤이었다. 정보를 검색하다 브런치에 게시된 글을 우연히 읽게 되었고, 놀랍도록 잘 쓰인 글을 보고 브런치의 매력에 빠져 눈이 침침해질 때까지 여러 작가의 글을 읽었다. ‘새로운 플랫폼이구나’ 정도의 생각을 갖고 몇 번 더 둘러봤지만, 자극적인 제목이 주목을 받는 환경에 조금 실증을 느꼈던 것도 같다.


 ‘언젠가 글을 써봐야지’, ‘내 책을 한 권 쓰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해오던 참이었기에, 더 늦으면 안 되겠다 싶어 10월부터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경험을 토대로 한 글을 써내려 가던 중 상업화의 짙은 그늘이 느껴졌다. 블로그는 여전히 정보를 획득하는 가장 유용한 수단 중 하나이지만, 달리는 댓글이나 이웃 신청은 대부분 광고를 위한 접근이었고, 내가 정성 들여 쓴 글을 집중해 읽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래, 정성 들여 쓴 글은 브런치에 더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에 적어놓은 글 세 개를 편집해 작가 신청을 했다. 5일 안에 연락이 온다는데, ‘합격 통지를 기다리는 심정’이 이런 것이었는지, 잊고 살았던 묘한 긴장감이 되살아났다. 손끝이 찌릿하기까지 하다.


 그래도 3일은 지나야 연락이 오겠지? 생각했는데, 신청 다음날 ‘brunch’ 에게서 메일이 왔다. 영화 ‘타짜’에서 고니가 마지막 패를 쪼아 보듯, 스마트폰 화면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살살 내려가며 내용을 살폈다.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동물원 구경 중이었는데, 폴짝 뛰었던 것 같기도 하다. 작가 신청과 선정 비율을 알 수 없기에 어느 정도 확률을 넘어선 것인지 가늠되진 않지만, 일단 첫 관문을 통과했다는 것이 기뻤다.   


 작가로 선정된 다음날인 11. 5.(목)부터 11.20.(금)까지 15일간 매일 글을 발행했다. 처음부터 1일 1발행을 목표로 한 건 아니었다. 블로그에 써 놓은 글이 세 개 있었기에 3일간 하루에 하나씩 발행하며 다음 글을 준비했다. 5일이 지나자 글이 소진되는 속도가 생산 속도를 앞지르기 시작했고, 이내 마감에 쫓기는 형국이 되었다. ‘하루 쉴까’란 생각이 없지 않았지만, 왠지 당분간은 1일 1발행을 이어나가고 싶었다. 우주선이 궤도에 오르려면 지면을 박차는 첫출발에 가장 큰 힘을 쏟아야 하지 않던가.    



궤도에 오르길 기대하며 15일간 써 내려간 글이 벌써 19개가 되었다. 글을 쓰며 여러 변화를 경험했다. 글을 쓰는 ‘내’가 변했고, 브런치 속 부캐 ‘밀코치’에도 변화가 생겼다. 두 변화를 나눠서 살펴본다.       


먼저 글 쓰는 ‘나’의 변화다.


 사실 첫 글을 발행할 때 별 생각이 없었다. 조회수가 0인 기간이 꽤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기 비하가 아니라, 브런치의 특성 때문이다. 블로그는 정보를 검색해서 들어온다.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될 개연성이 있다. 브런치는? 깊이 있는 글을 읽는 공간이기에, 정보를 찾기 위해 들어오진 않을 것으로 생각되고, 나를 아는 사람도 없는데 내가 쓴 글을 찾아와서 읽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그래도 ‘글을 여러 편 쓰면 뭔가 변화가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에 큰 부담 없이 글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첫 글을 발행했는데, 1분 만에 누가 내 글을 ‘라이킷’ 했다는 알람이 떴다. ‘신기하네’ 정도로 생각하는데 10분 동안 5명이 더 ‘라이킷’을 눌러주었다. 첫날 조회수는 ‘9’를 기록했다. 생각보다 반응이 빨라 매일 글을 발행할 맛이 났다.


 누군가가 내 글을 주의 깊게 읽어준다는 기대감이 나를 매일 키보드 앞에 앉게 했다. 얼굴 모를 이들에게 유익과 웃음을 주기 위해 쓰고 또 고치길 반복했다. 혼자 했다면 넘보지 못했을 분량의 글을 써 내려갔다. 소재를 발굴하고 과거의 기억을 더듬다 보니 ‘내게 이런 생각이’, ‘이렇게 조합해내는 능력이’ 있다는데 혼자 감탄하기도 했다. 내가 쓴 글을 나중에 읽어 보곤, '생각보다 잘 썼네?'라는 자뻑도 한다. 내가 가진 능력치 이상이 발견된다. 브런치로 잠재력이 끌어올려진 기분이다.

 

 무슨 일이든 처음 흥미를 가졌을 때 집중력이 높아지고, 몰입하게 된다. 늘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 흥미가 떨어지고 관심에서 멀어지기 마련이다. 나는 흥미를 갖고 몰입하면 평균보단 좀 더 깊게, 또 오래 유지하는 편이다.


 고등학교 때 포트리스에 빠져, 야자 끝나고 집에 도착한 밤 12시에도 친구들과 우주의 여러 행성을 넘나들며 폭탄을 쏴댔다. 톱클래스인 ‘관’의 벽은 넘지 못했지만, 바로 아래 등급인 ‘금메달’은 유지했다. 신혼 때는 애니팡이 유행했다. 주간 단위로 갱신되는 순위에 아내와 나의 기록은 항상 최상단에 박제되어 있었다. 쉽게 싫증 내지 않고 삽을 들면 깊게 파내려 가는 기질이 글쓰기에서도 발휘되길 기대하고 있다.  




* 글이 길어져, 브런치 속 부캐 '밀코치'의 변화는 다음 편으로 쓰려한다.(1일 1발행을 위한 꼼수 아니다. 오늘 2개 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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