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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코치 Jan 05. 2021

거실 소파를 치웠더니 생긴 일


 습관은 무서운 법이다. 한번 몸에 깃든 습관은 잘 변하지 않을뿐더러, 새로운 습관을 몸에 익히는 것은 더욱 어렵다. 새해가 되면 많은 이들이 계획과 목표를 세운다. 낡고 병든 습관을 버리고 밝고 건강한 습관을 들이고자 마음먹는다.


 그렇지만 마음먹은 대로 변화를 이끌어내고, 목표한 바에 다다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자주 마음먹고, 또 노력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발전적이며, 성공에 한걸음 다가가는 방법이다. 씨앗도 심지 않고 수확을 기다리는 것보단 훨씬 논리적이고 과학적이다.


 습관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같은 환경에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보다, 환경 자체를 바꾸면 변화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가령 이런 것이다. 소파에 옷을 너저분히 널어놓지 않겠다고 수십 번 다짐하는 것보다, 소파를 없애버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바닥에 옷이 널브러뜨리는 최악의 상황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소파를 없앨 정도의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면 바닥 대신 옷걸이에 걸어 놓을 확률이 높다.


 좀 더 현실적으로 경험을 얘기해보자면, 동료나 친구들과 찐하게 먹고 들어온 날이면 어김없이 거실 소파에 누워서 잠들곤 했다. 아침에 깨어나면 나 자신에게 화가 나고 ‘다신 소파에서 안 자야지’ 다짐을 해도 시간이 지나면 또 현관에서 방까지 이르지 못하고 소파에 널브러지기 일수였다.


 처음엔 빨래건조대를 소파 위에 올려놓았다. 그걸 내릴 정도의 정신이면 정신차려 방에 들어가리라 생각했다. 한동안 성공적이었지만, 빨래를 널어놓고 나간 날엔 다시 어김없었다.


 그러던 중 소파를 방으로 옮기게 되었다. 아이들이 시골로 내려오며 거실을 서재로 활용하기 위해 공간을 재배치한 것이다. 그러고 나선, 작은방까지 들어가서 소파에 잠드는 경우는 없었다. 현관에서 안방으로 이어지는 길에 소파가 눈에 보이지 않으니, 그간 못 고치던 버릇을 단번에 고치게 된 것이다.     


 환경의 변화를 통한 습관 형성은 아이들에게도 매우 유용하다. 눈에 보이는 것이 하고 싶고, 만지고 싶고, 엄마 아빠가 하는 것을 같이 하고 싶은 것이 아이들의 마음이다. 시골생활을 시작하며 좋은 습관 길들이기를 계획했다. 그 첫 번째 단계가 거실을 서재로 만드는 것이다.      


 거실에 소파와 티브이가 있으면 계속 보고 싶다. 소파가 있으니 올라가고, 눈만 돌리면 티브이가 보이니 틀어달라고 떼쓴다. 하루의 대부분을 머무는 공간인 거실에 책장과 아이들 책상, 놀이공간을 배치해 눈만 돌리면 보이는 게 책상과 책장이 되도록 했다.


 아이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어른들이 TV나 핸드폰을 보고 있으면 아무 의미가 없으니 아내와 나도 주의를 기울인다. 아이들에게만 강요하고 모범을 보이지 않는것 만큼 못난것도 없기에.


 소파와 TV가 들어간 작은방은 미니 시네마로 활용한다. DVD를 틀어주거나, 가끔씩 TV를 보는 공간이다. 보다가도 거실에서 즐거운 소리가 들리거나 엄마 아빠가 거실에 있으면 아이들은 거실로 홀린 듯이 걸어 나온다. 결국 잔소리, 싫은 소리 하지 않고 TV 보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그 시간을 그림그리기, 글쓰기, 책 보기, 놀잇감 가지고 노는 시간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목표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단번에 목표하는 바가 정착될 것이라 기대하진 않는다. 환경을 조성하고, 작은 변화를 이끌어 나가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즐거운 동거생활이 목표다. 

      

 아이들을 대하며 나도 성장하는 기분이다. 생각을 되돌아보고, 잘못을 돌이켜보며, 몸가짐을 바르게 하게 된다. 혼자 살던 때와 집안의 청결도와 하루의 밀도가 확연히 다르다. 나 혼자 할 때에는 아무래도 동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았는데, 같이 하는 즐거움과 긴장감이 효율을 높이는 원천이 된다.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노력을 기울여 성과를 얻는 일은 즐겁고 보람차다. 그것이 아이들의 성장과 가족의 행복에 연계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 흡사 실험실을 운영하는 기분이다. 변화를 관찰하고 효율을 높일 방법을 계속 발굴해내려 한다.


 새로운 일상과, 앞으로의 변화가 기대되고 설렌다.   



*같이보면 좋은 글 : 부모에게 욕하는 아들을 보며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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