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밀코치 Jan 19. 2021

서울 어린이집과 시골 어린이집의 차이


 다양한 지역에서 거주하다 보니, 지역별 특성과 차이를 느껴볼 기회가 많다. 여기서는 당연한 것이 저기서는 세상 낯선 경우를 자주 접하며, 재미있는 경험도 쌓여간다. 지루하지 않아 좋고, 웃을 일도 많아진다.


 가령 이런 경우 들이다.


간호사가 환자에게 반말하는 동네 (brunch.co.kr)


 아이들이 나름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아이들을 통해 접하게 되는 지역별 인식과 육아환경의 차이도 늘어간다.  메이(첫째의 별칭)가 서울에서 어린이집을 다닐 때, 어린이집 행사가 있어 아내와 어린이집을 방문했다. 간식으로 요플레가 나왔는데, 메이가 요플레 뚜껑을 열어젖히고 뚜껑을 핥아먹었다. 여러 아이들 중 메이만 뚜껑을 핥아먹고 있었고, 놀림받을 것을 염려한 아내는 집으로 돌아와 뚜껑을 핥지 않도록 일러줬다.


 다음 해에 시골 어린이집으로 왔다. 메이가 요플레 뚜껑을 찰지게 핥으며 말한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그러는데 뚜껑에 묻은 게 제일 맛있는 거래’


 아내와 나는 딱히 반박할 말이 없어 그저 웃었다.


 한 번은 가족끼리 차를 타고 가고 있는데, 메이가 도착까지 얼마나 남았냐고 물어 ‘거의 다 왔다’고 답해줬다. 그런데 케빈(둘째의 별칭)이 도착했다는 말로 들은 건지 카시트의 안전벨트를 풀려고 한다. 그러자 메이가 다급하게 외친 말.


 ‘케빈아! 아직 끌르면 안 돼!’


 아내와 웃음이 터졌다. ‘끌르면’이 뭐냐는 물음에 ‘푸는 거’라며 정확한 해석을 해준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차에서 아이들에게 매일 당부하는 말이라는 설명과 함께. 전국 팔도 어휘력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젊고 세련된 느낌의 서울 어린이집, 노련하고 푸근한 느낌의 시골 어린이집. 다양한 경험을 하는 메이다.     

 

 그런 메이가 이제 네 번째 어린이집을 다닌다. 군 자녀들이 '초등학교를 몇 개 다녔는지'로 거주 불안정성과 환경적응의 어려움을 견줘보곤 하는데, 초등학교 5개 정도면 어깨에 힘이 좀 들어간다. 내가 본 최고는 8개다. 순서대로 기억하기도 쉽지 않을 듯하다.

 

 그런데 메이는 초등학교도 가기 전, 어린이집만 네 번째다. 마지막 어린이집은 시골로 내려온 이후, 학교 가서 아는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는 게 좋겠다 싶어 메이에게 권유했는데 흔쾌히 다니겠다며 새로운 만남에 흥미를 보였다.

 곧 졸업할 졸업반이기에 어린이집에서도 부담 없이 받아주었다. 메이는 어린이집을 한번 다녀오더니 재미있다며 순조롭게 적응했다. 기특하다. 이런저런 정보를 탐색하며 동생들이 곧 다닐 어린이집을 사전 점검하는 모양새다.      


 서울과 시골 어린이집의 차이라고 했지만, 세부적으로는 선생님의 나이대나 성향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 같다. 지금 다니는 시골 어린이집은 대형 재단에서 운영하고 있어 선생님들의 나이대는 젊은 편이지만,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얼핏 들어봤는데, 꽤나 구수하게 쓰는 분도 여럿인  듯하다)


     



 젊고 세련된 선생님에게 친절한 사투리를 배워갈 아이들의 모습이 기대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에게 화내는 나를 돌아보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