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순위는 하루에도 수백 번은 바뀔 테지만, 불편한 마음이 있다는 메이의 속내를 더 들어봤다.
‘엄마아빠가 하기 싫은 거 시키고 좋아하는 거 안 해줘서 속상하구나? 메이가 한번 해보더니 앞으로 잘하겠다고 해서 시작한 원격수업인데, 얼마 안돼 하기 싫다고 하면 엄마 속상할 텐데’
‘아니~ 그거 너무 어려워, 나는 한글이랑 숫자만 하고 싶은데 영어 나오고, 우리나라말도 아니잖아. 너무 어려워서 싫어’ 속내를 말하며 메이가 울기 시작한다.
난감하다.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생각하다 예를 들어 설명해주는 게 좋겠다 생각했다.
메이가 원격수업하면서 알게 된 게 얼마나 많은데. 어려워도 차근차근하면 돼. 잘하라고 하는 게 아니야. 천천히 하다 보면 조금씩 익숙해질 거야.
조금 이해하는 눈치지만, 그래도 영어도 싫고 문제풀이도 싫다고 한다.
메이가 하고 싶은 거, 좋아하는 거만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게 메이를 위하는 게 아니야. 과자 먹고 싶다고 매일 과자만 줘서 우리 아이들 몸이 약해지고 병원에 자주 가도록 하는 게 엄마아빠가 아이들을 위하는 일일까? 아빠도 다른 아이들이 핸드폰 보여달라고 하면 하루 종일 보여줄 수 있어. 그런데 그게 그 아이를 위하는 일은 아닌 거야. 아이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크도록 도와주는 게 엄마아빠 역할이야. 엄마 아빠 말고는 아무도 해주지 않거든. 그래서 싫을 수도 있어.
조금 더 현실적인 비유가 필요했다.
찰리(막내의 별칭)가 기저귀 떼고 있지? 근데 기저귀에 오줌 싸고 똥 사는 게 제일 편하지 않겠어? 어디서든 그냥 싸도 되고, 화장실 갈 필요도 없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내버려 두면 찰리가 메이 나이인 8살이 되어서도 기저귀 하고 있을 거야. 그럼 메이 속상하지 않겠어?
조금 놀라는 눈치다.
그래서 화장실에서 쉬해라, 응가하기 전에 말해라 하는 거야. 엄마아빠 말고는 찰리가 기저귀를 떼든 안 떼든 관심을 안 가지거든.
마음이 움직였는지, 메이가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하더니 엄마에게 쪼르륵 다가가 ‘엄마 미안해’라고 말하고는 훌쩍이며 다시 방으로 들어온다.
물론 그 이후에도 여러 번 하기 싫다, 하는 게 좋다 실랑이가 이어지고 있지만, 전보다는 이해의 폭이 넓어진 것 같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참 쉽지 않다. 바르게 키운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답도 없다. 확실한 것은 부모가 아이들의 생활양식과 습관의 형성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바른 습관, 바른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 나부터 바른 습관, 바른 생각을 가져야 한다. 아이는 어른들이 하는 것을 금방 보고 배우며, 따라하기 때문이다.
아이들 덕분에 몸가짐을 더 바르게 하고, 바른 생각을 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된다. 혼자 살았다면 가지지 않았을 생각일 테다.
쉽지 않은 일이고 시행착오가 수도 없지만, 하루하루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또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