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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코치 Feb 25. 2021

제목 낚시 보다는, 숨은 맛집을 꿈꾼다


 지난 11월 5일 처음 브런치에 글을 올린 후, 세 달이 지났다. 그간 76편의 글을 올렸으니, 꽤 성실하게 썼다고 생각한다.(이 글이 올라가면 행운의 77번!)      


 그 간 몇 개의 글이 다음과 브런치 메인에 오르면서 방문자가 늘었고, 감사하게도 200분의 구독자 분들을 만나게 되었다. 언젠가 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다가, 이젠 내 글을 ‘쓰는’, 나아가 ‘공개’하고 있음에 스스로 대견하게 여긴다. 독보적인 성과를 낸 것은 아니지만, ‘단순 소비자’에서 ‘생산자겸 소비자’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들이 있다.      

 

 먼저, 쓴다는 건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다. 상념과 단상으로 떠돌던 무형의 ‘생각’들이 유형의 ‘글’로 남겨졌다. 생각이 글자로 유형화되며 정돈되었다. 어질러진 방을 깔끔하게 치우는 기분이다. 방 하나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나면 운동 후 샤워한 것처럼 상쾌하다.      


 방을 정리하고 상쾌한 마음으로 돌아서는데 다른 어질러진 방이 눈에 들어온다. 이번엔 또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설렌다. 더 많은 어질러진 방이 내 앞에 놓이기를 기대하게 된다. 텅 빈 방은 정돈할 것이 없기에, 일상생활에서 잡동사니를 차곡차곡 쌓아 나가는 것이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쓴다는 것은 또 생각을 깊게 하는 것이다. 없던 생각도 끌어낸다. 기억 너머, 무의식에 잠자던 생각까지 길어 올린다. 방을 정리하는데 소파 밑에서 잃어버린 장난감도 나오고, 동전도, 아이 몰래 버린 줄 알았던 조개껍질까지 나온다. 의외성은 신선한 자극이 되어 평범한 일상에 안주하던 나를 일깨운다.      

 

 좋은 글을 쓰고 싶지만, 쓸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잘 쓸 수 있을까 고민하고, 이런저런 시도와 쓰고 지움을 반복하다, 공들여 올린 글에 별 반응이 없으면 괜히 서운하다. 조회수나 라이킷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내심 어딘가에 노출되어 조회수가 수직 상승하길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조회수를 인식하다 보면 제목에 신경 쓰게 된다. 브런치 메인에 올라있는 글을 보면, 나도 모르게 손이 가는 제목들이 있다. 그 안에 양질의 글이 녹아 있는 경우도 있지만, 낚시 글도 없지 않다. 제목에 낚이지 말아야지 생각하면서도 어김없이 손가락이 먼저 움직인다. 남들도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기에, 조회수와 노출도를 위해 궁금증을 유발하거나 자극적인 제목을 쓰고 싶은 충동도 인다.

      

 노출도는 홍보효과와 유사하다. 일단 봐야 좋은지 안 좋은지 알 수 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이 유리하다. 다이아몬드를 서랍 속에만 놓아두면 가치를 빛낼 수 없다. 그렇다고 가짜 다이아몬드를 들고 다니며 사람들을 현혹 시킨들 진짜가 되는 것은 아니며 금방 들통나게 된다.  

    

 내용을 보석으로 다듬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진짜인지 아닌지 감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그 적정선을 잘 조율하는 것이 목표다.

     

 구독해주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꾸준히 글을 올려야 한다는 책임감도 생긴다. 찾아 주시고,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데 큰 힘을 얻는다. 한편으론 어설프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는 않을까 신경도 쓰인다.  

     



 우연히 찾은 식당이 숨은 맛집이면 만족도가 가장 높다. 기대치를 상회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신선한 재료를 모으고 조리법을 고민한다. 이곳이, 누군가에게 우연히 찾은 숨은 맛집이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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