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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코치 Mar 06. 2021

브런치의 단점


 브런치를 접하고 안 좋은 점이 생겼다. 책 읽기가 싫어졌다는 것이다.  

 

 책은 지식을 전달하는 가장 고전적 매체로, 여전히 유용한 정보전달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최근 유튜브라는 거대한 플랫폼으로 영상의 위력이 크기를 더해가고 있지만, 글은 글만의 장점과 매력이 있다. 시간이 지난다 해도, 글이 힘을 잃지 않고 유용한 정보전달 수단으로 건재할 것이라 생각하는 이유다.      


 책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끌어모아 정수를 뽑아낸다. 말처럼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영구적으로 남는 유형물을 세상에 내놓는 것이기에 대충 할 수가 없다. 알고 있는 것과 깨달은 것에 더해 새로운 것을  찾아보고 연구해 담아낸다. 해서, 독자는 책을 통해 작가의 정수를 들여다볼 수 있다.       


 책을 통해 내가 몰랐던, 또는 알고 있었지만 도출해내지 못했던 통찰을 엿보는 것이 흥미롭다. 앞으로도 그 흥미를 잃고 싶지 않다. 찰떡같은 비유에 무릎을 치, 평범하지 않은 어휘에 청량감을 느끼, 더없이 적절한 단어 선택에  감탄이 새어 나온다.

       

 그런데 최근 독서량이 확연히 줄었다. 1년에 50권을 목표로 1달 4권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최근 한 달 2권 이내로 줄었다. 글 읽는 시간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늘었다. 그런데 읽은 책의 수가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브런치 때문이다. '지가 안 읽어 놓고, 뜬금없이 브런치 탓이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름 논리는 있다. 읽긴 읽는데, 책이 아니라 브런치 글을 읽는 시간이 늘었다. 책은 한 권씩 읽을 때마다 제목과 간략한 리뷰를 정리하고 있어 독서량이 수치화되지만, 브런치는 그렇지 않다. 여러 사람의 글을 여러 편 읽지만 기록해둘 만한 구분점이 없어 수치화되지 않는다.

    

 그럼 책을 읽으면 되지 왜 브런치 글을 읽냐고 물을 수 있겠다. 거기에도 나름의 변명이 있다. 책 보다 브런치 글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흥미롭고 참신하다. 직관적이고 접근성도 좋다. 글쓴이와 소통도 가능한 참여형이다. 공영방송에서 유튜브로 넘어간 것처럼, 책에서 브런치로 넘어온 기분이다.

      

 마우스가 저절로 이끌려가는 제목, 그 안에 들어있는 짧고 강한 글을 읽다 보면 길고 지루한 책에 흥미가 떨어진다. 책이 작가의 정수를 뽑아낸 산물이라면, 브런치는 정수, 뇌수, 내장까지 다 뽑아낸 것 같다.     


 어떤 글들은 이렇게까지 써도 되나 싶다. 내밀한 가정사와 말하기 껄끄러운 내면의 심리와 행동이 글로 표현된다. 각자의 방식으로 창의성을 발휘한 글들에 강한 매력을 느낀다.      


  1년 50권, 한 달 4권이라는 독서 목표는 조금 미달되고 있지만, 글을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통찰의 발견은 줄지 않았다. 꼭 책을 읽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읽으면 어떤가. 읽는 미가 있고 그 안에서 지식과 통찰을 발견할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브런치에 독서량을 기록해 둘 기능이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책 읽는 재미 중 하나가 독서목록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의 장점을 살려, 브런치에서 글을 읽은 현황을 수치로 제공해주면 독자들이 더 흥미를 가질 것이라 생각한다. 거기에 각자의 생각과 단상을 남겨 놓을 수 있는 개인공간을 제공해준다면, 디지털 독서통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브런치 에디터가 라이킷을 눌러준다면 참신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고 있나요  브런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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