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침대까지 제 영역인양 거리낌 없고
누구의 눈치에도 아랑곳하지 않아요. 맘대로 돌아다니는 저 모습 좀 보세요. 같이 먹고 자며 뒹굴뒹굴 실내에 산다는 요즘 애완견들의 팔자(?)랍니다......
그 개념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세월을 사셨을, 엮으래야 엮이지 않는 할머니 한 분이 아파트 주변을 애완견과 나란히 산책 중이십니다. 열심히 운동하겠다며 돌다 보니 자주 마주치게 되었구요.
저 쪽에서 저랑 비슷한 녀석이 다가 오니 경계하며 어찌나 크게 짖던지 깜짝 놀랐었거든요. 때문에 더 분명히 녀석과 할머니를 기억합니다.
그냥 마당 한구석 대충(?) 지어진 집에서 먹다 남은 음식만 먹을 수 있어도 감지덕지였을, 어려웠던 그 세월 함께 감내한 우리네 토종개,
덕구(dog),
메리(Mary)가
훨씬 익숙할 그분이었을 터. 사람도 먹고사는 걸 걱정해야 할 처지에 언감생심 개까지 건사한다는 건 여기저기서 눈총 받을 일이고 말고였으니까요. 도둑이나 못 들어오도록 '왈왈' 짖어만 줘도 밥값은 넉넉히 한 거였습니다. 주인이 얼마나 등 쓰다듬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게요.
세련되고 발랄한 세대들의 품에서 고급스러운 고가 장비 장착한 채 온갖 귀여움 독차지하며 품에도 안겼다가, 또 조금 걷는다 싶으면 '피곤한가 본데.....' 알아서 척척 챙겨 안아 주는 주인과의 조합이 자연스러운 세월입니다.
아파트 생활이 몸에 안 맞는 옷인양 따로 놀며 어색해하시는, 자식들 때문에 떨어지지 않겠다는 발걸음 억지로 떼어내며 정으로 똘똘 뭉친 동네 친구들과 이별을 고했던 할머니.
그 품에서, 귀부인(?) 품 아니라며 불평할 줄도 모릅니다. 그냥 길동무로, 말상대로 족한 줄 알고 산책 중입니다.
당연히 알아들을 거라며 계속 말을 걸어봅니다, 할머니는. 괜스레 주눅 들어서는 '이 놈이 혹시 시골 할망구 말이라고 못 알아듣기라도 하면 어쩌지, 도시 티 내며 무시하지는 않을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조합을 자주 만나곤 하지요.
왜 신세대가 아니냐고, 세련과 한참이나 멀리 떨어져 촌스럽냐며 불평할 줄도 모릅니다. 쭈굴 쭈글 주름 투성이에 좀 젊었으면 좋으련만, 늙어 힘까지 없느냐고 쳐져서는 창피하다고 입이 댓 발이나 나와 있질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네 인생들은 왜 그렇게 못할까요?
할머니 역시 녀석의 이해 수준을 파악할 실력은 못됩니다. '빨리 가자!', 안돼, 이 놈아! 여기서 '쉬'하면 창피한 거야!' 신기하게도 녀석은 할머니 말이라면 껌뻑하네요.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 들어주니 으쓱해하십니다, 할머니는!
손주 녀석들도 자기 고집 피워대며 할머니를 속상하게 힐 때가 심심찮은데 말입니다.
이렇게 시골 할머니와 도시 애완견이 서로를 보듬으며 행여 떨어질세라 오늘도 아파트 주변 산책로를 돌고 있습니다. 할머니가 애완견을 산책시키는 건지, 애완견이 할머니를 보살피는 중인지, 여전히 헷갈리긴 합니다.
헤어지자며 어쨌든, 언젠가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누군가는 먼저 손을 내밀게 될 텐데요.......
애완견 녀석이 이별을 고하겠다면? 먼저 손을 놓는 일만큼은 없을 거라며 얼마나 다짐 또 다짐을 했게요, 할머니는. 단지 그게 맘대로 안되니 걱정일 뿐입니다.
녀석도 혹시 할머니가 자기를 두고 먼저 훌쩍 떠나시면 어쩌나를 고민은 하고 있을까요....... 덕구, 메리 시대를 사신 할머니와 껌딱지처럼 달라붙어서는 놓칠세라 종종거리는 그림이 어색한 듯 하나 되어 아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