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실 사조직(?) 처총회

by 박점복


40년 전이나 요즘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는 불문률 같은 게 있었으니 교직 생활 첫 발령지는 거의 예외없이 시골이라는 사실이다. 이곳 경기도에서는.


지금이야 소위 시골이나 도시가 별반 다를 바 없이 편리한 환경인 데다가 심지어 시골 삶을 더 동경하는 이도 적지 않은 세월이기도 하다.


무시험 검정으로 사범대만 졸업하면 교사로 발령 받던 시절이었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어쩔 뻔 했을 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더군다나 도전만 했다 하면 떨어지는 기록 보유자 중 한 사람임을 하필이면 내가 늘 입증하며 살았으니. 좋은(?) 세월 덕 톡톡히 본 것 인정하고 말고다. 지금 같으면 어림 반 푼어치도 없을 테지만.


그렇게 교사가 된 내가 발령을 받은 곳, 경기도 안성군 이죽면 죽산리 죽산중학교에는 나처럼 청운의 큰 꿈을 품고 교직생활을 시작하는 교사들이 적지 않았다. 자연히 처녀, 총각들이 많고 말고였다.


발령 받기 전 생활 근거지와 비교적 멀리 떨어진 곳이 학교 소재지였기에, 교통수단과 도로 환경이 편리한 것도 아니었기에 주말과 일요일을 이용해 집에 들렀다 오는 일이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속칭 '반공일'이던 토요일마저도 그 때는 4시간 수업을 해야 했던 시대였으니.


토요일, 일요일을 하숙집에 머물며 시간을 보람차게(?) 보낼 궁리에 골똘 할 때가 많았던 걸 보면. 처녀, 총각 선생들이 의기를 투합할 꼬투리로 충분하잖은가.


이렇게 물꼬를 튼 교무실 사조직 처총회 활동은 남녀간 기막힌 연결고리가 만들어 지는, 어쩌면 너무도 자연스럽고 절묘한 현상이 연출되는 무대임을 인정하고 말고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일 없다 했던가. 김희양(가명) 선생님과 최성문(가명) 선생님의 몰래한 연애 사건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활동 반경이 좁아도 보통 좁아야 말이잖겠는가.


사태 파악이 한참이나 뒤쳐진 나만 몰랐다. 교감 선생님을 비롯한 왠만한 여선생님들의 눈치는 역시 예리했다. 번쩍이는 사랑의 스파크는 아무리 감춰도 비집고 나오는 데는 선수이다.



다른 시군으로 동시에 임지를 옮기더니만 결국 결혼에 골인하는 부러운 결과까지 도출해 냈으니 그 몫을 충실히 수행한 것이다. 멋진 결실이 2호로까지 이어지는가 싶었는데 더이상 지속되진 못하는 안타까움으로 끝을 맺긴 했다.


수차례 시도로만 그치긴 했지만 처총회가 깔아준 멍석 때문에 성공할 뻔하기도 했으니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교무실 사조직을. 만약 그때 일이 순조롭게만 잘 풀렸더라면...... 눈을 감으니 그 때가 아련한 듯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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