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 두었다가, 충분히 저축했다가 필요할 때 조금씩 꺼내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기쁨과 슬픔은.
정작 필요도 없는 데 슬픔은 자꾸 지금 쓰라며 꾸역꾸역 세차게 밀려든다. 기쁨 역시 눈치도 없는지, 나설 때 안 나설 때 분간 조차 못하고 불쑥 등장해서는 사람들을 당황케 한다.
치열한 삶의 현장 젊음의 때를 함께 불살랐던, 가족처럼 가까왔던 교직 동료 한 분이 황망하게 세상과 이별을 고했다는 원치 않는 소식을 접했다. 억장이 무너진다. 아픔을 주체할 수 없었다.
계획대로 라면 30여 년쯤 흐른 어느 가을날이라야 하는 데 보란 듯이 빗나가고 말았다. 질기디 질긴 미련을 어찌 끊어내셨을까.
'성실함이야 자타가 공인한 기록 보유자이시기도 하고 언니, 누나처럼 관용의 폭은 품어 안지 못할 게 없을 만큼 넓었는데.......'
걱정거리 한 놈이 옳다구나 라며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내게 척 달라붙어서는 떨어지려 하질 않는다. 멀기만 했고 친한 척 하지 말길 애타게 바랐는데 친구 하자며 슬며시 손을 뻗으니 뿌리치기 정말 어렵고 말고다.
더 이상 손 잡을 수 없다는 안타까움에 그렇게 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날 테니 명약인 세월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며 먼저 하늘로 보낸다.
앞 서기니 뒷 서거니 아웅다웅거리다가 가까워진 결승 테이프는 손잡고 함께 끊기를 바라마지 않았는데. 뭐 그리 급하셨을까 갑자기 쑥 앞서시더니만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고 만다.
'인연과 동고동락을 교훈처럼 기억하겠습니다.' '그렇게 살았으면 고대했던 그 삶을 투쟁하듯 꾸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