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아니 국민학교) 다니던 어린 시절이었나 보다. 제 아비를 고발하여 김일성 장군의 훈장을 받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랑스레 이 사실을 선전하고 다닌다는 상상 불가의 해괴 망측한 사건을 배워 알게 된 것이(사실 여부를 확인한 바는 없다, 물론). 천만 다행히도 그런 몰상식이 발 붙이지 못하던 복 받은 나라에 살고 있음이 얼마나 감사했던지.
자식을 키우는 데 있어서 하늘 같은 부모에겐 잘못이, 실수가 있을 수 없단다. 설사 있다손 치더라도 자식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 임을 모르는 자식이 있다면 금수와 다를 바 없지 않을까? 그렇다고 21세기 최첨단 문명사회를 사는 부모들이 자신들의 어린 시절처럼 아이들에게 함부로(?) 할 수 없도록 천지개벽하듯 바뀐 세상이 되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교사의 권위(?)는 그나마 대중 매체의 괴력 때문에 이미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희귀 동식물 같은 존재가 돼버렸으며, 이 때문일까 교실에서 벌어지는 이해 못 할 희한한 사태는 종종 교사들을 슬프게 하고 있다.
한 마리 미꾸라지의 물 흐리기에 어쩔 도리가 없는 듯도 싶으나, 마녀사냥처럼 몰아붙여서는 안 되리라 생각된다. 학부모들도 교사 멸시 풍조를 부추기는 데 한몫을 차지하고 있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교사 '당신들이 그동안 쌓았던 자업자득 아니요' 라니 딱히 어찌 대응해야 할지는 모를 일이다.
그나마 요즘은 가끔씩 들먹여지던 '교사의 권위'라는 표현 자체도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난 지 아득하지 않은가. 하기사 그 옛날 임금이나 독재가 기승을 부리던 세월은 아니기에 그런 풍조가 당연하고 말 테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대통령' 쯤이야잖은가. 맘껏 풍자하며 비판이나 비난을 퍼부을 수 있는 데 까짓것 교사야 오죽하겠는가?
"선생님! 우리 때리면 고발당해요."
수업 중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가슴 아픈 경고이다. 선생님을 존경(?)하기에 조심하라는 표현일까? 선생님의 머리채를 쥐고 흔들었다는 소름 끼치는 사건, 아이들의 전화 한 통화에 수업 중 교사를 연행해 가는 신속한 공권력 집행의 현장, 교사를 구타하는 학부모의 모습을 접하면서도 죄인처럼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는 교단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머리채를 잡히지는 않았지만 못지않은 현상들이 비일비재하다.
"왜 쳐다보는데요, 선생님!"
"또 트집 잡으려고요?"
야단치면 야단친다 문제가 되고, 체벌을 가하자니 고발당할 처지이고(지금은 체벌 자체가 아예 금지된 시대이다), 사랑과 대화의 방법은 씨알도 먹히지 않고. 아무 상관 말고 당신 가르칠 거나 가르치고 나가라는 것이다.
듣고 안 듣고는 자신들이 누릴 자유라는 것이다. 그저 반항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줏대 없이 흔들리지 않으면 세칭 "왕따"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이상하게 교실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다.
그러기에 무너져서는 안 될 교사와 학생 사이의, 최소한의 기본예절도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며 예나 지금이나 선생의 뭐는 개도 먹을 게 없을 만큼 처참한 실정이다. 죄인처럼 아이들 앞에 서 있는 교사들로부터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게 될까?
어떻게 해야 될 텐데 하면서도 어리석기에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혹시 이런 아이들을 다루는 기발한 아이디어 제공해 주실 분 계시면 염치 불고하고 도움을 청하고 싶다.
1990년대 초반 교실 상황을 기록한 글이다. 30여 년이 흘렀는 데도 변한 것은 별로 없고 오히려 악화된 채로 무감각하게 굳어지는 듯해 마음이 아프다. 학생은 학생 데로, 또 교사는 교사 데로 주어진 일에 적극적일 필요 없단다. 그냥 흘러가는 데로 흘러가도록 두자라는 이 현상을 어쩌면 좋을까?
[대다수의 학생, 많은 교사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의 바르고 성실하게 그리고 사랑과 정성으로 아이들을 보듬으며 최선을 다해 지도하고 있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