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날

(내일 부터는) '안 하죠!' vs '못해!'

by 박점복
"내일부턴 하라고 해도 안 하죠"

"내일부턴 하고 싶어도 못 해"

최종 결승전 상대라며 출전 준비를 마쳤습니다.



학교랑 이별한 지도 벌써 꽤 되어가나 보다. 마구잡이로 흘러가는 세월 붙잡지 못한 게 원인일까, 혹시? 잊히질 않을 거라 믿었던, 꽉 잡았던 것들마저 손가락 사이를 술술 새 나가는 모래처럼 아련함이 나도 모르는 사이 많이도 빠져 떠났다.


안 그래도 자꾸 내 손을 놓겠다는 걸 사정사정 겨우 붙잡고 있는 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놈의 코로나 팬데믹이 나와 학교 사이를 점점 더 멀어지게 하는 데 기름을 부어 버렸으니 처참할 수밖에.


학교 행사들이 간소화 내지는 취소까지 돼버린 안타까운 지경에 이르렀잖은가. 그중에서도 아이들이

가족들보다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기에 가까왔던 친구들, 선생님들, 고락의 현장 교실, 그리고 운동장과 아픈 이별을 고해야 하는 졸업식은 그 많은 행사 중에서도 으뜸으로 안타깝다.


그렇게 내게 소환되어 온, 이십 년 세월 덧없이 훌쩍 흐른, 이천 년대 초반 졸업식 모습이 생생하게 곁에서 아른아른거린다. 1학년 때 담임했던 민찬(가명)이가 3년 세월 반듯하게 고등학교 생활 마감하며 졸업식을 맞게 되었으니.


그를 비롯한 1학년 때 같은 반에서 뒹굴었던 아이들의 졸업을, 아니 영어 표현로 'Commencement' 새 출발을 맘껏 축하해 줄 수 있어 얼마나 감격스럽고 보람이던지. 마치 잘 키운 딸 시집보내는 아비 심정이라면 그 비유가 적절할지.


녀석들이야 멋진 신혼(?) 꿈에 푹 빠져 엄마 아빠는 이미 2순위로 밀렸어도 전혀 서운하질 않으니 신비하면서도 이해가 쉽지 않은 부모 감성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그동안 학교 규칙이라며 저들을 옥죄었던(?) 그 굴레를 벗을 수 있는 해방감을 당사자만큼 만끽할 자 누구더란 말인가? 어떻게 견뎌냈으며 얼마나 절제하며 참아왔던가 말이다.


그 심정을 이해 못 한 나를 탓하고 싶다. 꼭 그랬어야 했을까? 하면서도 여전히 서운함 또한 감추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니 어쩌겠는가?


믿었던 녀석이었기에 더 그랬나 보다. 아니면 좁아터진, 이해심 부족의 편협함과 꼰대 기질의 발로 였을까? 그렇게나 바르게 학교 규정에 충실했던 녀석에게 느꼈던 배신감(?) 때문이었을까?


곱슬곱슬 파마에 노란 염색까지. 게다가 양복으로 쏙 빼 입은 멋진 청년 모습으로 '쓰윽' 내 앞에 나타났으니 소심하고 속 좁은 내가 놀라지 않을 순 없었다.


서운한 감정과 기대가 무너졌다는 순간, 감정의 세기는 포르티시모(fff) 이상이었다. 하여 뱉은 말이 내내 가슴에 남아 나를 아프게 하고 있다. 졸업식을 멀리서나마 다시 볼 수 있는 형편이라혹여 덜 아프기라도 했을까.


"민찬아! 하루를 못 참고 머리는 곱슬곱슬 파마에 염색에, 교복 대신 양복 쫙 빼 입고 식에 참석해 선생님 기대를 처참(?)하게 무너뜨리니?"


오늘만 지나면, 내일부터는 네 마음대로 얼마든지 할 수 있을 텐데.......


"아이! 선생님 오늘 졸업식 날조차 이해를 못 해주세요?"


다른 분은 몰라도 선생님만큼은 너그러움(?)을 보여 주실 줄 바랬는데요. 서운하다며.


"선생님! 내일부터는 이렇게 하라고 누가 떠밀어도 하지 않아요"


오늘이니까 한 번 위반의 쾌감을 누려(?) 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졸업식을 못 한지 3년 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그때만 생각하면 아픈 표현들이 내 주변을 맴돌고 있다.


"아니! 내일부턴 아무도 너희를 막지 않을 텐데 오늘 하루를 못 참다니!"


이런 걸 '노파심' 이라며 끼어드는 걸 보면 '꼰대'가 맞는 가 보다. 그러면서도 '아니! 그러면 그런 소리 안 듣는 최상의 방법'대로 입 다물고 가만있으면 되는 이 쉬운 일을 어렵게, 꼬이게 만드는지 나도 나 자신이 이해가 잘 안 되긴 하다.


그런 비난의 십자가(?)를 용렬히 지는 노파(노파심의 노파가 이런 의미는 아니지만)가 되겠다는, 꼰대의 몫을 감수하겠다는 역할을 피하기만 한다고 될 일이냐는 거다. 거창하게(?) 중차대한 이 일을 내가 하고 있는 거라 착각해도 되는 걸까?


어떻게 처신했어야 옳은지 여전히 해답 찾아 고민 중인 저 좀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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