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정말 모양 빠지게시리
이 나이 먹어도 못 깨우치고 있으니
이틀이나 3일 정도라도 지났다면 말도 안 한다.
바로 '어제'
그렇게나 잘난 척을 해 댔는 데. 하룻만에 보기 좋게 되치기 당할 줄이야. 아니 누구도 받아치기 하는 이 없는 데도 괜히 발은 저린다.
"어랏! 내 폰(phone) 어딨지?"
이건 전혀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연결해 낼 고리를 찾을 수 없는 희한한 일 중 하나일 뿐이라는 자기 신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니 그랬으면 하는 희망사항일 뿐일 수도 있고 팩트(Fact) 언저리만 얼쩡거리는 잘난 척이기도 할 테다.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수준은 된다며 은근히 남들의 인정 원했나 보다. 쓰던 물건 당연히 늘 두던 곳에 다소곳이 조신하게 두는 습관만큼은,
'어 그거 어디 두었더라......'
찾는 데 아까운 시간 허비하는 일 없고 말고였다.
빨래 너는 것 하나만 봐도 각(角) 지게, 조금도 삐뚜러 짐 없이 건조대에 널지 않고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 유별난 조금은 얄밉고 피곤한 성격이랄지...... 다른 이들도 거기서 거기겠거니. 나름 일반화시켜야 예외가 아닐 테니 자꾸 그러려 한다.
부부간 생기는 다툼의 주제 역시 뭘 그리 대단할까? 우리 집이나 다른 집이나. 국가적 대사(大事)쯤이라고? 아니, 하다 못해 밝고 따뜻한 세상 만들겠다며 나누는 의견 정도 차원은 될까나. 실상은 그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멀어도 보통 먼 게 아니리라. 인간사 거창하게 대동소이, 우리 부부 역시 그 한가운데를 얼쩡거리며 두리번거리는 중 아닐까.
"아니 어떻게 허구한 날 그놈의 스마트폰 어디 있냐고 찾아?"
어제도 찾길래 아내에게 별생각 없이 얼떨결에 내뱉었던 핀잔 겸 불만이었다. 그게 어제만의 일로,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났다면 무슨 문제였을까? 아니었다.
'이거 혹시 건망증 수준을 넘어 그(?) 증상(말하지 않아도 거의 모두가 다 아는 무서운 그것)까지 벌써부터 나타나는 거 아냐?' 드러내 놓고 쏘아붙이지는 못하고 속으로만 구시렁거렸는 데...... 덜컥 걱정이 되면서도 말끔히 떨쳐내기 또한 쉽진 않았다.
자주 쓰는 물건 두는 곳 나름 정해서, 매번 '그놈 어디 두었지?' 좀 안 할 수 없어?
그런데 오늘 보기 좋게 되치기 당하며 잘난 척이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아이들 말로 '쪽팔리기' 이를 데 없는 사단이었다.
저녁 산책을 위해 막 나서려던 참. 챙길 필수품 중 하나인 스마트폰. 늘 있어야 할 그 자리에 녀석이 보이질 않는다.
다른 곳에 두질 않았을 텐데 라며 조금의 의심도 없이 거기에 눈과 손이 갔으나 없다......
엇! 이거 어떻게 된 거지? 분명히 여기 뒀을 텐데.....
'당신 폰으로 전화 좀 해 봐요!'
이 소리를 차마 내 입으로 아내에게 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모양새 빠지는, 내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 부탁 아니던가?(별걸 다 그놈의 자존심과 연결시킨다) 이상하게 일이 꼬이고 안 되려면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고, 하필이면 폰을 무음 진동으로 바꿔 놓았을까?
매번 나만의 독특한 연결 신호음으로 얼른 알아차리고도 남았는 데, 게다가 울리자마자 다른 이들에게 피해 줄 순 없다며 최대한 빨리 전화를 받곤 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일이 안되려니 여러 요인들이 이렇게나 아귀가 척척 맞으면서 틀어진다. 참 이해가 쉽진 않다. 벨소리가 아니라 진동을 찾아 여기저기를 수색해 봐도 나타나질 않는다. 하필 오늘따라 진동으로 해놔 가지고는.
'늘 두던 곳이 아니면 어딜까'란 생각 역시 찾아내길 더 어렵게 했다. 한데 아니나 다를까 엉뚱한 곳은 아니었다. 매번 두었던 그 자리. 다만 그 녀석 위에 그날따라 벗어 놓은 겉옷이 덮여 있을 뿐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평소와 달리 이상한 곳에 두었을 리 없다며 아무도 뭐라는 이 없는 데 스스로 면죄부를 준다.
심지어 심심찮게 남편인 나로부터 "제발 폰 좀 늘 정해 진 곳에 둬요!" 소리에 짜증 내며 "뭘 그럴 수도 있지, 잔소리를 그리 해댑니까"라며 뾰로통한 반응 할 만도 하건만 그렇지 않은 아내 모습에 나보다는 훨씬 높은 차원임을 인정하는 게 맞았다.
'잘난 척 꽤나 하더니 꼴좋네요' 할 만도 한데,
그런 남편 폰 함께 찾아 준다고 애쓰는 아내 모습에 속 좁게 '나는 잘하는 데, 당신은 왜 늘 그렇게 수준을 못 맞춰요!'라며 핀잔준 게 왜 그리도 걸리던지.
"여보! 속 좁은 남편, 항상 나는 옳고 틀린 건 당신이라는 데도 받아 세워주니 보기 좋게 졌소이다, 내가,
부부간 이기고 지는 게 어디 있을까만, 이 글을 쓰면서도 여전히 고놈의 쓸데없는 잘난 자존심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려 한다. 철은 언제쯤이나 들는지. 육십이 넘었는데.
'나야 물론 틀린 데 없이 잘한단다. 잘못하는 건 오히려 당신들이지!"
속에서부터 꾸역꾸역 기어 나오려는 요 놈을 겨우 못 나오게 꾹 누르고는 있긴 한데 자신은 없다. 곧 튀어나오고 말 것 같다. 난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