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기말고사야 그래도
예고도 힌트도 없는 인생 시험
학교의
중간, 기말고사야 학기 초면 일정이 정해져 예고가 된다. 몇 과목을 치르며 범위는 어떠어떠하다고. 지필과 실기 평가의 비율 또한 각각 몇 % 씩 반영된다며.
준비성 철저한 모범생(?)들의 대비 태세는 혀를 내두를 만큼 꼼꼼하고 철저하다. 당해낼 재간이 없다. 그렇지 못했던 나로서는. 그래서 우등생이 못 됐나 보다, 나는.
그들의 실력 향상 노하우 중 하나가 바로 그놈의 준비성이란다. 게다가 시험 며칠쯤 전부터는 달리는 말(馬)에 채찍질한다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선생님으로부터,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로부터.
이 때야 말로
선생님의 '아'와 '어'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중요한 부분, 출제 가능성이 높은 영역은 선생님의 음성 강도나 제스처가 어디가 달라도 다름을 매의 눈으로 살피노라면 간파할 수도 있다. 잽싸게 알아차리고는 최선의 대비를 소홀히 하지 않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괜스레 밉기도 했지만.
각종 노하우와 더불어 만전을 기할 수 있는 자료들이 무한정 제공되는 데도 그놈의 100점 맞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희귀했으니 참 신기한 일이다. 시험이란 본래 이런 속성을 지니는 걸까?
쉴 새 없이 닥쳐오는 우리네 인생살이 시험은 불행히도(?) 전혀 예고도 없는 데다가 대비책 또한 뾰족한 게 없으니 어쩌면 좋을까? 학교 시험처럼 준비가 가능한 것도 못되고.
스무 살 즈음, 그대에게 중간고사가 닥칠 테니 만전을 기하도록 하시오 라며 시험 범위와 좋은 성적 얻을 수 있는 힌트라도 누가 주면 모를까 도무지 감(感)을 잡을 수 조차 없다.
예를 들어 보자. 이번에 닥칠 고비는 특별히 인생 교과서 65~84쪽을, 쉽지 않을 역경은 제3장 벡타 부분을 신경 써서 철두철미 살펴보도록 하라는 등 징조라도 보였어야 할 텐데. 대책을 세울 겨를도 없이 불현듯 달려드니.
30세가 넘어서면? 평생을 함께 할 반려자를 만날 수도 있으니 커트라인 점수 확보를 위해 어떻게 언제까지 대비하라는 귀띔이라도 하던지....... 물론 나름 노력을 안 하는 것은 아니긴 해도. 이 정도 가지고는 좋은 성적은 택도 없다. 그렇다고 점집 찾아 기웃거리기도 그렇고.
남자에게서 이만큼, 또 나머지 다른 영역은 여성들로부터 저만큼 얻도록 하라는 비법을 누구도 제공하지 않는다. 사전에 다양한 힌트를 제공받아도 90점 넘기가 어려운 데 맨 땅에 헤딩하듯 그냥 부딪혀야 하는 삶이니 오죽할까. 하기사 그렇다고 모두가 90점, 100점이면 이 또한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어렵사리 얻은 직장에서의 환희를 막 느껴보려는 순간, 부모 중 한 분이 세상과 이별해야만 하는 아픈 시험 고비가 갑작스레 쳐들어 올 수도. 고스란히 그 슬픔 부여잡고 힘겨워 할 수밖에.
예정에 없던 집안의 무거운 짐 오롯이 내 어깨에 지워질 줄은. 하여 슬기롭게 헤쳐나갈 비책이라며 언질이라도 누군가가 주었다면. 더 좋은 성적으로 혹시 장학금이라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랑하는 아내와 딸들이 며칠씩 고생하게 되는 괴로움을 훨씬 줄이고도 남지 않았을까? 대비를 그렇게 했는 데도.
그래도 쌓인 삶의 경륜이 지혜롭게 준비하도록 힘껏 뒷받침하니 전 종목 A+는 어려워도 우수상쯤은 가능해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