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어디선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할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어려서부터 "뭐가 되고 싶니?"라든지 " 무슨 일을 하고 싶냐?"라는 질문은 수도 없이 받아왔는데."어떤'이라는 관형사로 시작하는 질문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오래 전 아이들이 장래 희망은 '대통령'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이돌'이지 싶은데 그래도 철이 든 축에 드는 아이들이 '건물주'라 답하지 않을까?
사회에 첫 발을 디디는 젊은이들은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선호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감히 누가 나서 그들을 책망할 수 있을까? 그런 사회를 만든 것도, 구조를 이루는 이들 또한 우리들인 다음에야....
인간 수명을 100세로 본다면 절반도 훨씬 넘겼고, 젊은 날의 가속도와 관성에 몸을 실어야 할 나이에 도달한 지금.
누군가가 반갑게도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냐?"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비누 그물망같은 사람이 되고싶다"고 말하겠다.
수 많은 문명의 이기가 넘쳐나는 현대에 비누를 감싸는 그물망처럼 독특한 물건이 또 있을까? 깔끔을 떠는 사람이면 하루에도 몇 번이고 쓰게 되는 비누라면 모를까 그물망이라니....
우리집에서는 이 요긴한 물건이 나오기 전에는 쓰고 버릴 스타킹을 잘라서 썼다. 물기에 쉽사리 녹는 비누를 보호해서 작은 조각까지 쓸 수 있게 하고 무엇보다 거품이 잘 나게해서 아껴쓰게 해주기 때문이다.
어느 날인가 비누를 감싼 이 물건이 눈에 띄었다. 소용이 있으면 누군가가 만들기 마련이다.
'누가 만들었을까? 돈은 될까?"부터 시작해서 아무런 상표도 장식도 없는 그물망을 두고 온갖 상념에 잠겼었다.
그물망은 요긴하되 비누가 없다면 소용이 없는 물건이다. 그런데 비누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되는 물건이다. 비누가 있어 그물망이 존재할 수 있고, 비누는 그물망이 있어 마지막까지 그 용도을 다할 수 있다.
그다지 비싸지 않은 비누이고 보면 필시 그물망은 몇 천원, 아니 몇백원도 안 할 물건이다. 하지만 모르고 있거나 써 본 적이 없다면 모르되 써 본 사람은 다시 찾게 되는 물건이다. 싸지만 그 쓰임새만큼은 결코 싸구려가 아닌 물건이다.
어디서건 살 수 있어 마트보다도 시골 난장에 더 구하기 쉬운 흔하디 흔한 물건이다. 서민 용품인 셈이다. 물비누나 바디 사워를 짜서 사는 사람에게는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지만 비누를 쓰는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귀한 물건이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물건이 아니니 아무나 만들어 팔 수 있지만 누구나 마음을 내는 물건은 아니다. 큰 돈이 안될 것도 익히 알 수 있는데다 언제고 작정하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누는 제 몸이 사그러져 없어진데도 그물망은 쉽게 헤지지 않고 다시 또 새로운 비누를 제 품에 받아들여 본분을 다하는 끈질긴 생명력을 가졌다.
나는 그물망이고 싶다. 어느 집, 누구에게나 필요한 비누가 제 소임임을, 그 값어치를 다하게끔 해주는 그물망처럼 내가 가진 재능으로 버려질 뻔 자재, 죽어있는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고 싶다. 그래서 누군가에는 전부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겐 삶의 터전일 그 곳이 빛나게 해주고 싶다.
누구나 알 수 있는 혹은 알고 있는 상식이거나 한 꺼풀만 풀어헤치면 볼 수 있는 진실일지라도 모두가 알 수 있는데 힘을 보태는 것에 게으름을 부리지 않을테다.
깊지 않은 지식과 모자란 정보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절실하기도 미처 알지 못한 것이라면 나누고 전하는데 주저하거나 부끄러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것들로 넘쳐나는 세상에 작지만 소중한 것들을 내 안에 담아 오래도록 그 쓰임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