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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게 위대하게

길위의 셰프들 Neflix

by 문성훈

70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필리핀. 그 중에서도 하얀 산호 백사장으로 유명한 보라카이만큼이나 한국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세부(SEBU)' 라는 곳이 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직항편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 역시 두차례 다녀갔었다.
마닐라만큼 유서 깊은 도시인데 필리핀 대부분이 그러하듯 300만명의 거주 인구중에 1/4인 최극빈층에 달한다.
그 곳에서 다라 하나를 건너면 코르도바라는 작은 섬 해변에 "엔초이의 바카시한'이라는 쓰러질듯 함석으로 둘러친 식당이 있다.

짱뚱어라는 물고기가 있다. 망둥어와 비슷한데 예전에는 한국 연안 갯벌 어디에서고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다지 영리하지 않아 한번 물었던 낚시 바늘을 다시 물었기에 꼬맹이인 네게도 쉬운 낚시감이었다.
원래 짱뚱어는 어부에게는 돈이 되지않는 값싸고 흔한 물고기였는데 차츰 갯벌도 줄어들고, 자연산이 귀해지다 보니 요즘은 귀한 대접을 받는다.
짱뚱어는 추어탕처럼 국으로 끓이는게 맛있는데 서울에서는 몇 군데만이 그 맛을 제대로 낸다.
그래도 짱뚱어는 툭 튀어나온 눈과 껑충거리는 품이 귀엽기라도 하다.

곰치는 생김새부터가 흉칙하다. 장어 비스므레한데 더 사납게 생기고 정이 안가는 물고기다. 한마디로 버려졌던는 어종인데 동해안에는 곰칫국으로 유명한 식당이 몇 군데 있다.
필리핀에도 곰치가 흔하고 돈이 안되는 물고기였던 모양이다. 다른 고기는 안잡히고 곰치만 잘 잡히니 이 녀석을 어떻게 해볼까 궁리를 했던 어부가 있었다.
그 젊은 어부의 이름이 '엔토이'였다. 엔토이는 끔찍히는 사랑해 주시던 할아버지가 붙여 준 애칭이라고 했다. 엔토이 역시 5살부터 바닷일을 배웠다. 결혼을 하고 자식이 생기면서 끼니를 걱정해야하는 가난을 벗어나려고 시작한 사업이 식당이다.

지금 앤토이 할아버지는 71살이다. 곰치를 재료로 우리나라로 치면 탕이라고 할 수 있는 '닐라랑'의 레시피를 개발해서 팔아왔다. 우리의 짱뚱어탕이나 추어탕과 비슷하다.
원래 음식솜씨가 좋았던 아내와 함께 운영하던 식당 '엔토이의 바카시한'은 걱정했던 것보다는
손님이 들었고, 정력식으로 소문이 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찾아왔다. 그 덕에 가난한 동네의 바닷가 끄트머리에 있어 길도 없었는데 시멘트 포장이 깔렸다.
사람의 발길이 잦아지니 작은 골목에 식당이 하나 둘 생겨났다.

" 제 가게가 원동력이 돼서 우리 마을이 번창하길 바라요. 그리고 제 손주들이 저 같은 삶을 되풀이 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 목표예요"

시련도 있었다. 2013년 태풍으로 가게와 배를 잃고 상심하다 자신은 뇌줄중으로 쓰러졌고, 얼마 뒤 사랑하던 아내를 심장마비로 떠나 보내야했다.
한동안 혼자서 운영하던 식당일이 버거워 자식들을 불렀다. 지금은 자식들이 식당을 운영한다. 수익은 손주들의 교육을 위해 쓰라고 당부했다.

"제가 세상을 떠나는 날이 되면 사람이 이걸 기억해주길 바라요. 제가 비록 가난했을지 몰라도 제 나름의 방식으로 이 지역 사회에 도움을 줬다고요 "

자신의 약값과 손주들 사탕값으로 하루 200페소(한화 4,500원)면 충분하다는 엔토이 할아버지. 오늘도 그는 그의 할아버지가 그랬듯 손주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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